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가 종말: 소프트웨어 자급자족의 시대
한 달간 15개의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들며 느낀 것들
오늘도 11,000+명의 창업가와 투자자가 주실밸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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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안입니다.
오늘은 지난 한 달간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들면서 느낀 점들을 공유하려 합니다.
아시다시피 저에게 필요한 것들을 하나둘 만들다 보니 잡다한 스크립트나 자동화까지 합치면 25개가 넘는데 의미있게 사용하는 것들은 아래 15개 정도입니다.
이런 과정을 경험하며 제가 느낀 건, 앞으로 소프트웨어는 자급자족하는 시대가 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만 유별나게 그렇게 쓰는 거 아니냐”라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고, 아무래도 제가 실리콘밸리 살다 보니 그런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이걸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게 되는 순간, 모든 게 달라집니다. 이미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회사는 어딘가에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다 보니 요즘 창업가분들이 피칭을 하시면 “이거 그냥 내가 직접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새로운 테스트도 추가되었습니다. 제가 비슷하게라도 만들 수 있으면, 다른 개발자분들도 잘 만드실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들어 쓰는 것들
Voice To Obsidian. 제 생각을 녹음하면 Whisper가 전사하고, Claude가 다듬고, Obsidian에 자동 저장됩니다. 클로드가 다시 가져가서 노트로 정리까지 해줍니다. 만드는 데 1시간. 아예 독립된 macOS용 앱입니다.
Daily Brew. 매일 아침 제 이메일함에 뉴스들을 자동 수집해서 Claude가 요약, Obsidian에 정리한 후 제 이메일과 Discord로 다시 보내줍니다. 제 관심사에 맞춰져 있고, 지난 뉴스레터와 다른 노트들과의 연결고리를 찾아서 설명해줍니다.
데일리 카드뉴스 자동 생성. Daily Brew에서 나온 기사를 HTML 카드로 변환, PNG 렌더링, Threads와 인스타에 캐러셀로 자동 포스팅해줍니다.
브랜드 딥다이브 카드뉴스. 특정 브랜드를 분석해서 딥다이브 형태의 카드뉴스를 자동 생성합니다. 제가 던지는 링크를 프로세스하거나, 제 취향 기반으로 아침마다 브랜드를 10개 추천해주고 그중에 제가 고르면 리서치부터 카드 제작까지 순식간에 해결합니다.
유튜브→카드뉴스 파이프라인. 유튜브나 블로그를 요약하고 카드뉴스로 자동 생성합니다. 제가 던지는 링크를 프로세스하거나, 제 취향 기반으로 아침마다 10개의 영상/글들을 추천해주고 그중에 제가 고르면 바로 요약 및 카드뉴스 제작해주고, 제가 추가한 내용을 반영해 스레드, 인스타에 자동으로 포스팅합니다.
뉴스레터 멀티채널 변환. 제 뉴스레터 원고 하나를 넣으면 영어 번역, 링크드인, 카드뉴스, 릴스 스크립트, 스레드까지 6개 채널용 콘텐츠로 자동 변환됩니다. 아예 독립된 macOS용 앱입니다.
Discord 클로드 봇. 7개 채널(주실밸, 사무실, 서재, 실험실, 상담실, 두뇌태풍, 스레드)에서 대화할 때 페르소나가 자동으로 전환됩니다. 매일 아침 맞춤 브리핑도 자동 발송합니다.
스레드 글/댓글 자동화. 토픽을 수집하고 분석해서 내 말투로 스레드 글을 자동 생성하고, 댓글도 보이스 프로필 기반으로 자동화합니다.
Ian & Friends 랜딩. 프리미엄 전세계 한인 매칭 서비스 홈페이지입니다. React 컴포넌트로 만들었고 클로드가 유지보수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과 일본 고객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ClaudeBar. Claude token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macOS 상태바 앱입니다. 이번 달 얼마나 썼는지 바로 보입니다.
사도회의. 사주, 자미두수, 수비학, MBTI 네 가지 운명 분석 체계를 교차 검증하는 웹앱입니다. 각각 분석이 일치하는 부분과 불일치하는 부분을 한눈에 보여줍니다. 결정사에서 클라이언트분들에게 제공할 자료중 일부를 위해 만들었습니다.
인스타 프로필 평가앱. 우리 카톡방에서 누군가 만드셔서 저한테 보내주셔서 저도 똑같이 만들어봤습니다. 인스타그램 사진을 분석해서 프로필 인기 점수와 최적화 조언을 드립니다. 결정사 내부에서 쓰려고 만들었습니다.
