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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안입니다.
이번 주에 앱을 두 개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스크린샷 정리 앱을 따라 만든 것이고, 하나는 카톡을 흉내 낸 커뮤니티 앱입니다. 둘 다 10월 13일 하루 만에 TestFlight에 올라갔고, 저 혼자서 마음껏 써보고 있습니다.
역시 제일 중요한 건, 저는 코드를 한 줄도 직접 쓰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왜 앱을 만들었냐고요?
우선 엉망진창인 사진첩을 정리하고 싶어서 앱을 받았는데 다들 광고나 소액결제를 유도하는 게 짜증나서 만들었습니다. 사실 아래 뉴스레터에 썼듯이 웬만한 맥 앱은 직접 만들어서 쓰는데, 아이폰용 앱은 등록이 귀찮아서 안 했다가 생각난 김에 몇 시간 만에 후다닥 해결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는 제가 원하는 아이폰 앱도 다운받지 않고 그냥 다 만들어서 쓸 계획입니다. 이제 각자 원하는 앱을 만들어서 쓸 수 있습니다. 그러면 기능만 팔던 앱은 설 자리가 없어지고, 당연하게도 코딩은 더 이상 해자가 아닙니다.
우선 제가 이번 주에 직접 겪은 것부터 정리해 보겠습니다.
한번 보고 그대로 다시 만들었습니다
원래 PICNIC이라는 사진첩 정리 앱을 썼었는데, 유료 소액결제와 하루 제한이 귀찮아서 잘 안 쓰다가 얼마 전에 Reverse Engineer Anything이라는 깃헙 레포가 트렌딩한다는 소식과 스레드에서 대만 사람이 본인 앱을 똑같이 따라 만든다는 사진첩 정리 앱(Clutter)이 있어서 사용해보니 결국 또 광고가 붙어서 그냥 만들어버리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전략기획 본부장에게 문의했습니다.

제 클로드의 답은 의외로 단호했습니다. 앱 바이너리를 뜯는 건 애플 약관 위반이니 하지 말고, 공개된 기능 설명만 보고 처음부터 다시 짜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했습니다. 맥미니에 Xcode를 깔고 몇 시간이 안 돼 클론이 나왔습니다.

- 스크린샷을 카드로 한 장씩 넘기면서 밀어서 삭제·보관·나중에를 고릅니다
- 폴더·태그·메모를 붙이고 사진 속 글자를 인식해서 검색합니다
- 영수증·대화·뉴스·쇼핑으로 자동 분류합니다
마지막 줄이 포인트입니다. 원본은 분류를 사람이 손으로 하는데 클론은 알아서 합니다. 뜯어서 베낀 게 아니라 보고 다시 만들었더니 원본보다 나은 기능이 하나 붙어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앱 인터페이스는 제가 편한 대로, 클로드에게 말만 하면 바로 업데이트됩니다.
앱은 한 번에 완벽하게 작동했고, 삭제한 것들은 마지막으로 재검토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는데 그 또한 5분 만에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이 앱을 그냥 제가 필요할 때마다 열어서 공짜로 광고도 없이 쓰고 있습니다.
혁명톡: 카톡을 흉내 낸 이유
두 번째 앱은 혁명톡입니다. 레딧에 쿠데타와 오픈카톡을 섞은 커뮤니티로, 방장이 왕이 아니라 대화를 하고 공감을 많이 받아 업보(Karma)가 쌓이면 쿠데타를 일으켜 방장이 될 수 있는 오픈 채팅방입니다. 원래 웹앱(app.ianpark.vc)으로 돌던 걸 같은 날 iOS 앱으로 감쌌습니다.
여기서 흉내 낸 건 카톡입니다. 글을 길게 누르면 링크 복사·공유가 뜹니다. 그 링크를 카톡에 붙이면 미리보기 카드가 뜨고, 받은 사람이 가입하면 누가 데려왔는지가 기록에 남습니다. 운영 서버 배포까지 몇 시간 만에 끝냈습니다.


