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anos, FTX, 그리고 Cluely
Roy Lee는 Elizabeth Holmes와 SBF의 길을 가고 있는가
오늘도 11,000+명의 창업가와 투자자가 주실밸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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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uely CEO, 매출 $7M은 거짓이었다고 직접 고백
한국계 대표 덕분에 많이들 아시는 Cluely는 “Cheat Everything”이라는 컨셉으로 틱톡과 트위터를 폭파시켰던, 작년 가장 핫했던 스타트업이었습니다. a16z의 Bryan Kim이 $15M Series A를 투자했고, 실리콘밸리 전체가 이 rage-bait 마케팅의 성공 사례를 이야기했습니다.
바로 3월 5일, 그 Cluely의 창업자 Roy Lee가 X에 본인의 거짓말을 직접 고백했습니다. TechCrunch에 발표한 ARR $7M은 거짓이었다고요. 실제는 $5.2M. $1.8M을 부풀렸습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갑자기 전화가 와서 기자한테 좀 떠들었는데, 기사가 날 줄은 몰랐다.”
이건 분명 잘못한 게 맞습니다. 본인도 인정하고 있고요. 그리고 고백 이후에도 인터뷰 경위를 둘러싼 TechCrunch와의 엇갈린 설명이 나오면서, 신뢰는 계속 깎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사람들은 Cluely를 Theranos와 FTX 옆에 놓고 있습니다.
Cluely와의 인연.
아시다시피 저는 Roy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인터뷰를 치팅했다는 이유로 빅테크에서 잡오퍼를 취소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저는 Roy의 개인 이메일을 찾아내서 연락했고, Columbia 기숙사에 있는 Roy와 Zoom으로 만났습니다. 아직 펀드레이징을 시작하기 전이었고, 제가 거의 처음 만난 VC라고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노트북 카메라로 옆에 있는 코파운더를 보여주며 본인들의 계획을 설명해줬는데, 당시 제가 받은 인상은 기회와 열정이 넘치는 똑똑한 대학생이라는 것이었고 잠깐이었지만 분명 아웃라이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같은 한국계라고 의기투합하며 제게 투자 기회를 열어주었지만 “치팅” 회사라는 이유 때문에 아쉽게도 투자는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Theranos, FTX와 같은 선 위에 놓을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아직은 아닙니다. 그리고 아마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테라노스는 존재하지 않는 기술로 투자자와 환자를 동시에 속였습니다. 실제로 작동하는 제품이 없었습니다. FTX는 고객 자산 수십억 달러를 빼돌려 자매 회사에 넣었습니다. 둘 다 핵심은 같습니다 — 투자자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
Cluely는 실제 매출 $5.2M 위에 $1.8M을 얹었습니다. 숫자를 부풀린 겁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잘못했지만) 그 부풀린 숫자를 기자에게 말한 것과, 투자자에게 말한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법적으로 심각해지는 분기점은 정확히 하나입니다 - a16z를 비롯한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같은 숫자를 들이밀었는지 여부. 그리고 이건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변호사는 아니지만, 제 상식으로는 연방 증권법의 사기방지 조항은 허위 진술이 “증권의 매수 또는 매도와 관련”될 때 적용됩니다. 기자한테 ARR을 부풀려 말한 것 자체는 이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 TechCrunch 기사가 투자자 미팅에서 레퍼런스로 쓰였거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만약 투자자에게도 거짓말을 하고, 직접 허위 자료를 제공했다면, 그건 커리어가 끝나는 일입니다. 테라노스나 FTX와 같은 결말이 됩니다. 하지만 저는 투자자가 아니라 미디어와의 대화에서 한순간의 호승심으로 그랬던 것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투자자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이건 범죄가 아니라 “Fake it until you make it”의 그림자 안에 있는 사건입니다. 비난을 받을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실리콘밸리와 컨설팅의 멘탈모델이지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물어뜯기는가
$1.8M 매출 과장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비난할 수 있고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인터뷰와 삶을 치팅한다던 회사가 대중을 치팅해버린 거니까요. 하지만 저는 Roy가 지금 이렇게까지 이슈가 되고 비난을 받는 것은 그것보다 더 깊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Cluely는 바이럴을 위해 “면접 컨닝”이라는 컨셉을 너무 공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처음부터 비난할 준비가 된 군중을 만들었습니다. 바이럴은 팬과 안티를 동시에 키웁니다. 그러던 중 논란이 터지자 안티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고, 90초짜리 응답 지연이나 공개 디렉토리에 방치된 관리자 비밀번호 같은 것들까지 전부 하나하나 그들의 감시를 받았습니다. 화제성을 올리는 데만 치중하고, 정작 프로덕트에 쓰는 시간이 너무 없어 보인다는 겁니다. 이러한 그동안의 행적이 쌓여 있으니 더 의심을 받고, 실수 하나가 터지자 그 모든 게 한꺼번에 돌아온 겁니다.
