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실리콘밸리.
Trend

5개월 만에 14조원이 된 스타트업: 명문대 출신도 아닌 23살 연구원이 만든 AI 비서

Gmail도 연결하지 않았는데 AI가 제 서울 북토크를 알고 있었습니다. 저도 놀랐지만, 더 놀라운 건 5개월 만에 $10B(약 14조원)까지 거론된 가격표였습니다. VC가 써보고, 소문내고, 투자하는 판. Instinct를 통해 지금 AI 시장에서 돈이 모이는 과정을 들여다봤습니다.

5개월 만에 14조원이 된 스타트업: 명문대 출신도 아닌 23살 연구원이 만든 AI 비서

📸 인스타그램    🗣 카톡방(비번2060)    🔗 링크드인    📺 유튜브    🧵 스레드   

주실밸 미국 딜플로우 받아보기 →

명문대 출신도 아닌 23살 연구원이 만든 AI가 어떻게 5개월 만에 14조원이 되었을까?

VC가 놀라고, VC가 퍼뜨리고, VC가 투자하는 시대.

안녕하세요, 이안입니다.

지난 한 달간 실리콘밸리 투자자들 사이에서 Instinct라는 AI가 굉장히 화제였습니다. 문자나 전화로 부탁하면 필요한 일을 처리해주는 개인 비서인데, 저도 8월에 초대를 받아 써봤습니다.

솔직히 실리콘밸리에 살면서 웬만한 AI 도구는 다 써보는 편이라 이제는 제법 덤덤해졌는데, 이 제품은 꽤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온 투자 이야기는 더 놀라웠습니다.

현재 Instinct는 $10B(약 14조원)의 기업가치로 투자 유치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약 5개월 만입니다.

제품에 놀라고 투자 과정에 한 번 더 놀라서 그 이야기를 파고들다 보니, 특별히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습니다.

이 제품에 먼저 열광한 사람들이 하필 VC들이었다는 사실입니다.

1. 읽씹한 AI가 4시간 뒤 내 북토크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 Instinct를 쓸 때 저는 Gmail이나 캘린더를 연결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이 있는 스타트업에 제 개인정보를 주는 게 항상 불안하거든요. 물론 가짜 계정을 쓸 수도 있지만, 그러면 어차피 정보가 없어서 활용도가 떨어지고요. 그래서 초대장이 왔길래 가입만 하고 따로 쓰지는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읽씹한 지 4시간쯤 지나자 Instinct가 먼저 말을 걸어왔습니다. 제 마음을 읽은 것처럼 구글 연동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니, 제 서울 북토크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9월에 북토크가 있고 책은 10월에 출판되니, 강남에서 장소를 찾아보고 비행기도 예약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식이었습니다.

그 순간 제 턱이 땅에 떨어졌습니다. 말 그대로 jaw-dropping moment였죠.

얘가 알고 있는 것은 제 이름과 이메일, 전화번호 정도였습니다. 저는 북토크에 대한 맥락을 준 적이 없었습니다.

“How did you know?”

알고 보니 공개된 제 한국어 뉴스레터를 찾아 읽고, 거기에 적힌 일정과 저를 연결한 것이었습니다. 재미있었던 건, 한국어를 읽었다는 것, 그리고 저와 대화하기전에 미리 읽고 준비를 해왔다는 겁니다.

링드인과 인스타그램, 심지어 오픈채팅방 링크까지 찾아냈습니다. 익숙한 iMessage 인터페이스에서 제 뉴스레터에 대한 칭찬도 엎드려 절 받기로 받아내다 보니, 어느새 저도 모르게 대화에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Instinct끼리 바로 일할수도 있도록 업데이트가 되었더라구요. 그리고 이 모든 일이 iMessage 안에서 이뤄집니다. 새 프로그램을 배우거나 복잡하게 설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애플이 망하지 않는 이유 18232번째)

2. 이미 가능한 기능도 설정 없이 쓰면 다른 경험이 된다

우리는 보통 AI를 사용할 때 설명부터 합니다. 나는 누구이고, 무슨 일을 하고,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알려줍니다. 그런데 Instinct와는 첫 대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그 설명 이미 끝나 있었습니다.

