소프트웨어의 미래: 우리는 무엇을 만들어야할까? 바이브 코딩/GPT 래퍼의 끝이 보인다
그 어느때보다 First principle thinking이 필요한 지금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오늘은 첫번째 주실밸 Thesis를 써봤습니다. 글이 너무 길다는 의견이 많아서 최대한 짧게 대신 여러편으로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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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 코딩은 이제 한물 갔다?
제가 바이브코딩 그리고 GPT Wrapper에 대해서 꽤 부정적인건 구독자여러분들께서는 알고 계셨을겁니다. 이 글에서는 바이브코딩이 보안적으로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이 글에서는 왜 바이브 코딩으로 1인/소규모팀들이 한계에 부딫힐지, 이 글에서는 왜 바이브코딩과 GPT wrapper들의 “속도만이 해자”라는 생각이 문제가 있는지 분석을 했었죠.
그러면 항상 들려오는 챌린지가 “바이브 코딩 팀들은 잘하고 있는데요?” 혹은 “GPT wrapper(e.g. Perplexity)들도 잘하고 있는데요?”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제 답변은 항상 “원래 회사들이 망하는데는 시간이 좀 걸릴뿐입니다”였습니다. 그리고 그 망해가는 패턴들이 서서히 보여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아래 그래프는 (가끔 맞는말을 할때도 있는) Chamath가 X에 공유한 데이터인데 바이브코딩 플랫폼들의 12주단위 리텐션 데이터입니다. 보시다시피 가면갈수록 빨간색이 많이 보이는데, 이건 고객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결국 소비자들이 가입을 하고 한번 써보고 “에이 별로네” 하고 이탈하고 있다는거죠.
이 플랫폼들도 결국 Anthropic의 Claude Wrapper에 가까운데, 개인적으로 매출 성장보다 리텐션을 100배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이 데이터는 업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신호로 보이지 않습니다.
바이브 코딩의 명백한 한계: 사상누각
바이브 코딩이 뛰어난 개발자의 생산성을 높여주고, 간단한 MVP를 빠르게 테스트하거나, 사내용 간단한 툴을 만드는 데 유용하다는 점은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지금도 회사들이 종종 만들어쓰는 엑셀 매크로(VBA)처럼 번거로운 작업을 자동화하는 역할은 어느정도 훌륭히 해낼 겁니다.
다만 그런 툴을 만드는데 이제는 그냥 Anthropic에서 주는 Claude code를 간단히 만들어쓰면 되기때문에 저런 바이브 코딩 플랫폼까지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걸로 세상을 바꿀 ‘진짜’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을까요? 어림도 없는 소리입니다.
경쟁력이 없습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진입 장벽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누군가 무엇을 만들어 돈을 벌면, 다른 누군가가 즉시 복제할 수 있어 시장 방어가 불가능합니다.
유지보수가 재앙입니다: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고 따라 하기만 하는 인공지능이 얼기설기 엮어놓은 코드는 당장은 그럴싸해 보일지 몰라도, 기능 하나를 추가하거나 수정하려 할 때마다 무너져 내리는 시한폭탄과 같습니다.
최고가 될 수 없습니다: 훌륭한 프로덕트는 치밀한 설계와 장인정신을 요구합니다. 바이브 코딩으로 탄생한 제품은 깊이도, 견고함도 가질 수 없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로 ‘반짝’할 수는 있지만, 결국 해자가 없어 방어에 실패하고 리텐션이 하락하며 구글이나 더 완성도 높은 팀에게 시장을 빼앗길 것입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실험용, 내부용으로는 몰라도 비즈니스의 핵심 소프트웨어를 바이브 코딩에 맡기는 어리석은 결정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Claude Wrapper에 불과한 바이브 코딩 툴이 시장의 주류가 되지 못할 것이며, ‘1인 유니콘’ 시대도, ‘팀 경량화’의 지속도, ‘엔지니어 불필요’의 시대도 오지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닷컴시대와 평행이론: 나모웹에디터와 Cursor
얼마전에 문득 재미있는 비유가 떠올랐는데, 제가 느끼기에 지금은 닷컴시대에 나모 웹에디터가 나왔다고 웹사이트 빌딩은 모두 자동화 될 것이라고 외치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에는 웹사이트를 만들수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것이었는데, 그게 바이브 코딩 이전 세대의 웹/앱 개발과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되고, 나모 웹에디터(WYSIWYG)가 바로 닷컴시절의 Cursor와 같은 바이브코딩 플랫폼인 것이죠.
자 그럼 우리 다같이 대답해보죠. 그래서 웹 개발은 모두 자동화 되었나요? 물론 어느정도 개인이나 비영리 기반에서는 쉬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말 프로페셔널하거나 웹으로 승부를 보는곳들의 웹사이트들은 오히려 더 아름답고, 더 복잡하고, 더 정교해졌습니다. 사용자들의 눈높이가 올라가면서 웹 개발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영역으로 진화했고, 뛰어난 개발자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했습니다. 나모 웹에디터가 해결한 것은 가장 단순한 문제뿐이었기에, 그 덕분에 웹개발자들은 더 높은 차원의 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를 비춰봤을때, 인공지능을 통한 코딩기술의 발전은 ‘일반인들이 최고의 앱을 만들어서 부자가 되는 길’이 아니라, 전문적인 프로그래머들이 더 높은 차원의 더 어려운 문제를 풀 시간과 자원이 생겼다고 해석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된다고?