이것이 바로 미디어의 양날의 검입니다. 잘 쓰면 좋지만, 실수하면 그 노출만큼 몇 배로 돌아옵니다. Roy가 바이럴로 펀딩을 받은 뒤 조용히 내실을 다졌다면 그냥 넘어갔을 것들이, 그동안 쌓아온 어그로와 유명세 때문에 한꺼번에 돌아온 겁니다. (그래서 모든 창업자분들이 꼭 미디어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할 수 있고 어울리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바이럴보다 리텐션, 리텐션, 리텐션
결국 바이럴은 수단입니다. 그런데 Cluely에서는 바이럴이 목적이 됐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팀이 아니라 관심을 파는 팀이 되어갔습니다.
제가 예전에 쓴 글에서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 인스타에서 죽어가는 스타트업들의 공통점은, 결국 리텐션을 못 잡았다는 겁니다. 리텐션을 잡으려면 프로덕트가 준비되어야 합니다.
바이럴 전략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펀드레이징을 위해 화제성을 만들고, 프로덕트에 시간을 쏟고, 다시 필요할 때 노이즈를 만드는 순환은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화제성에만 집중하면 문제가 됩니다. 결국 지루하더라도 최고의 프로덕트와 리텐션을 꾸준히 만들어가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개발 단계에서는 조용히 있다가, 프로덕트가 완성되고 나서 화제성을 만드는 게 순서입니다. Cluely는 그 순서를 뒤집었습니다.
아까운 건 비전이었습니다
안타까운 건, Cluely의 원래 프로덕트 비전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들의 목표가 제 생각과 일치했고, 공동창업자들이 아웃라이어처럼 보였기 때문에 저도 크게 관심이 갔던 거죠.
이 팀이 꿰뚫어본 건, 코딩 테스트가 더 이상 의미 없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래 뉴스레터처럼 저도 이미 100% 동감했던 부분인데, AI가 코드를 대신 짜주는 시대에, 면접관 앞에서 화이트보드에 알고리즘을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Cluely의 “면접 컨닝” 컨셉이 그토록 빠르게 바이럴 된 건, 그게 단순한 도발이 아니라 모든 개발자들이 마음속으로 느끼고 있던 불편한 진실을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팀이 초기에 고민하던 반투명 오버레이 인터페이스 — 실제 환경 위에 AI가 레이어로 겹쳐지면서 24시간 함께하는 디바이스를 만드는 접근 — 제 생각에 이건 단순한 면접 컨닝 툴이 아니었습니다. 사람과 AI가 실생활에서 끊김 없이 연결되는 인터페이스를 고민한 거였고, 이게 제가 가지고 있던 투자하고 싶은 비전이었습니다.
이 비전은 애플이 작년 WWDC에서 Liquid Glass라는 이름으로 iOS 전체에 밀어넣기 전에 나왔습니다. 조금 과장하면 Columbia 기숙사에서 몇 명이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가 이 방향을 공개하기도 전에, 그 방향으로 프로덕트를 만들고 돈을 벌고 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 비전을 구현하려면 최소 1~2년은 조용히 프로덕트에만 집중해야 했습니다. $5.2M을 만들어낸 능력이 있는 팀이었다면, a16z에게서 받은 자금을 마케터 채용이나 바이럴 캠페인이 아니라 그 기술을 완성하는 데 썼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Cluely는 프로덕트와 리텐션보다는 끊임없는 바이럴에 더 집중했고, 결국 회의록 서비스로 피봇해야만 했습니다. 애플이 지금 만들고 있는 걸 알아본 팀이, 끝까지 밀고 가지 못한 겁니다.
VC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이건 Roy 혼자의 실패가 아닙니다.
나이가 면죄부는 아니지만, 똑똑하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한 Roy를 위한 투자자의 역할은 “잘한다 잘한다”만 해주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학생 창업자에게는, 간섭하라는 게 아니라, 다른 사례를 들려주고, 경험을 공유해주는 멘토링이 필요합니다. 과도한 바이럴이 진행되는 동안, rage-bait이 제품보다 앞서가는 동안, 누군가가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멈춰 세워줬어야 했습니다.
a16z에서 이 딜을 리드한 Bryan Kim은 투자 당시 이렇게 말했습니다 - “중요한 건 절벽에서 떨어지면서 비행기를 만드는 거다.” 하이퍼 그로스 시대의 VC 마인드셋으로는 맞는 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비행기가 추락하고 있을 때, 옆에서 기수를 잡아줘야 하는 것도 투자자의 역할입니다 (당시 제가 아래 뉴스레터에 썼듯이 저는 동의하지 않는 방향이긴 합니다.)
a16z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경험 많은 VC 중 하나입니다. $15M을 투자하면서 바이럴과 명성이 창업자를 집어삼키는 패턴을 경고하지 못했다면, 그건 투자가 아니라 방치입니다. 그리고 이 사태 이후 a16z의 공식 입장은 아직 없습니다. 그 침묵 자체가 이미 메시지입니다.
유명세의 탈출 속도
제가 이번 사태도 그렇고 어중간하게 유명한 사람들(특히 VC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 생각하다가 떠오른 컨셉이 있습니다 - Fame Escape Velocity (유명세의 탈출 속도).