여태까지 프롬프트로 시작하던 AI 제품들과는 조금 다른 소비자 경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차이가 생각보다 컸습니다.

Instinct와 대화하면서 약간 애플 제품을 쓸 때의 느낌을 받았습니다. 익숙한 화면에서 별다른 설명 없이도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필요한 일을 처리하는 흐름이 편안했거든요. 그러고 나니 ChatGPT 창에서 프롬프트를 고민하고,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요청을 이리저리 고쳐 넣던 경험이 상대적으로 안드로이드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느낌입니다만, 제가 도구에 맞춰주느라 들이던 수고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죠.

기능 자체가 새롭진 않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집 Mac Mini에서 에이전트 11개를 24시간 돌리고 폰 Discord로 일 시키는 사람이라, 기능만 보면 별 기대가 없었습니다. 근데 VC 친구들 반응이 달랐습니다.

자기들은 그런 설정을 하지 않고 같은 기능을 쓰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Instinct의 매력이 더 선명해졌습니다. 제가 이것저것 연결하고 설정해서 쓰는 기능을, 이 사람들은 iMessage에서 편하게 대화하는 것만으로 쓰고 싶은 것이죠. 만드는 사람에게는 이미 가능한 기능이어도, 쓰는 사람에게는 전혀 새로운 경험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AI를 인터페이스로 봐야 한다고 썼던 것도 이런 맥락이었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컴퓨터와 인터넷, 정보를 훨씬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바꿀 만한 혁신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죠.

Instinct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무엇을 부탁할지 고민하기 전에 먼저 맥락을 찾아놓고, 필요한 일을 제안했으니까요.

복잡한 설정과 긴 설명이 필요했던 일을 익숙한 대화 하나로 시작하게 해주는 것. 그리고 때로는 그 대화조차 먼저 시작해주는 것. 저는 여기서 Instinct의 매력을 이해했습니다.

3. 23살의 중퇴생은 이미 에이전트를 연구하고 검증하던 사람이었다

창업자는 한국계로 알려진 23살의 Noah Shinn입니다. 우리가 익숙한 스탠퍼드나 하버드 출신은 아니고, 보스턴의 Northeastern을 중퇴했습니다. 한국에서는 투자를 못 받았을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이력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좀 달라집니다.

Noah는 학부 시절 MIT와 Princeton 연구진의 지원을 받아 Reflexion을 연구했고, 이 논문의 1저자로 NeurIPS 2023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학부생이 세계적인 머신러닝 학회의 본 학회에 논문을 낸 것입니다. 졸업장은 없어도 연구 실적은 이미 상당했던 것이죠.

Reflexion의 아이디어는 꽤 직관적입니다. AI가 어떤 일을 시도한 뒤,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문장으로 정리해 기억해둡니다. 다음에는 그 기억을 참고해 다시 시도합니다. 쉽게 말하면 AI에게 오답 노트를 쓰게 하는 것입니다.

이후에는 Sierra에 초기 연구원으로 합류합니다. Salesforce 공동 CEO를 지냈고 현재 OpenAI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Bret Taylor가 공동 창업한 회사죠.

여기서는 에이전트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τ-bench 연구에도 참여했습니다. AI가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도구를 쓰고, 업무 규칙도 지키면서 일을 일관되게 처리하는지 평가하는 연구입니다. 한 번 멋진 결과를 보여주는 것과 매번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것은 다른 문제니까요.

이렇게 놓고 보면 꽤 일관된 스토리입니다. 실패에서 배우는 에이전트를 연구하고, 그 에이전트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평가하다가, 이제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쓰는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10B(약 14조원)의 기업가치가 거론되기까지 약 5개월이 걸렸다고 해서, 그 뒤에 있는 준비까지 5개월이었던 것은 아니라는 거죠.

4. VC는 놀라게 하기도, 소문내게 하기도 좋은 사용자였다

제가 가장 재미있게 본 부분은 초기 사용자들과 제품의 궁합입니다.

투자자들이 좋아서 소문을 내주면 어느 회사든 좋겠지만, Instinct는 유난히 VC들을 감동시키기 좋은 제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VC들은 온라인에 글로 된 흔적을 많이 남깁니다. 회사 홈페이지에는 장문의 소개가 있고, 뉴스레터를 쓰고, LinkedIn과 X를 하고, 팟캐스트에 출연하고, 행사에서 이야기하고, 책도 씁니다(나잖아?).