카카오톡은 오픈채팅방이 요약도 안 되고, 관리도 힘들어서, 예전부터 제 인스타, 뉴스레터 등등 포스팅들을 한 번에 모으고, 라이브 세션도 할 수 있는 주실밸앱을 만들고 싶었는데 이번에 우선 시험 삼아 만들어봤습니다.
주실밸 구독자 모두에게 가장 익숙한 건 카톡이라, 카톡의 오픈 채팅 디자인을 참고해서 만들었습니다. 동시에 대화와 참여를 늘리려고 점수제를 넣었고, 보상은 계급과 방장 자격으로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쌓인 포인트를 나중에 주실밸 책이나 북토크로 바꿀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카톡을 흉내 냈다고 했지만, 카톡을 뜯어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람이라면 모두 아는 그 카톡만의 경험을 아는 것만으로 클로드와 함께 이 앱을 순식간에 아주 쉽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 앱은 정식 런칭되면 이메일로 한 번 더 공유 드리겠습니다!)
막힌 곳은 코딩이 아니라 세팅이었습니다
두 앱을 만들면서 실제로 시간이 많이 걸린 곳은 코드가 아니었습니다. 사람 손이 꼭 필요한 세팅이 다섯 개였습니다.
- 맥 관리자 암호 입력
- Xcode 라이선스 동의
- 아이폰에서 "이 컴퓨터를 신뢰" 누르기
- 애플 개발자 계정 $99 결제
- App Store Connect에서 API 키 만들기
코드는 AI가 쓰고 사람은 세팅에서만 손을 씁니다. 그리고 그 세팅은 전부 애플 것입니다. 앱을 만드는 비용은 0에 가까워졌는데 앱을 폰에 올리는 세팅은 하나도 줄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세팅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은 사람 손이 필요하지만, 이것도 곧 제 클로드가 알아서 Aside 같은 브라우저 CLI를 열어서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요.
애플도 곧 문을 열지 않을까?
애플이 이미 한 것과 아직 안 한 것을 먼저 갈라 두겠습니다.
- 이미 한 것: 2026년 2월에 Xcode 26.3을 내면서 Anthropic의 Claude Agent와 OpenAI의 Codex를 Xcode 안에 붙였습니다. 말로 시키면 에이전트가 문서를 찾고 파일 구조를 살피고 프로젝트 설정을 바꾸고 미리보기 화면을 찍어서 자기 작업을 확인합니다. 단 이건 Xcode를 쓰는 개발자용입니다
- 지금 규칙: 무료 애플 계정으로도 내 폰에 앱을 깔 수는 있지만 7일이 지나면 다시 깔아야 합니다. TestFlight나 앱스토어로 가려면 1년에 $99짜리 개발자 멤버십이 필요합니다
- 아직 안 한 것: 일반 사용자가 Xcode 없이 말로 앱을 만들어 자기 아이폰에 까는 일입니다. 제가 10월 16일까지 찾아본 범위에서는 애플이 이런 기능을 발표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여기서부터는 제 전망입니다. 저는 곧 애플이 직접, 각자 원하는 앱을 만들어 쓸 수 있게 해 주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연간 $99를 내는 것처럼 많은 유저들이 매년 그 비용을 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사실 지금의 앱들로부터 30%의 수수료를 받는 것보다 어쩌면 더 효율적이고 수익률이 높은 비즈니스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남이 만든 좋은 앱을 복제할 경우, 일회성으로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그 비용을 최초 창작자에게 나눠준다면, 앱 생태계의 확장성을 지키면서 동시에 지금의 카피캣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 처음부터 만드는 것보다 이미 만들어진 것에 저렴하게 일회성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사람은 충분히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이 부분은 구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구글은 이미 먼저 첫발을 뗐습니다.
구글은 이미 자급자족 앱 시장을 설계했습니다.
제가 TestFlight에 앱 두 개를 올린 바로 그날, 10월 13일에 구글이 재미있는 발표를 하나 했습니다. AI로 직접 만든 앱을 구글 플레이를 통해 내 폰에 깔 수 있게 하겠다는 내용입니다.
