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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Gemini 4 Pro가 OpenAI와 Anthropic을 제쳤다?
아직 구글의 공식 발표는 없지만, 제미나이 4 프로로 추정되는 모델이 익명 테스트에서 엄청난 성능을 보인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LMSYS Chatbot Arena에 다른 이름으로 올려져서 테스트되고 있다고 알려져있는데, 아래 표를 보면 Astra, Fable 전부 이겨버리는 벤치마크이긴 합니다.

솔직히 요즘 기존 벤치마크들이 AI의 실제 성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편이라, 직접 써봐야 얼마나 쓸 만한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기대를 모으는 소식이기는 합니다.
"미쳤습니다!!!"? 이젠 그저 일상일뿐
그런데 말입니다.
솔직히 구글이 지피티와 클로드를 이겼다는게 사실이라고해도 별로 놀랍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모델은 꾸준히 나오고 있고, 다음 세대 Astra와 Fable도 나오겠죠. 번역하고 퍼 나르기 좋아하는 “인플루언서”들은 또 “이거 미쳤습니다!!! 모르면 뒤처집니다!!!” 하면서 프롬프트 한 줄로 게임을 만들었네, 영상을 만들었네 하고 난리를 칠 겁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면 다들 “아스트라 왜 멍청해짐?”이라고 불평하기 시작하겠죠.
모델 성능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저는 점점 예전만큼 큰 차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특정 행동을 더 잘하는 대신 다른 부분은 아쉬워서, 업그레이드보다는 옆그레이드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요.
물론 어떤 transformer급 발명이 지금의 흐름을 뒤집어놓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 사용 경험에서는, 매번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올라간다기보다 서로의 장단점을 좁혀가는 모습에 가깝습니다.
결론적으로 Gemini Pro 4를 내놓든, Astra 7을 내놓든 Fable 6를 내놓든 그 경쟁은 한동안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새로운 모델이 나올떄마다 약간 더 좋은 성능이나 기능을 보여줄 것이고, 경쟁사들끼리는 또 서로를 베끼고 이기려고 앞만보고 달려야하는 상황입니다.
사용자에게는 반가운 발전입니다. 동시에 회사에는 피곤한 상황이죠.
“도대체 얼마나 많이 이겨야 돈을 벌 수 있는 거지?”
가만히 보다보면 우버와 리프트가 고객을 데려오려고 돈을 엄청 태우던 경쟁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델 연구와 컴퓨팅 인프라까지, 그때보다 훨씬 막대한, 압도적인,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한 경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돈으로 범벅이 된 치킨게임
AI 회사들은 막대한 돈을 들여 모델을 만들고 고객을 모읍니다. 이제 좀 안정되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까 싶은데, 경쟁사가 또!!! 더 좋은 모델을 내놓습니다.
그럼 다시 연구하고, 인프라를 확보하고, 인재를 모으느라 돈을 더 써야 합니다.
동시에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 자체에도 계속 돈이 듭니다. 서비스 유지하는데 매 건마다 추론 비용이 들고, 초기 투자도 큰데 운영비까지 만만치 않습니다. 서비스에서 이익을 남기더라도, 그 돈으로 다음 세대 연구와 인프라 확대까지 감당할 수 있느냐는 또다른 문제입니다.
아까 우버가 떠오르긴 했지만, 적어도 우버는 운행하는 차량 대부분을 직접 사야 하는 사업은 아니었습니다. CAPEX가 아예 없었다는 뜻은 아니지만, 차량 구매 부담까지 직접 떠안는 구조는 아니었던 것이죠.
문득 "그렇다면 차라리 위워크에 가깝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대한 초기 투자, 오피스 공간과 인테리어 대신 데이터센터와 GPU, 매출이 늘어도 계속 필요한 추가 자금. 직접 자산을 보유하든 장기 사용계약을 맺든, 미래의 수요를 예상하고 먼저 인프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 아주 닮았죠.
그런데 위워크는 그래도 고객에게 일정 기간 쓰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2019년 6월 기준 고객 계약의 평균 약정 기간은 15개월을 넘었습니다. 사무실을 옮기려면 실제로 이사도 해야 했고요.
소비자용 AI의 월 구독은 다릅니다. Astra가 마음에 안 들면 Fable을 시험해보면 됩니다. 이사할 필요도 없습니다.
즉, 데이터센터에 들어간 돈은 몇 년에 걸쳐 회수해야 하는데, 고객은 다음 달 구독을 끊으면 그만입니다.
투자자입장에서 보면 껄끄러운 구조입니다. 앞으로 들어갈 돈은 큰데, 그 돈을 회수할 때까지 고객이 남아 있을지는 계속 증명해야 합니다. 위워크조차 받았던 장기계약을 지금 AI회사들이 소비자 월 구독에서는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기업 고객은 조금 다릅니다. 장기계약도 있고, 업무와 데이터가 연결돼 있으면 옮기는 과정도 복잡합니다. 앤트로픽이 기업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이 이 관점에서는 유리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애초에 제가 2023년초에 투자검토할떄 OpenAI가 이쪽을 집중해야한다고 보고서를 쓰긴했지만...)
개인 고객에게도 익숙한 사용법과 쌓인 대화가 있으니 충성도가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사용법이야 비슷하고, 대화는 쉽게 export되기도하고, 저처럼 여러 서비스를 함께 쓰는 사람이라면, 더 많이 쓰는 쪽의 요금제를 올리고 덜 쓰는 쪽은 줄일 수 있습니다. 한쪽이 확실히 좋아지면 다른 쪽을 끊을 수도 있겠죠.