결국 인공지능 코딩 기술은 ‘기존의 것을 더 빨리’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복잡하고 어려운 것’들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이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프로덕트의 등장을 의미합니다.
바이브 코딩이 프로그래머를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은,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 오늘날의 아이폰 앱이나 VR/AR의 모습을 상상조차 못 했던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을 마주하게 될 것이며, 이는 웹사이트나 앱이 아닌 전혀 새로운 형태일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더 높은 복잡성과 획기적인 기능성을 창조해왔습니다. 이로 인해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그럴 때마다 더 뛰어난 인력, 더 많은 자본, 더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도 예외는 아닐 겁니다. 기술과 일의 ‘결’은 달라질지 몰라도, 최고 수준의 개발자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입니다.
그 어느때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first principle thinking이 중요한 시대
바이브 코딩 플랫폼들에게는 부정적이지만, 이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인공지능이 전문적이고 뛰어난 프로그래머들의 생산성을 올려준 것은 사실이고 이로 인해 뛰어난 프로그래머들이 더 고차원의 문제를 풀수있게된 것은 아주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로인해 인터넷시대과 모바일 시대의 소프트웨어 제작에 대한 생각의 틀 자체를 바꿔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기존의 프레임워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기존의 웹기반 앱, 기존의 모바일 앱 그것을 빠르게 만드는것이 지금 시대를 승리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봅니다. 진정한 위대한 기업은 그 이상의 것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물론 그게 어떤 모습일지는 저도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이는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의 발전까지 동반할 것이라는 것까지는 모두가 생각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를 이뤄내기위해서는 현존하는 프레임워크와 툴들과 비슷한 것들을 빠르게 만드는게 아니라, 지금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들이 “소비자들의 어떤 문제를 풀어주는가”라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으로 부터 시작해야한다고 봅니다.
바로 근본적인 문제로 돌아가 아무 사전지식과 정보가 없는 제로의 상태에서 그 문제를 풀어나가는 first principle thinking이 여기서 부터 일어나야 한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종종쓰는 Gamma AI같은 경우 잘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PPT를 빠르게 만드는 wrapper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Google Slide나 더 좋은 툴이 나타나면 금방 교체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회사가 진정으로 성공하려면 “PPT를 어떻게 더 잘, 더 빠르게 만들까?”가 아니라, ”사람들이 비즈니스 의사소통을 더 잘하도록 인공지능이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목적을 고민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으로 PPT를 자동화”할 것이 아니라, “PPT가 하던 일을 인공지능으로 더 잘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인공지능으로 웹 브라우저를 자동으로 쓰게” 할 것이 아니라, “웹 브라우저로 유저가 하려는 일을 인공지능으로 더 쉽고 빠르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ChatGPT Atlas는 저에게 상당히 감흥 없는 제품이었습니다.)
지금은 과거의 틀 안에서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아예 틀 자체를 바꿔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백지로 돌아가 이 툴들이 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문제를 인류가 가진 최고의 기술로 맨땅에서부터 다시 풀어내는 기업이 위대한 회사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회사를 만드시는 대표님이 꼭 (제가 투자한ㅋㅋㅋ) 주실밸 구독자 중에서 나오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는 생각: ‘빠른 성공’이라는 중독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이 내용은 따로 뉴스레터로도 다룰 예정입니다만), 2021년부터 이어진 과도한 유동성 때문에 ‘빠른 엑싯(Exit)’과 비정상적인 밸류에이션 급등이 ‘뉴노멀’처럼 여겨지는 듯합니다. 시장이 ‘쉽고 빠른 돈(Quick Buck)’에 중독되었고, 이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분들도 많아 보입니다. (소셜미디어와 바이럴 마케팅의 선순환은 이런 잘못된 생각을 가진 분들이 그 생각을 더 쉽게 드러내게 만들어 줘서 VC들의 실사를 편하게 만들어줍니다.)
개인적인 생각에, 초반의 성공이 최종적인 성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내실 없는 바이럴 성장은 오히려 사망 선고와 다르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은 10년, 혹은 그 이상 남들의 불신과 조롱을 감내하며 묵묵히 나아가야 하는, 너무나도 어려운 장기전입니다. (저도 따뜻한 집을 떠나보니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는 대표님들께서 초반의 성공에 자만하지도, 초반의 실패에 좌절하지도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스타트업은 위대한 기업을 만들기 위한 도전이자 그 자체로 과정입니다. 원래 쉽지 않은 길이니, 긴 호흡으로 흔들리지 않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도 외롭고 힘든 이 길에서, 대표님들 모두 힘내시면 좋겠고, 제가 도움이 될수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안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