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VC로부터 투자받으면 미국진출 및 미국VC로부터 후속 투자를 받는 것이 불가능할까? 왜? (feat. 매쉬업 이택경 대표님, BNL 장건 변호사님)
왜 미국 플립이 필요하고, 무엇이 불리한 것일까? 해결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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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안입니다. 제가 출장때문에 너무 바빠서 뉴스레터가 조금 뜸했는데, 이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와서 다시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한동안 갑자기 뉴스레터가 좀 많이 오더라도 양해부탁드립니다 ㅎㅎㅎ (과연?)
아래는 다른일 하시면서 듣기 쉬우시도록 만든 오늘 뉴스레터의 유튜브 버전입니다.
국내 투자자로부터 투자받거나 TIPS 받으면 미국 진출이 불가능하다?
오늘은 다음(Daum)의 공동창업자이시자 매쉬업 벤처스의 대표 파트너이신 이택경 대표님의 글에서 시작된 논의를 이어가 보려고 합니다. 업계의 전설적인 대선배님이신 만큼 조심스럽지만, 미국 현지 VC와 한국계 VC에서 모두 일해 본 제 경험과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법률적으로 돕고 계신 BNL Law의 장건 변호사(david@bnl.legal)님의 의견을 종합하여 정리해 보았습니다.
아래는 이택경 대표님께서 올려주신 링크드인 글과 거기에 제가 남긴 댓글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한국 VC의 투자를 받는다고 해서 미국 진출이나 미국 VC의 후속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세계적으로 뛰어난 기술과 프로덕트를 가진 스타트업이 단지 한국에서 투자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미국 시장에서 외면받을 리는 없겠죠. 다만, 제가 댓글에서 언급했듯이 특정 조건에서는 불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일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직관적으로 비유해 볼까요? 일본이나 베트남 회사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당연히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한국 시장에 맞는 법률 및 비즈니스 구조를 갖춘 쪽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유리할 겁니다. 마찬가지로, 한국 스타트업 역시 미국 시장에 맞는 구조를 미리 갖추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 진출, 특히 '플립(Flip)'의 중요성과 한국과 미국의 스타트업 생태계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미국 진출을 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진출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 과정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1) 세계 최대 규모이자 주류 시장에 직접 진입함으로써 다른 어떤 시장보다 빠르게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확립하고 성장을 가속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2) 세계 최대의 자본 시장으로의 접근을 의미하며, 초기 단계의 자금 조달은 물론 더 큰 규모의 엑싯(Exit)까지 가능한 기회의 문을 열어줍니다. 궁극적으로 (3)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세계적인 기업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건강한 선순환을 일으키는 씨앗이 될 것이고. 핵심 연구 개발(R&D) 조직은 한국에 남아 더욱 확장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미국 진출을 원한다면 꼭 Flip 을 해야하나?
개인적으로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압도적으로 뛰어난 프로덕트와 기술력을 가졌다면 플립 없이도 미국 시장에 진출(e.g. k-beauty)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미국의 자본을 유치하고, 최고의 인재를 확보하며, 미국 내수 시장에서 진정한 '주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Delaware C-Corporation으로 플립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기본적으로 미국 VC와 로펌들은 수십 년간 축적된 판례를 통해 델라웨어 법인의 구조와 법률을 아주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하고 표준화되어 있죠.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 한국 법인은 법률적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투자 리스크가 매우 높은 자산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높은 변호사 비용, 다른 규제 기준, RCPS와 같은 생소한 개념들은 사후관리마저 어렵게 만들어버립니다.
결론적으로, 전 세계에 수많은 투자처를 가진 미국 VC 입장에서, 압도적으로 뛰어난 소수의 한국 회사를 제외하고는 굳이 이런 추가적인 리스크와 수고를 감수하면서까지 한국 법인에 투자할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딜 사이즈가 큰 late stage 는 이런 비용을 감수할 여력이 있지만, 투자금 대비 효율을 따져야 하는 early stage에서는 더욱 투자를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late stage에서의 플립은 세금 등 복잡한 문제 때문에 사실상 어렵지만, early stage에서는 미국 투자 유치를 목표로 한다면 VC들의 선호에 맞춰 플립을 진행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 VC들의 투자를 받았을때 불리한 점
플립에 대한 동의의 어려움
플립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기존 주주, 즉 한국 VC들의 동의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1) 아직 플립 이후 성공적으로 엑싯(Exit)한 선례가 많지 않다는 점, (2) 기존의 익숙한 국내 투자 계약서를 낯선 미국식으로 전면 수정해야 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실무적 저항감, (3) 양도소득세 등 복잡한 세금 문제까지 더해지면, 플립을 위한 동의를 얻는 과정은 예상보다 훨씬 더 험난해질 수 있습니다.