AI 사업들이 WeWork와는 다르게 온라인 사업이라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용이 내려갈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 가능성을 실현할 때까지 들어가는 돈은 누군가 계속 내야 합니다.
결국 모델도 잘 만들어야 하고, 고객이 머무를 제품도 만들어야 합니다. 모델 하나 잘 만들었다고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 아닌 겁니다.
그래서 다 같이 쉬고 싶은데, 아무도 먼저 멈출 수 없다
그러다 보니 AI 회사들의 피로감도 상당한 것 같습니다. 회사자체도 그렇고, 직원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구요.
AI가 올린 생산성과 빨라진 피드백이 오히려 일을 끝없이 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며칠 걸렸을 결과가 당장 나오니, 그 시간을 쉬는 대신 다음 실험을 하는 데 쓰게 되는 것이죠.
좀 쉬면서 투자금도 회수하고 수익성도 챙기고 싶겠지만, 경쟁사들이 기다려주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회사끼리의 경쟁만도 아닙니다. 국가 간 경쟁으로 생각하면 더 복잡해집니다. 미국이 속도를 줄여도 중국이 계속 달린다면,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은 사라지지 않겠죠.
더군다나 요즘은 RSI, 즉 AI가 스스로를 개선하는 능력에 대한 기대까지 붙습니다. 그것이 이미 달성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AI가 연구 자체를 가속할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도, 결정적인 격차를 놓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커질 수 있습니다.
상대가 달리니까 나도 달리고, 내가 달리니까 상대도 멈추지 못하는 굴레가 만들어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괜히 AI가 인류를 종말시키네 어쩌네하면서 속도를 줄이고 싶어하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러다간, 인류가 아니라 본인들이 버티지 못할지도 모르기때문이죠. 뻔한 공포 마케팅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빅테크는 죽지 않는다
모두가 죽었다던 메타도 Muse로 어찌어찌 생존 신고는 하고 있습니다.
벤치마크 하나로 최상위 모델들을 모두 따라잡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소비자 제품인 Muse는 출시 열흘 만에 미국 아이폰 무료 앱 차트 1위에 올랐다고 9월 18일 Axios가 보도했습니다. 장기 흥행까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다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저도 쓰고 있는데, 기본적인 사용 방식은 제가 쓰는 에이전트 서비스 Instinct와 비슷하면서 안전 제약이 조금 더 있는 느낌입니다. 제가 써본 범위에서는 인스타그램처럼 외부 도구로 접근하기 까다로운 서비스와 연결되는 부분이 장점으로 느껴졌습니다.
아무래도 메타는 사람들이 매일 쓰는 앱과 남들이 가지지 못한 데이터가 있다보니, 모델이 조금 뒤처져도, 본인들 생태계안에 가두고, 개선한 제품을 여러번 시도해보게 만들수있는 여지가 확실히 있는것 같습니다.
구글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색, 유튜브, 클라우드가 있고, Flow 같은 영상 제작 제품도 있습니다. 여전히 유튜브 요약은 역시 Gemini이고, 영상 생성도 Seedance가 잘하지만, 유튜브영상들은 구글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즉 개별 제품이 기대에 못 미칠 때는 있어도, 생태계와 데이터를 꽉 쥐고 넘치는 돈으로, 밀리고 져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만들고 따라오는게 구글이니까 가능한거죠.
제일 중요한 점은 이들은 AI 구독료만 바라볼 필요가 없습니다. AI를 직접 팔 수도 있고, 광고나 클라우드, 기기 사업에서 돈을 회수할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기존 사업에서는 계속 현금이 들어옵니다.
다시말해 기존 사업에서 돈을 벌면서 추가 자금을 조달하는 회사와, AI 사업을 키우면서 다음 투자까지 받아내야 하는 회사는 버티는 조건이 다릅니다.
그래서 빅테크는 한 번 밀렸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사람을 다시 모으고, 모델을 고치고, 다음 제품을 내놓습니다. 돈도 있고, 고객도 있고, 남들이 가지지 못한 데이터도 있으니 좀비처럼 돌아와 다시 소비자를 설득하는 겁니다.
물론, 돈이 당장의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실패하고도 한 번 더 해볼 수 있게 해줍니다.
그래서 끝까지 가면 구글이나 메타가 유리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기 어렵습니다. 오늘 모델 하나 이겼다고 안심하기에는, 상대에게 다음 판을 살 돈이 너무 많이 남아 있고, 또 벌고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소비자는 피곤하지만 나쁠 건 없습니다. 새로 나올 때마다 또 써보고 익혀야 하지만, 저 회사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태워가며 서로 이기겠다고 하니 우리는 더 좋은 걸 골라 쓰면 됩니다.
창업자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OpenAI나 Anthropic의 압승을 판단하기에는 조금 이르다는 생각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이미 기대가 적은 빅테크라고 하더라도 새로운 제품을 내놓으면 꾸준히 써보는게 좋다고 생각하고, 동시에 서비스의 백엔드가 어떤 모델이 들어가도 되도록 flexible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말해 누가 이기든 가져다 쓸 수 있고, 그들이 경쟁할수록 내 제품이 좋아지는 사업을 해야 합니다. 동시에 빅테크가 굳이 직접 하지 않을 시장을 깊이 알거나, 직접 만드는 것보다 우리 회사를 사는 편이 나을 만큼 고객과 데이터, 전문성을 쌓아야겠죠.
그런 의미에서 내일은 요즘 유행하는 새로운 방법론인 Jev에 대해 써보고, 이번주에는 귀가 아프게 듣는 "OpenAI가 하면 어떡하죠?"라는 질문에 대한 제 생각도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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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