OpenCrew.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대체하는 iOS 앱입니다. 익명 인증, 초대코드 방 참여, 강퇴/가리기 기능까지. 주실밸 오픈채팅방이 3000명이 넘어서 필요한가라고 클로드와 고민상담했더니 혼자 뚝딱 만들어버렸습니다. 여기서만 제공하는 밸류와 컨텐츠가 있다면 가치가 있을 것 같긴 한데, 고민 중입니다.
VC Match. 이것도 누가 아이디어를 올리셨길래, 저도 개인적으로 쓰려고 만들고 있는 VC-스타트업 매칭 도구입니다. 현재까지는 공개된 정보를 쌓고있고 곧 제 개인 노트와 VC친구들과의 이메일/메세지 기반으로 제 주변 대표님들 도와드릴때 쓰려고 합니다.
멀티에이전트 시스템. 팀리더 에이전트 1명이 팀원 4명에게 지시하고, 각 팀원이 심부름꾼 30명에게 병렬 리서치를 시킵니다. 30개 소스를 동시에 뒤져요.
이걸 어떻게 다 만들었냐구요?
처음에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겨서 만드는 과정에 반복되는 패턴이 생겼습니다.
불편한 점이 생기거나, 재미있는 아이디어, 깃헙 레포를 찾으면 시작합니다.
클로드에게 링크를 보내주고 만드는 방법을 제안해달라고 합니다.
최대한 오픈소스를 쓰고, 추가 API없이 클로드맥스 구독으로만 실행가능하도록 클로드가 조립합니다.
프롬프트는 간단합니다. “Whisper Flow 돈 내기 싫은데 어떻게 만들까?”로 시작합니다
조언에 따라 “오픈소스 Whisper 모델로 받아적고 Claude로 다듬어서 Obsidian에 저장하는 스크립트 해줘.” 라고 요청합니다.
안 되면 에러 메시지를 스크린샷해서 보여주고 “고쳐줘”라고 합니다. 3~5번 반복하면 돌아갑니다. 코드의 100%를 Claude가 짰습니다.
만드는 과정은 Obsidian에 기록하게 하고, 수정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그걸 참고해서 고치라고 합니다.
저한테 가장 중요한 건 추가 API 비용없이 Claude Max 구독만으로 모든 게 가능하도록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Claude Max 200 하나로 이 모든 것을 다 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저 혼자 로컬에서 쓸 거기 때문에 보안이나 UX는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정확히 제가 원하는 대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저한테는 그거면 충분합니다.
결국 우리 모두 소프트웨어를 자급자족할 것
이렇게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 이게 되네? 팔아볼까?”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아래 글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30분 만에 만든 앱은 누구나 30분이면 똑같은 걸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다행히도 빨리 정신을 차립니다.
지난 주에 말씀드렸다시피 만드는 비용이 싸지는 만큼, 파는 비용은 비싸집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런 앱들을 계속 만들어서 푼돈을 벌 생각을 하는 것보다, 제 본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게 더 큰 해자를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단은 소프트웨어 자급자족에 좀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자급자족이 제가 생각하는 SaaS 1.0 종말의 메커니즘입니다. 100만 명이 똑같은 소프트웨어를 쓰는 시대에서, 100만 명이 각자 자기만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시대로 넘어가는 겁니다.
앞으로 우리는 누구도 같은 소프트웨어를 쓰지 않는 시대에 살게 될 겁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이를 통해 SaaS가 태어날 수 없었던 영역까지 채워진다는 겁니다. 시장이 안 될 만큼 니치하지만 한 명한테는 절실한 작은 것들이 소프트웨어로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건 단순히 SaaS가 사라진다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시장의 변화이자 생산성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기업도 결국 자급자족하게 될 것
기업은 그래도 퀄리티와 유지보수때문에 계속 쓰지않을까?라는 생각도 잠시 들긴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제 결론은 “엔터프라이즈도 자급자족하게 될 것이다.”입니다
솔직히 제가 직접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과 프라이버시입니다. 제 데이터를 외부 SaaS에 넘기고 싶지 않고 동시에 그 데이터 때문에 끊임없이 돈을 내게 되는 락인을 원치 않습니다.
당연하게도 이는 기업들도 같습니다. 컴플라이언스, 보안, 데이터 주권. SaaS를 도입하려면 제품을 고르고 벤더를 검토하는 과정 자체가 까다롭고 비용이 큽니다.