- 대상 앱: Google AI Studio에서 말로 지시해서 만든 안드로이드 앱입니다
- 계정: 평소 쓰는 구글 계정이면 됩니다. 구글 발표 문구 그대로 옮기면 "no developer account required"입니다. 원래 플레이에 앱을 올리려면 $25를 내고 개발자로 등록해야 했습니다
- 공개 범위: 만든 앱은 공개 스토어 카탈로그와 분리돼서 내 기기에만 깔립니다. 정식으로 앱스토어에 내놓고 싶어지면 정식 개발자 계정으로 옮겨서 다른 개발자와 같은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 대상 국가: 미국 등 일부 국가의 18세 이상부터 시작합니다.
- 한계: 서버 없이 폰 안에서만 돕니다. 친구, 가족에게 공유하는 기능은 "앞으로 몇 달 안"에 나온다고 했습니다
물론 아직은 미국부터이고 서버도 못 붙이고 친구에게 보내 줄 수도 없습니다. 근데 구글이 겨냥하는 건 스토어에 앱을 하나 더 올리는 개발자가 아니라 정확히 저와 같이 자기 폰 하나만 보고 앱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결국 사람들이 $99 애플 멤버십 하나와 무료 구글 업로드로 자기가 쓰는 앱을 대부분 자급자족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앱을 사서 쓰던 사람이 앱을 만들어서 쓰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브라우저도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
덤으로 브라우저를 열 일도 줄어듭니다. 혁명톡은 원래 브라우저로 app.ianpark.vc에 들어가야 하는 웹앱이었는데 이제는 홈 화면의 앱 아이콘을 누르면 됩니다. 브라우저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브라우저에서 하던 일이 하나씩 내가 만든 앱으로 옮겨 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사실 요즘 브라우저를 거의 안 여는데요, 웬만한 건 제 디스코드에 연결된 클로드가 해결해주고, 이메일도 알아서 보내고 심지어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API로 연결되어서 다 검수해주거든요.
아래는 최근 진행했던 인스타 광고의 해외 광고대행사 인보이스 건을 디스코드에서 해결한 사례입니다. 저는 API키만 찾은후에 브라우저를 열지 않은 상태로, 디스코드를 통해 제 클로드가 모든 걸 해결했고, 이메일까지 보냈습니다.

솔직히 에이전트들 없이 아무것도 못한다면 거짓말이지만, 지루하고 반복적인 30분은 걸렸을 인보이스 작업을 저의 1분만 사용해서 더 좋은 포맷으로 보낼 수 있다는게 저한테는 가장 큰 이득이고, 에이전트들을 셋업한 이후로 제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과 생산성이 계속해서 증가한다는게 놀라운 부분입니다 (이건 따로 글을 쓰겠습니다).
기능만 팔던 앱: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기능"만을 제공하던 앱들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하루 만에 만든 클론이 원본보다 기능이 하나 더 많았습니다. 기능 목록은 앱스토어 설명 페이지에 다 적혀 있고, 이제 그 목록이 곧 설계도입니다.
카피캣이니 뭐니 하는 것도 전혀 의미 없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었다.
요즘 카피켓이라며 윤리도덕을 위반한다는 외침이 제일 논란이 된 곳이 바로 REA입니다. Reverse Engineer Anything의 줄임말로, morluto라는 개발자가 깃허브에 올린 오픈소스입니다. Claude Code, Codex, Cursor 같은 코딩 에이전트에 분해 도구를 붙여서 소스코드 없이 남의 앱을 바이너리까지 뜯어보게 해 줍니다. 10월 16일 기준 별이 약 28만 개입니다. 이걸로 한글2022와 MS워드를 섞은 "한글2026"을 만들었다는 글도 돌았습니다.
법도 뜯는 쪽을 막고 있습니다. 애플 표준 사용권 계약은 앱을 역설계하거나 소스코드를 얻으려 하는 걸 금지합니다. 한국 저작권법 제101조의4도 허락 없는 코드 역분석을 다른 프로그램과 호환하는 데 필요한 경우로 좁혀 놓았습니다.
