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지금 VC 투자를 받아야하는 이유
자본주의는 변하지 않는다. 혼자 만들수는 있지만, 혼자 이길수는 없다.
오늘도 11,000+명의 창업가와 투자자가 주실밸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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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너무 힘을 준 글을 썼더니, 너무 힘도 없고 글의 퀄리티에 집착병이 도져서 글을 못쓰겠더라구요 ㅎㅎㅎ 그래서 이번주부터는 다시 힘빼고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자칫 뻔해보이는 내용이지만 누군가에는 도움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아래 글은 VC의 뇌속을 헤집어본 글로, 주변 LP, VC, 현업에서 따로 연락을 많이 주신 글이니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TLDR for AI
바이브코딩으로 만드는 비용이 0에 수렴하면서 바이브코딩 대란이다. 근데 만드는 게 쉬워질수록 파는 건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진다. 나 혼자 만들 수 있는 것은 남들도 혼자 만들 수 있고, 그래서 아무도 사지 않는다. VC가 필요 없다고? 이제 만드는 데는 돈이 안 들지만, 파는 데는 훨씬 더 든다. 그리고 VC는 돈 말고도 네트워크, 인재, 신뢰, 상담을 준다. A* Capital이 Paraform에 시드를 넣자 20년 네트워크가 따라 들어왔고, Palantir CTO가 투자자이자 고객이 됐다. 만드는 것은 더 이상 해자가 아니다. 이건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자유 시장 경제의 논리다.
만드는 데 돈이 들지 않는다
만드는 비용이 0에 수렴하고 있습니다. 바이브코딩 플랫폼들 덕에 주말이면 앱 하나가 뚝딱 나옵니다. 예전에는 개발자 3명, 6개월, 수천만원이 필요했던 일이 혼자서 이틀이면 됩니다.
그러다보니 요즘 소셜미디어들을 보면 정말 난리입니다. “내가 쓰려고 만든 앱인데 너무 좋아. 써볼사람?”, “다운로드가 1,000건이 넘었어! 강의해줄까?”, “10명의 유료 구독자가 생겼어!!!”. 소프트웨어와 앱을 만든다는 것이 개발자들만의 전유물이고, 본인과는 먼 이야기라고 했던 분들의 뿌듯함과 희열이 여기까지 느껴집니다.
동시에 네이버 블로그 초창기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2005년에 직장인이시던 구독자 여러분들께서 경험하신 “나도 블로그 만들었어! 조회수 봐! 우왕 굿” 하던 시절, 글을 쓴다는 것이 작가나 기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시절이 무너지면서 많은 분들이 똑같은 희열을 느끼시지 않았을까 합니다 (저는 태어나기 전이라 잘 모릅니다.)
주실밸 카톡방도 창업자, 투자자로 3천명이 늘 가득차 있다보니 쉴새없이 본인이 만든 앱에 대한 광고 글이 올라옵니다. 제가 여태까지 스타트업 광고는 허용했었는데, 이제 바이브 코딩앱들이 “스타트업”이 되어 너무 광고가 많이지는데다, 보안을 비롯해 걱정되는 부분도 있어서, 일단 광고를 금지해놓은 상태입니다.
이렇듯 걱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저는 더 많은 사람이 빌더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하는만큼, 너무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VC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투자를 받을 필요 없다는 생각들이 여기저기서 보입니다.
“돈 안 들이고 만들 수 있는데 왜 VC한테 지분을 줘야 해?”
충분히 합리적인 질문이라고 봅니다. 만드는 비용이 0이면 VC가 필요 없어 보이는 건 당연하죠.
그런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분들이 똑같은 벽에 부딪힙니다.
“이걸 만들다니...난 이제 개발자야!!! FIRE!!!...근데 어떻게 팔지?”
타이밍이 좋아서, 어느정도 수익이 나는 분들도 똑같은 문제에 부딪힙니다.
“오 결제라니! 난 이제 디지털노마드! 솔로프리너! 1인 유니콘!...근데 어떻게 키우지?”