하지만 이를 대신해 인공지능을 이용해 사내 엔지니어들이 보안망 안에서 필요한 걸 직접 만들고 쓸 수 있다면 어떨까요? 소프트웨어 도입 검토 자체가 사라집니다. CRM이 필요하면 엔지니어가 만들고, 내부 대시보드가 필요하면 그것도 만들고, 고객 데이터는 한 번도 외부로 나가지 않습니다.
소프트웨어나 프로세스가 필요할 때마다 내부에서 만들어낼 수 있다면, 엔지니어 비용은 정당화될 것이고, 동시에 이 엔지니어들의 비용은 이미 과거보다 훨씬 낮을 겁니다.
아시다시피 Facebook이나 Google에는 내부 툴 전담 팀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내부에서 전용 앱을 개발하고 유지보수하는 게 너무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이는 초대기업들만이 가질 수 있는 영역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과거에는 이게 대기업의 전유물이었던 것을, 바이브코딩이 그 문턱을 낮추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모든 회사에 이런 팀이 탄생하면서, 개인도 기업도 소프트웨어를 자급자족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급자족 인프라의 애플은 누구일까?
개인도 기업도 자급자족하게 된다면, 남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누가 이걸 훨씬 더 쉽고 직관적으로 만들어주느냐?
제가 얼기설기 만들어가면서 쓰고 있지만, 솔직히 이 과정은 아직 손이 많이 갑니다. macOS에서 Python한테 외장 SSD 접근 권한을 주려면 시스템 설정 다섯 군데를 만져야 합니다. Instagram에 자동 포스팅하려면 Meta Developer Console에서 앱 만들고, Facebook 페이지 연결하고, 토큰 발급받아야 합니다. 코드 짜는 건 30분인데 셋업에 2시간. 코딩의 문제가 아니라 인프라의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제가 하는 경험은 아직 윈도우나 안드로이드에 가깝다고 느낍니다. 뭔가 자유도는 높은데 어렵고 조악합니다. 제 생각에는 바이브코딩 서비스 중에 애플의 경험을 주는 곳은 아직 없습니다. 자유도를 줄이더라도 쉽고 직관적인 경험의 흐름을 제공할 수 있는, 설명서를 보지 않고 배우지 않고도 할 수 있는 곳은 아직 없습니다.
물론 지금 가장 가까이 와 있는 건 Anthropic입니다. OpenClaw가 나오자 Claude Channel과 Dispatch를 만들면서 따라가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며 Claude의 모델이 우월한 동안은 이 흐름이 유지될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프론티어 모델의 성능 상승이 지금처럼 둔화되고 더 작고 가벼운 오픈소스들의 모델의 발전, 효율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방법론, 그리고 구글의 TurboQuant와 애플의 M 칩들과 하드웨어의 발전이 맞물린다면, 가장 어려운 연산은 프론티어 모델을 쓰더라도 일상적이고 쉬운 부분은 온디바이스 모델이 해결해주는 하이브리드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만 더 길게 본다면, 프론티어모델 성능의 발전이 비싸질수록 가진 것들에 대한 효율화에 더 많은 리소스가 투입될 것이고 더 빠른 발전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쪽에서 딥시크와 같은 혁신이 또 나올 수도 있는거죠.
결국 LLM의 비용은 점차 낮아지고 온디바이스가 강해질수록, 자기만의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세계관을 구성할 고객들이 많아질 것이고 이를 위한 “애플과 같은 경험을 가진 도구를 만들어주는 도구”를 누가 먼저 만드느냐가 다음 시대의 판을 가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진짜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인공지능때문에 다들 머리가 아프시겠지만, 요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인공지능 시대에 흐름을 계속해서 손으로 느껴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생산성이 적어도 10배, 아니 50배는 높아졌다고 생각하고,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1인 유니콘이 된다는 말은 아님ㅋㅋㅋ)
주니어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잡무는 대부분 사라지는 시대에는, 인간은 더 중요한 일에 집중을 할수있게 됩니다.
그럴수록 인간인 내가 무엇에 집중해야하는지에 대해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고, 그리고 인공지능이 주지 못하는 밸류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파악하고 파고드는 사람들이 앞으로 10년을 이끄는 사람들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어느때보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무엇을 만들까가, 만드는 것보다 중요합니다.
우리 주실밸 분들이 다같이 그런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 과정에서 제가 여러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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