근데 이 논쟁 전체가 공허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제가 원본보다 나은 클론을 만드는 데 REA는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소스코드나, 역설계는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그저 앱스토어 설명 페이지면 충분했습니다. 사실 REA같은 도구가 없어도 비슷한 앱을 만드는건 너무나도 쉽습니다. 무엇보다 사용자 본인이 자기 버전을 만들어 혼자쓰면 베꼈다고 따질 상대도 없습니다.
그리고 만약 정말 불가능한 것이라면 역설계로 앱을 이해한뒤, 전혀 다른 방식과 코드로 앱의 기능을 똑같이 만든다면, 기존의 법이 어떤식으로 판단할지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결국 앱 개발자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산산조각 났다.
개인적으로 계속 1인 유니콘이 안된다고 한 맥락과 비슷한데, 1인 앱 개발로 돈을 벌던 사람들의 해자는 점점 줄어들고 그들의 유통기한은 명백해져갑니다. 앱을 만드는 것 자체가 해자였던 시절은 끝났고, 이제는 누구나 자기 자신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쓰는 시대가 코앞입니다.

제가 너무 얼리어답터인 거 아니냐고요? 그럴수도 있죠. 저는 Instinct, Must, Dots가 나오기도 전부터 클로드와 GPT와 디스코드를 연결해서 꽤 오래 써왔는데, 약 1년정도 시간차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 앞으로 1년안에, 완전한 앱 자급자족 시대가 애플이나 구글을 통해서든 아니면 Instinct같은 제 3의 스타트업을 통해서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남은 해자는 뭔가?
기능은 하루면 복제되지만 복제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네트워크 효과입니다. 사람이 이미 많이 모여 있어서 떠날 수 없는 곳은 코드를 통째로 베껴도 사람이 따라오지 않습니다.
둘째는 개인화 데이터입니다. 영상 앱은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내가 몇 년 동안 보고 넘긴 기록으로 짜인 유튜브 추천은 새 앱이 처음부터 알 방법이 없습니다.
셋째는 규제입니다. 결제나 금융, 의료는 코드가 아니라 허가로 움직이고, 그 관문을 제일 크게 쥔 건 제 폰에만 깔 앱에도 $99를 받아 간 애플과 구글입니다.
넷째는 피지컬 월드입니다. 아마존 앱은 하루면 베끼지만 그 뒤의 물류센터와 배송망은 베낄 수 없습니다. 줌미팅보다 직접 만나는게 항상 더 좋은 미팅인 이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은 신뢰입니다. 평균이 공짜가 되면 사람들은 기능이 아니라 누가 만들었는지를 보고, 내 돈과 사진과 대화를 맡길 곳을 고를 때 남는 건 결국 이름값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기능을 파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만드는 데 하루, 베끼는 데도 하루면 되는 판에서 "우리 앱은 기능이 좋다"는 말은 아무것도 지켜 주지 못합니다.
기능이 다시 해자가 되는 곳이 있다면, 그건 아직 코드가 없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AI가 아이폰 앱을 하루 만에 찍어 내는 건 세상에 쌓인 아이폰 앱 코드를 보고 배웠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VR이나 AR처럼 아직 만들어진 앱도, 쌓인 코드도 적은 판에서는 AI가 베낄 평균이 없습니다. 그 판에서는 직접 부딪혀서 먼저 깃발을 꽂는 사람이 다시 앞서갑니다.
결국 AI를 이용해서 뭘 할 수 있을지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찾아야 할 더 중요한 건 AI가 못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AI를 이용해서 할 수 있는 건 누구나 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그리고 그건 AI를 구경만 해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저도 늘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시스템을 만들면서 그 능력과 한계를 경험하려고 노력합니다. 결국 AI를 많이 써 보고, 엉뚱한 일도 시켜 보고, 막히는 곳에 직접 부딪혀 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찾은 AI가 막히는 곳이 바로 우리 인간의 해자입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안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