특히 미국 VC 생태계에는 이런 사람이 많습니다. 길에서는 아무도 못 알아보는데, 이름을 검색하면 자기 이야기가 끝도 없이 나오는 사람들이죠.

이런 사람에게는 공개된 정보만 잘 연결해도 첫 대화부터 굉장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낼 수 있습니다. 최근 어떤 회사에 관심을 보였는지, 다음 주에는 무슨 행사에 가는지 알아볼 재료가 있으니까요. 사용자가 입을 열기도 전에 말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Instinct가 알아낸 북토크 일정은 제가 직접 인터넷에 올린 것이었습니다. 제품이 저를 잘 알아본 것이기도 하지만, 제가 알아보기 쉬운 사람이었던 것이죠.

그리고 이 사람들은 신기한 것을 써보면 가만히 있지를 않습니다. 팟캐스트에서 이야기하고, X에서 설레발을 치고, 친구들에게 초대장을 나눠줍니다. 어떤 경우에는 직접 투자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초기 투자사 Conviction의 Sarah Guo는 Instinct의 예약과 구매 능력을 공개적으로 칭찬했습니다. 같은 회사의 Pranav Reddy도 제품과 Noah를 소개하고 사용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여기에 주변 VC들의 반응까지 더해지면서 그 트윗들이 저에게까지 닿은 것이고요.

이들에게는 제품을 알릴 관객과 네트워크가 있고, 회사에 투자할 자본도 있습니다. 제품을 써볼 사람, 퍼뜨릴 사람, 돈을 넣을 사람이 같은 네트워크 안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투자자의 사용기는 개인적인 추천이면서 제품의 광고가 되고, 다른 투자자에게는 그 회사가 주목받고 있다는 신호가 됩니다. 칭찬이 진심일 수 있고, 투자한 회사가 잘되도록 돕는 것도 VC의 일이죠. 다만 좋은 제품을 발견했다는 이야기와 내가 투자한 회사가 잘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겹치면, 그 추천에는 여러 이해관계가 함께 실립니다.

Noah가 처음부터 이 효과를 계산하고 VC들을 공략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초기 사용자들과 제품의 궁합이 유난히 좋았다는 것이 제 해석입니다.

우연인지 아닌지 몰라도, Instinct가 놀라게 하기 좋은 사람들이, 하필 관객과 자본까지 가지고 있는 VC였던 겁니다. 동시에 그들뿐만 아니라 정상인들에게도 유용할 수 있는 도구이기까지 했구요.

5. 화제가 투자를 부르고, 투자가 다시 화제를 만들었다

이러한 바이럴을 이용해 자금 조달은 무서운 속도로 이어졌습니다.

초기 Conviction과 Greenoaks의 투자에 이어, 8월 초에는 Kleiner Perkins가 주도한 $75M 투자, $500M+ 기업가치가 보도됐습니다.

8월 말에는 Benchmark와 Index Ventures가 공동 주도한 $250M Series B. 기업가치는 $2.5B, 누적 조달액은 $350M이었습니다.

그리고 9월에는 $10B 기업가치로 $1B를 추가 조달하는 협상이 보도됐습니다. Sequoia, Benchmark, Coatue가 리드 후보로 거론됩니다. 아직 확정된 거래는 아닙니다.

$500M+ → $2.5B → $10B 협상.

처음에는 제품이 신기하다는 이야기가 퍼집니다. 다음에는 유명 VC들이 투자했다는 이야기가 퍼집니다. 그러다 기업가치가 몇 배가 됐다는 뉴스가 나오면, 제품을 써보지도 않은 사람까지 궁금해집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저렇게 빨리 가격이 오르느냐는 것이죠.