만드는 비용이 내려오면, 파는 비용은 올라간다
만드는 데 $0이 들면, 누구나 만듭니다. 내가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던 프로덕트를 이미 수천명이 만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안보이냐구요? 그들도 똑같이 어떻게 파는지 모르니까요...?
10만 명이 비슷한 CRM툴을 만들고, 10만 명이 비슷한 SaaS를 올립니다. Product Hunt에 매일 쏟아지는 똑같은 런칭을 보거나 만드는 앱마다 “너무 많아서” 앱스토어에서 심사가 거절되는 걸 보면 어떤 느낌인지 아실겁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저렴하고 빠르게 만들 수 있다 보니, 공급이 무한대가 되었고, 그로 인해 고객의 관심을 얻는것, 나아가 지갑에 도달하는 건 훨씬훨씬 더 힘들어졌습니다.
“만드는 비용은 0에 수렴할수록, 파는 비용은 무한대로 수렴한다”는 거죠.
노이즈를 뚫고 고객에게 도달하는 능력. 다시말해 마케팅, 브랜딩, 유통, 세일즈. 이건 코드 한 줄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돈이 듭니다.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시간이 걸립니다.
처음에 언급했던 네이버 블로그의 역사는 이 현실을 너무나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누적 3,300만 개. 글 28억 건. 하지만 그중에 결국 본업을 대체한 블로거는 전체의 1%도 안 됩니다. 애드포스트 평균 수익이 월 2-3만원이었거든요.
나 혼자 만들수있는 것은, 남들도 혼자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사지 않습니다. 만약 사더라도,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바이브코딩이 지금 바로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네가 만들 수 있으면 나도 만들수 있다.
저는 지나가다가 좋은 아이디어의 툴을 보면, 구매는 생각도 안하고, 심지어 가입이나 다운로드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정보를 주기도 싫고, 보안도 불안하고, 장기적으로 관리나 업데이트는 안될게 뻔하고, 결국 언젠가는 유료화 할거니까요.
차라리 그 아이디어를 클로드 코드에 던지고, 엔터만 몇번 치다보면, 똑같은 걸 제가 혼자 쓸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제가 혼자 쓰니까, 화려할 필요도 없고, 리스크도 적고, 관리도 클로드가 해주면 되고, 돈도 안내도 되는거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성장하는 비지니스를 만들려면 오히려 더 투자를 받고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물론 저도 여전히 프로덕트로 승부를 내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그게 어떤 것일지 (비전 프로 일지도?) 모르겠어서, 너무 멀리만 보지말고 지금 당장에 집중하자면, 프로덕트를 차별화하기 힘들다면, 네트워크, 인재, 속도, 마케팅으로 승부를 봐야하고, 이건 모두 돈이 드는 일입니다.
다시말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걸 만든다면, 돈과 네트워크가 더 많은 쪽이 승리하는 게임입니다. 제가 얼마전 해커톤의 몰락에 대해 쓴 글과도 일맥상통하죠.
제 생각엔 실행이 쉽고 싸지면서, 오히려 아이디어도 보호받기 힘든 시대가 되었습니다. 결국 단기적으로 가진자가 더 가지는 게임이 되어버린 거죠. 대기업이, Anthropic이, 모든걸 다 집어 삼키는 지금의 상황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돈 말고도 더 줄 수 있는 VC를 만나라
그래서 결국 투자자가 필요합니다. 더군다나 VC의 가치는 돈만이 아닙니다.
1. 자본: 만드는 건 공짜가 됐지만, 파는 건 공짜가 아닙니다. 마케팅, 유통, 인재, 인프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시행착오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사는 겁니다. 부트스트랩은 실패 1번이면 끝이지만, 자본이 있으면 피봇 3번 할 수 있습니다.
2. 네트워크: 유력 고객사의 전화번호. 바이브코딩으로 복제할 수 없는 유일한 것입니다. 투자자 명단이 곧 고객 파이프라인이 됩니다.
3. 인재: 좋은 사람은 좋은 VC가 투자한 회사에 갑니다. “a16z 포트폴리오”라는 한 줄이 채용 광고 100개보다 강합니다.