인재유치의 어려움
미국 현지에서 최고의 인재를 유치하는 것은 미국 진출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입니다. 하지만 플립을 통해 미국 법인을 설립하지 않을 경우, 이 치열한 인재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기 쉽습니다. 현지의 뛰어난 인재들은 미국 법의 보호를 받고, 자신들에게 익숙하며 이해하기 쉬운 미국식 스탁옵션 구조를 통해 보상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또 선호합니다. 한국 본사의 스탁옵션을 받는 것은 세금 문제나 법적 권리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크다고 느끼기 때문에, 최고의 인재들은 검증된 미국 회사로 가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본유치의 어려움
계약 조건들의 차이
투자 계약의 세부 조건들 역시 한국과 미국 간의 큰 차이를 보이며, 이는 미국 VC들이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사기가 아닌 이상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풋옵션(Put option)이나 과도한 위약벌을 요구하는 경우가 드물고, 창업자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조항도 거의 없습니다. 특히 한국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는 상환권이 부여되어 K-IFRS 회계기준상 부채로 인식될 수 있는 반면, 미국은 보통 전환권만 있는 전환우선주(CPS)를 사용합니다. 청산 시 잔여재산 분배 방식이나 이사회(Board) 멤버의 역할 및 책임 범위 등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점들은 미국 VC 입장에서 스타트업에게 과도한 압박을 주는 생소한 구조로 비춰질 수 있으며, 복잡한 법률적 불확실성을 감수하면서까지 투자를 진행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장건 변호사 블로그 참고).
라운드의 방식이 다르다
투자를 유치하는 라운드의 진행 방식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해당 라운드에 참여하는 모든 투자자들이 하나의 동일한 계약서에 서명하며, 업계 표준 계약서가 널리 사용되어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요즘 그래도 가이드라인이 정착되고 있지만, 여전히 각 투자자가 개별적으로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향후 투자자 동의권을 행사하는 방식에 있어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내며, 미국 투자자들에게는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구조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장건 변호사 블로그 참고).
투자자 동의권의 구조가 다르다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은 바로 투자자 동의권의 구조입니다. 한국에서는 주요 의사결정마다 모든 투자자의 동의를 일일이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빠른 의사결정이 생명인 스타트업에게는 족쇄가 될 수 있으며, 미국 VC에게는 매우 낯설고 비효율적인 구조로 받아들여집니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각 라운드의 리드 투자자나 이사회에 참여하는 사외이사가 주주들을 대표하여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가 보편적입니다. 이미 계약서의 내용과 형식의 차이만으로도 법률 검토가 까다로운데, 이러한 의사결정 구조까지 다르다면 미국 VC가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관련해 트랜스링크의 김범수대표님께서 잘 시각화해주신 영상이 있어 공유드립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미국 진출을 이뤄내기 위한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가장 확실한 방법은 (1) 초기부터 미국 VC의 투자를 받거나 (빵이 없으면 케익을 드세요ㅎㅎㅎ 연락주세요 ian@ianpark.vc), (2) 한국 VC로부터 투자를 받더라도 미국 법인에 직접 투자를 받는 것입니다 (한국 VC분들도 저와 함께하시죠 ian@ianpark.vc). 차선책으로는 (3) 국내 주주간 계약을 통해 미국과 최대한 유사한 지배구조를 만들고, 향후 미국 플립에 대한 사전 동의 조항을 명시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과 소통이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4) 한국 VC들이 피투자사를 조금 더 신뢰하고 모험자본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며, (5) 정책적으로도 LP들이 모험자본의 실패에 대해 조금 더 관대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생합니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저 다를뿐
결론적으로, 이 문제는 어느 한쪽의 잘못이라기보다 각기 다른 환경과 규제 속에서 최적화된 결과물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 VC와 한국 VC의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양국의 법률, 제도, 시장 환경의 차이가 이러한 다름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지금은 미국 시장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그들의 방식이 정답처럼 느껴지는 것일 뿐, 만약 한국 시장이 더 컸다면 한국의 방식이 표준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스타트업이 '미국 진출'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세웠다면, 그 목표에 맞춰 최적의 전략을 최대한 빨리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목표에 맞는 전략이 제가 위에서 제시드린 해결책중에 하나일수도 있구요 ( ian@ianpark.vc)
오지랖같은 이 글이 우리 생태계의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성장하고, 대한민국이 이스라엘을 넘어 세계적인 스타트업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길 바라며, 끝으로 이 글을 쓰는 데 영감을 주신 이택경 대표님, 그리고 귀한 조언을 주신 장건 변호사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안 드림
네 이안 파트너님이 정확하게 잘 정리해 주신것 같습니다. 플립 관련해서는 국내 일부투자자 경우 이해관계 충돌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모 해외 초기투자자가 "국내 지원사업을 받은 스타트업은 YC에서 무조건 탈락된다." 거나 "국내 투자자로부터 일단 투자 한번 받으면 (심지어 국내 투자자가 델라웨어 법인에 종종 투자하는 곳이서 플립에 반대할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미국 진출이 불가능해진다"라는 것은 사실 왜곡으로 보입니다 :)
플립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걸 생각해보면
성공 = 미국진출 = 플립해야됨 = 한국vc투자안받는게 나음 인데요
한국vc 투자받아도 문제없다는 첫 문단은 실제로 하고싶으신 말하고 좀 반대되는 이야기 아닌가요 ㅎㅎ
이렇게 글을 쓰셔야만 했던 고민도 있으셨으리라 짐작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