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뉴스레터 내용은 아래 유튜브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오늘 글은 인공지능으로 인해 우리의 직업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딥리서치의 등장을 보면서 2월 18일에 생각했던 것의 연장선입니다 (사실 아래 스레드 글이 tl;dr임)
그리고 지난번 “이번 인공지능은 인터페이스일뿐이다”라는 글에 댓글을 주셔서 제대로 정리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VC업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white-collar job들이 같은 운명을 맞이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1. 세상을 바꾸고 있는 인공지능, 하지만
인공지능은 분명 우리들의 비즈니스와 일상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프레젠테이션 작성, 코드 생성, 데이터 분석, 리서치등 과거에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었던 작업들이 이제는 몇 분 안에 그럴듯하게 완성됩니다. 우리는 엄청난 생산성의 향상을 경험하고 있고, 인공지능을 잘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것은 기정사실로 보입니다.
하지만 정확성 부재, 창의성 부재, 추론능력 부재등 인공지능의 한계도 명확합니다(자세한 내용과 예시들은 이 글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번 인공지능의 한계를 보여주는 최신 예시로는 4월 20일에 미국 Tech Crunch가 보도한 내용에 다르면 최신 인공지능 모델들의 환각증상이 더 심해졌고 PersonQA라는 벤치마크에 따르면 o4-mini의 경우 환각률이 48%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따라서 AI가 모든 영역에서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AI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인간의 창의성, 직관, 공감 능력, 윤리적 판단 등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습니다.
2. 완전한 대체가 아닌 인력 구조의 재편
비록 AI가 모든 인간 노동자를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직업 세계의 구조를 크게 변화시킬 것은 분명하다고 봅니다. 다들 인공지능을 써보셔서 아시겠지만, 특히 프레젠테이션 자료 제작, 데이터 수집 및 분석, 기초적인 리서치, 보고서 초안 작성, 정보 검색, 기본적인 코딩등 업계 경험이 적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주니어들이 주로 담당하던 업무들은 인공지능이 이미 상당 부분을 빠르고 저렴하게, 효율적으로, 그럴듯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피할 수 없는 환각때문에 인공지능이 생성한 결과물들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의 검수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니어들에게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직 충분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주니어들은 AI가 생성한 자료의 오류를 식별하거나, 인공지능에게 큰 그림에서 최적의 방향을 제시하거나, 산업 특화된 맥락을 이해하고 이해시키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주의: 시니어라고 다 전문가는 아님)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그들의 생산성은 AI 도구를 활용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반면 주니어들이 담당하던 많은 작업들은 순식간에 자동화 되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 최고의 주니어만 살아남는 시대, 나는 뭘 해야할까?
그렇다면 주니어들은 어쩌라는 걸까요? 솔직히 뻔한 이야기이긴한데, 그렇다고 안적을수는 없으니 살아남아 전문가가 될 소수의 주니어가 되는 방법에 대한 제 생각을 간단하게 정리해보았습니다.
첫째, 인공지능 도구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최신 인공지능 툴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최적화할수 있는지를 인지하고 인공지능 도구들을 orchestrate 할수있어야 합니다.
둘째, 자동화를 통한 압도적인 생산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인공지능을 능숙하게 다루면서 남들이 상상도 못할 생산성을 보여줘야합니다. 4시간정도 걸리던 일은 10분만에 끝내버리는 것과 같이 말이죠.
셋째,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이 중요합니다. AI의 결과물을 맹신하지 말고, 스스로 검증하고 평가할 수 있는 판단력과 논리력을 키워야 합니다. 물론 이런 critical thinking과 insight를 키우는 것이 쉬운건 아니지만, 앵무새처럼 남들이 하는말만 전달하는건 이미 인공지능이 훨씬 잘하는 시대이기때문에 딱히 선택지는 없습니다.
넷째, 창의성은 AI 시대에 더욱 가치 있는 자산이 될 것입니다. 기계가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접근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창의적인 deliverable뿐만 아니라 주어진 메뉴얼을 깨부수고 더 좋은 방법을 늘 개발하려는 자세도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소프트 스킬이 중요합니다. 의외로 한국에서는 무시당하는 능력이지만, 의사소통 능력, 눈치 능력, 협업 능력, 리더십, 적응력 등은 인공지능이 하지못하는 가장 중요한 인간과 인간사이의 관계 조율을 통해 결과물을 내는 능력입니다.
4. 그런데 꼭 이렇게 취직을 해야할까?
솔직히 기존 시스템에 AI를 도입하는 방식은 주로 시니어 전문가들에게 유리한 구조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그들만이 인공지능의 결과물을 검증하고 활용할 수 있는 경험과 지식을 이미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만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시대입니다.