4. 신뢰: 바이브코딩으로 만든 앱 vs Sequoia가 투자한 스타트업. 고객이 누구한테 지갑을 여는지는 명확합니다. VC의 이름이 곧 신뢰 자본입니다.
5. 상담: 창업자는 매일 답 없는 결정을 내립니다. 좋은 VC는 답을 주는 게 아니라 함께 들어주고 고민해줍니다. 수백 개 포트폴리오에서 같은 실수를 봤으니까요.
물론 이것들을 줄 수 없는 VC에게서는 투자를 받을 필요는 없고, 창업자가 이 중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제외한 부분을 채워줄 VC를 찾으면 됩니다. 모든걸 이미 다 가지고 있다면 VC는 당연히 필요 없겠죠. 그래서 두 번째 창업에서 YC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미 네트워크가 있고, 신뢰가 있고, 경험이 있으니까요.
제가 예전에 쓴 글이 있습니다. 한 창업자가 저에게 “투자가 집행되면, 너와 우리는 어떤 관계라고 생각해?”라고 물었을 때,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나는 너의 영업사원이야.”
결국 VC는 돈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경쟁에서 살아남을 무기를 쥐어주고, 동료를 찾아주는, 창업자가 프로덕트와 세일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나머지를 해결해주는 파트너로 생각을 하시고 그리고 그런 역할을 해줄수있는 VC를 만나고 투자 받으셔야 합니다.
Paraform이 증명한 것
(아래 내용은 언론에 공개된 내용을 기반으로, 제가 프라이머사제의 포트폴리오인 Paraform의 Series A를 네고하고 관리하면서 느낀 점입니다)
실질적인 예시를 보여드리겠습니다. 한국계 호주인 창업자가 대표로 있는 Paraform은 AI 리크루팅 플랫폼입니다. 아시다시피 이미 같은 걸 하는 회사는 수십 개입니다. 프로덕트 자체의 차이? 솔직히 거기서 거기입니다.
근데 이 회사의 고객리스트에는 Palantir가 올라와있고, 최근 Series B 투자자 명단을 보면 Palantir CTO. Stripe COO. Shopify President. YouTube 공동창업자가 올라와있습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2024년에 A* Capital의 Kevin Hartz가 Paraform의 시드라운드를 리드했습니다.
그리고 투자는 파라폼의 역사를 완전히 바꿔놨습니다.
Hartz와 Palantir CTO Shyam Sankar는 20년에 가까운 인연입니다. 다시말해 Hartz가 Paraform에게 가져온 건 돈이 아니라, 그의 네트워크였습니다.
이 관계를 통해 Paraform은 급성장하던 Palantir에 인재를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이 되며 함께 급성장했고, 이 자체가 레퍼런스가 되어 네트워크를 확장했고 해자를 키워갔으며, 이를 통해 실리콘밸리의 메인스트림 테크회사들과도 관계를 확장하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거죠.
여러분들도 바이브코딩으로 똑같은 프로덕트를 주말에 만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프로덕트를 Palantir CTO에게 팔수, 아니 보여줄수나 있을까요?
그래서 어쩌라고
이건 개인의 능력이나 꿈, 혹은 열정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냥 자유 시장 경제의 논리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라도, 공급이 무한대인 시장에서 수요를 잡으려면 자본과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100년 전에도 그랬고, 10년전에도 그랬고, AI 시대에도 다르지 않습니다. 기술이 바뀌었을 뿐, 시장과 경쟁의 구조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만드는 비용이 0이 되면 진입장벽이 사라지고, 진입장벽이 사라지면 경쟁이 격화되고, 경쟁이 격화되면 결국 인재를 유치하고,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자본이 있는 쪽이 이깁니다.
지금 남들이 돈이 필요없다고 할때, 오히려 투자를 받아두면, 남들이 자본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을때, 이미 먼저 치고 나갈 수 있습니다. 남과 같이 해서는 절대로 남을 이길 수 없습니다.
혼자 만들 수 있는 시대는 맞습니다. 하지만 혼자 이길 수 있는 시대는 단 한 번도 온 적이 없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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