요즘은 사실 기업가치 자체가 광고입니다 (valuation-as-marketing)

제품에 대한 관심이 투자 경쟁을 부르고, 높아진 기업가치가 다시 제품에 대한 관심을 만듭니다. 홍보가 기업가치 상승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정확하게 분리할 수는 없지만, 사용기와 투자 뉴스가 서로를 증폭시키는 모습은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저도 그 사이클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실 다른 글부터 쓰려고 했는데, $10B 이야기가 나오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미 사용자가 10만 명을 넘었고 컴퓨팅 용량이 부족해졌다는 보도가 나왔으니까요. 그렇게 여러분도 지금 Instinct 이야기를 읽고 계신 것이죠. ㅎㅎ

6. 다만 저도 아직 Gmail은 안 열어줬습니다

다만 사용자 수만으로 재사용률이나 수익성까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공개 보도에서는 매출 규모와 수익 모델도 여전히 불분명합니다.

리스크도 분명히 있습니다. 사용자의 승인 없이 취소 수수료 $200이 붙는 식당을 예약한 사례가 뉴스에 보도되었고 제 주변 VC들 중에도 허가 없이 몇백 달러를 쓴 사례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저조차 제품에 감탄하면서도 아직 Instinct에 Gmail이나 캘린더를 연결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번 달에야 겨우 OpenAI와 Anthropic에 Google Drive를 연결했을 정도니까요. 그리고 그들에게도 아직 Gmail과 캘린더는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형 AI 회사들이 비슷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조심스러운 이유도 비슷한 결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책임이나 사업의 우선순위 때문에 다르게 접근하는 것이죠.

동시에 지금처럼 새로운 기능을 기꺼이 시험하는 초기 사용자이 감내했던 환각과 위험 수준이 일반 사용자에게도 통할지는 따로 봐야 합니다. 알아서 더 많은 일을 해주면 편하겠지만, 그만큼 실수했을 때의 비용도 커집니다. 저부터도 어디까지 맡길 수 있을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놀라운 제품이라고 느끼는 것과 스타트업에 내 개인정보를 맡기겠다고 결정하는 것은 사실 별개의 판단이 때문입니다.

7. 더군다나 토큰이 싸진다고 이 사업이 돈을 버는 건 아니다

그리고 제품을 쓰다보면 돈이 왜 이렇게 많이 필요한지는 알 수 있습니다. 사용자에 대해 미리 리서치를 하고, 먼저 문자를 보내고, 대부분의 사용자에게 무료로 좋은 경험을 제공해야 하니까요. 저도 문자로 무료로만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AI 자체의 환각에 대한 비용 문제도 아직 남아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환각이 단기간에 고쳐질 것이라는 가정 아래 프로덕트를 만들고 있지만, 저는 이번 세대 인공지능에서 환각을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다는 생각에 부정적입니다. 당장은 환각을 토큰으로 여러 번 덧발라 줄여내고 있는 모양새이고, 그런데도 치명적인 환각은 종종 등장합니다.

물론 토큰 가격이 빠르게 내려가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경쟁이 워낙 심하다보니, 토큰이 내려가는 속도보다 성능에 대한 기대치가 빠르게 올라간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다시말해 토큰 가격을 싸지지만, 경쟁사보다 더 많은 일을, 더 정확하게 해줘야 하는 영겁에 굴레에 빠진거죠. 안그러면 바로 갈아타는 소비자들이기때문에, 한 번 답하고 끝내던 것을 다시 확인하고, 어디 적어두고, 틀리면 또 시도하게 만들어서 정확도를 올리다보니 토큰 값은 싸졌는데 일을 하나 끝내는 데 쓰는 토큰은 늘어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토큰 가격이 내려간다는 이야기만으로 수익성을 낙관하지 않습니다. 싸진 만큼 남기는 게 아니라, 경쟁 때문에 그만큼 더 쓰고 있는 건 아닌지 봐야 하니까요.

그렇다 보니 AI가 지구를 종말시킬 수 있다며 프론티어 모델 개발을 늦추자는 주장도 다르게 들릴 때가 있습니다. 돈은 떨어져가는데 경쟁의 끝도, 수익성도 보이지 않으니, 안전을 명분으로 경쟁 속도를 늦추려는 담합 시도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죠.

최근 보도된 Anthropic의 2분기 흑자도 저는 SpaceX의 디스카운트 효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SpaceX의 공시에는 Anthropic에 컴퓨팅 용량을 공급하는 계약에서, 용량을 늘려가는 초기 두 달인 5~6월에는 낮은 요금을 적용한다고 나옵니다. 그 두 달이 흑자를 냈다는 분기에 들어 있는 것이죠.