인공지능은 창업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고 있습니다. 1인 유니콘과 같은 비효율적인 이야기를 하는게 아닙니다. 인공지능 덕분에 최정예 소규모 팀으로도 이전에는 대기업만 할 수 있었던 일들을 시도해볼 수 있게 되었고, 이미 성과를 보여주는 스타트업들은 많이 있습니다 (물론 Cursor가 1인당 $3.3M의 매출로 아무리 날고뛰어봤자 OnlyFans의 1인당 $39M의 매출에는 택도 없습니다 ㅋㅋㅋ)
따라서 기존 시스템에 AI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기반으로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이, 경험과 전문성이 적은 주니어들에게는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기존의 경험과 전문성이 적기때문에, first principles thinking을 통해 틀에 박힌 아이디어가 아닌, 더 새롭고 뛰어난 아이디어로 기존의 질서를 뒤집고 바닥부터 새로운 프로덕트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은 인공지능이 열어줬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의 등장은 주니어들에게 큰 위협인 동시에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핵심은 변화를 두려워하지만고, 더 적극적으로 부딫히며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진부하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지금 상황에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세상을 바꿔놓을 프로덕트를 만들고 계신 위기의 주니어시라구요? 언제든지 저에게 ipark@sazze.vc 로 연락주세요. 남들이 모르고, 안된다고, 미쳤다고 하는 아이디어일수록 저는 더 좋습니다. 참고로 언제나 말씀드리지만, 제 말이 정답이 아닙니다. 저와 맞지 않는 스타트업이라면, 저와는 다른 모양으로 미친 VC를 찾아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창업자 여러분들은 본인과 같은 방향으로 미친 단 한명의 VC만 찾으시면 되니까요!
5. 앞으로의 방향성은?
여러번 말씀드렸지만, 이번 세대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인간을 대체하는데 그 목표를 두어선 안되고, 기존 인간들을 더 확장하는데 그 목표를 두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더 현실적이고, 더 의미있는 방향성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기존 인간들 사이에서는 경쟁이 심화될 것이고 소수의 high performer가 되기위해서는 점점 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동시에 계속 이런식으로 혁신이 지속되다보면 high performer들만 점점 더 확장되고 강해지면서 사회적인 양극화는 더더욱 심해질 것 같습니다. 이미 인터넷, 모바일, 클라우드의 발전이 사회의 양극화를 점점 가속화시켜왔는데, 인공지능은 그 트렌드를 빠르게 가속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빼고 냉정하게) 그래서 어마어마한 생산성을 보여주는 미국의 high performer들이 안전하게 행복하게 살려면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복지, 배려, 인권이 아니라, 극심해지는 양극화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폭동(e.g. Jan 6)을 막고, 기득권층이 가진걸 오랫동안 가장 잘 누를수 있게 해주는, 오히려 극도의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필요한 정책이 기본소득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드네요. 물론 인공지능에 어마어마한 생산성의 향상으로 몇몇의 인간만 일하더라도 인류 전체가 어느정도 생활수준을 유지한다는게 그 전제조건이긴 합니다.
헛소리가 길었네요 ㅋㅋㅋ앞으로는 더 짧게 가볍게 자주 써볼텐데 궁금한 것이나 더 깊이있었으면 하는 내용은 아래 카톡방에 들어오셔서 질문해주세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번외) VC심사역들도 대체 될까?
네. 그렇습니다. 저는 당연한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야들과 같은 논리로 기존 투자경력과 네트워크가 있는 심사역들은 인공지능을 통해 생산성이 향상되는 반면에, 아직 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나 경험이 없는 주니어 심사역들은 점차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미국에는 많은 VC들이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통해 sourcing과 diligence를 진행하고 있고 꽤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저만 하더라도 왠만한 리서치는 그냥 구글 딥리서치에게 맡기고 수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주니어 심사역들에게 큰 그림을 잡아주고, 수정 요청하고, 검수하는 과정에 비해 딱히 더 큰 노력이 들지 않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팅과 레퍼런스는 어차피 제가 해야되는 부분이라 큰 변화가 없습니다. 오히려 업무이외의 멘토링이나 매니징하는 시간이 들지않는다는 부분에서 사실 인공지능이 더 낫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 어떻게해야하냐구요? 이건 좀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 따로 “좋은 VC란 무엇인가” 뉴스레터에서 따로 다뤄보겠습니다. 기다려주실 분들은 아래 링크로 사인업 부탁드립니다!
물론 저도 제가 대체될수있다는 생각을 항상 하면서 어떻게 하면 대체되지 않을까 고민해보는데, 지금까지 저의 결론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글로 쓸수없고, 공식적으로 말할수없는, 개인적인 친분에서 서로 하나씩 주고받는 정보가 존재할때까지는 제가 조금이나마 인공지능이 갖지못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