물리학에서 탈출 속도란, 천체의 중력을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속도입니다. SpaceX의 Starship이 지구의 대기권을 벗어나기 위해서도 이 탈출 속도가 필요하죠.
유명세에도 똑같은 역학이 작동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세상의 중심에는 정상인이라는 핵이 존재합니다. 회사 내에서 충분히 인정받으며 워라밸과 일상을 즐기고 정상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주변을 감시, 시기, 질투라는 중력장이 감싸고 있습니다. 그 중력의 원천은 정상인들 사이에 숨어있는, 누군가 앞서나가면 "나랑 동급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잘나가네?"라고 느끼는 사람들입니다.
로켓을 발사하면 — 즉, 눈꼽만큼이라도 유명해지면 — 첫 번째로 진입하는 것이 인플루언서 궤도입니다. 여기가 가장 위험합니다. 애매하게 유명해서 감시는 받는데 수익은 나지 않는 구간. 나랑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갑자기 잘나가면 (e.g. 충주맨), 사람들은 이상하리만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댑니다. 그들의 성공을 깎아내리지 않으면 자신이 뒤쳐지거나 실패한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작은 실수가 “사기”로 둔갑하고, $1.8M 과장이 테라노스와 같은 줄에 놓이게 되는 겁니다.
가장 바깥이 샐럽 궤도입니다. 충주맨 김선태, MrBeast, 일론 머스크가 이 궤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시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압도적인 팬덤이 방패가 되고 수익이 중력을 상쇄합니다. 이 궤도에 도달하면 유명세 자체가 자산이 됩니다.
이 컨셉의 또 다른 포인트는 연료입니다. 바이럴은 고체 연료(Solid Fuel)입니다 - 점화하면 폭발적이지만 금방 타버리고, 한번 붙이면 끌 수도 없습니다. 다 타면 새 부스터를 달아야 합니다. 즉 바이럴에 의존하는 순간, 끊임없이 다음 바이럴을 만들어야 하고, 연료가 떨어지면 중력에 끌려 추락합니다. Cluely와 Roy는 지금까지 정확히 이 경로를 탔습니다.
프로덕트와 리텐션은 액체 연료(Liquid Fuel)입니다. 다루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매일 유저 피드백을 받고, 버그를 고치고, 조용히 개선하는 일 — 한 방에 터지지 않고, 관리도 까다롭습니다. 하지만 액체 연료는 제어가 됩니다. 조절할 수 있고 필요한 만큼 정밀하게 쓸 수 있습니다.
Roy는 Cluely라는 로켓을 바이럴이라는 고체 연료로 발사했습니다. 빠르게 올라갔지만, 제어되지 않는 연료는 끊임없이 타 없어졌고 끝없는 논란과 마케팅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액체 연료 엔진으로 전환할 시간 — 즉, 프로덕트를 만들 시간 — 을 충분히 쓰지 않고, 계속해서 다음 고체 부스터를 찾아다녔습니다. 프로덕트를 만드는 건 화제성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이쪽이 결국은 맞는 길입니다. 연료가 떨어진 로켓은 중력을 이길 수 없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게임
제가 보는 Roy Lee는 젊고 똑똑한 창업자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도 느꼈고, $5.2M을 실제로 만들어낸 실행력을 봐도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사건은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미디어를 상대하다가 벌어진 실수라고 봅니다. 거짓말을 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 투자자가 아닌 미디어에 대한 호승심이었다면 — 이건 배움과 반성의 과정이지, 끝이 아닙니다. 사실 말 안 해도 될 걸 직접 고백한 것 자체가, 어느 정도 integrity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금융 범죄가 아니라면, 여기서 그의 커리어가 끝일 필요는 없습니다. Stewart Butterfield는 게임 회사를 두 번 말아먹고 Slack을 만들었습니다. 실리콘밸리는 정직하게 실패한 사람을 영원히 매장하는 곳이 아닙니다 — 거기서 뭘 배웠는지를 보는 곳입니다. 지금까지 고체 부스터를 잘 찾는다는 것을 증명했고 충분히 태웠습니다. 이제 액체 연료 엔진을 켤 차례입니다. 이번 Cluely가 됐든, 다음 회사가 됐든.
욕먹을 거 같지만, 정말 솔직히 말하면, 만약에 시간을 돌려 과거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저는 투자하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VC는 원래 남들과 다른 꿈을 가진 사람에게 거는 것이고, 95%가 망하는 모험자본의 세상에서는 집착과 실행력이 있고 남들과 다르고 호불호가 갈리는 아웃라이어가 승리한다고 믿으니까요. 물론 만약 Roy가 투자자까지 속인 거라면, 그건 제가 사람을 잘못 본 겁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 사람의 다음 챕터를 지켜보고 싶은 마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뽕과 감성에 호소해보자면, 저도, Roy도, Bryan Kim도 넓게 보면 한국인입니다. 인공지능의 수도, 세계 최고의 인재들 전쟁터인 이 실리콘밸리에서 우리가 서로 응원하고 돕고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그런 커뮤니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도, 구독자 여러분들도 모두 항상 늘 다 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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