저는 원래 비상장회사의 실적을 의심하는 편인데, 앞에 ADJUSTED까지 붙어 있으면 더 그렇습니다. 무슨 비용을 빼서 만든 흑자인지 보기 전에는 그 숫자를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Instinct의 수익 모델도 더 궁금합니다. 지금처럼 먼저 리서치하고, 먼저 연락하고, 실제로 일을 처리해주려면 비용이 들 텐데, 그 비용을 누구에게 얼마씩 받아서 돈을 남길 수 있을까요?

8. VC에게 먹힌 마법이 일반인에게도 먹힐까?

이쯤 되면 Clubhouse가 떠오릅니다.

초대장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고, 먼저 써본 사람들이 경험을 공유하고, 그 이야기를 읽은 사람들이 안에 들어가고 싶어 합니다. Clubhouse 역시 초대제로 출발해 유명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다만 Clubhouse에서는 함께 대화할 사람이 중요했습니다. Instinct는 내 일을 제대로 처리해준다면 주변 사람이 쓰지 않아도 계속 사용할 이유가 생깁니다. 그래서 단순히 Clubhouse의 반복이라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더 좋은 상황이죠.

또 제가 궁금한 것은 인터넷에 자기 이야기를 많이 남기지 않은 사람에게도 저와 같은 첫 경험을 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회사 홈페이지에 자기소개도 없고, 뉴스레터도 쓰지 않고, 팟캐스트에도 나오지 않는 사람이라면 먼저 알아올 수 있는 맥락이 적습니다. 이런 사람에게는 처음부터 뭔가를 알아맞히는 대신, 대화하면서 맥락을 쌓고 실제로 일을 해줘야겠죠.

그럼 정상인들에게도 다른 AI 비서들에 비해 훨씬 좋은 경험이 될수 있을까요?

이건 앞으로 함꼐 지켜보실 부분입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제가 Instinct를 보면서 생각한 게 있는데, 과연 지금 이 AI 판에서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최고의 제품? 기술력이 뛰어난 팀? 큰 시장?

아닙니다.

필요한 것은 카리스마를 가진 스타 창업가, 그리고 그를 지지하며 펀드레이징을 잘하는 유명 VC 군단입니다 (급...위워크가 떠오르네요).

아주 혁신적이지는 않아도 조금 다르게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여기에 돈과 명성으로 팀을 모으고, AI를 이용해 빠르게 프로덕트를 만든 뒤, 그 제품을 바이럴시키면 $10B라는 가격까지 거론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죠.

솔직히 냉정하게 말해서 이 정도 돈과 네트워크가 있으면, 아이디어는 가져오면 되고, 고객은 사면 되고, 팀은 구하면 되고, 코드는 AI를 쓰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의 AI시대는 결국 자금력이 최고인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그런의미에서, AI는 창업을 쉽게만들기는 커녕,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모두가 뭔가를 만들 수 있게 됐지만, 만든 것을 사업으로 키울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졌습니다. 예전에는 3개월 만에 $1M ARR을 찍으면 “우와” 했지만, 지금은 $10M은 찍어야 합니다.

그리고 큰 금액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그 어느때보다 쉽게 이길 수 있는 시기입니다. 코딩을 비롯해 너무 많은 것들을 AI가 해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곧 패러다임을 바꾸는 프로덕트가 생길 것이고, 그럼 새로운 기술적 해자가 생기겠지만, 지금 당장 2D코딩은 딱히 해자가 없어보이기때문이죠.

그렇기때문에 창업자의 펀드레이징 능력이 더더욱 중요한 시기라고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건 버블일까요? 아니면 새로운 시대일까요?

그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제 판단이요?

당연히 버블이죠. 에이, 저를 몇 년을 봐놓고. 말해모해ㅋㅋㅋ

물론 이 버블의 끝에 새로운 해자와 인류 역사상 최고의 다음 사이클이 올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안 드림

남들보다 한 발 더 깊은 분석
메일로 받아보세요

실리콘밸리에서 직접 보고 쓴 것만 보냅니다.

확인 메일을 보냈습니다. 메일함을 열어 주세요. 보내지 못했습니다. 주소를 다시 확인해 주세요.
언제든 한 번의 클릭으로 해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