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틀렸습니다. 1인 유니콘이 탄생했습니다.
근데 이게 당신들이 그렇게 찾던 그 유니콘 맞나요?
오늘도 12,000+명의 창업가와 투자자가 주실밸과 함께합니다.
📺유튜브 | 💬카톡공지방 | 🗣스타텁/VC/LP 카톡방(비번2060) | 🔗링크드인 | 📸인스타그램
제 작년 8월에 “1인 유니콘의 허상”이라는 글을 썼었는데, 다들 읽으셨다시피 그때 제 결론은 단호했습니다.
“자유시장경제의 본질은 경쟁이고, 혼자 엄청난 마진을 내는 순간 자본과 똑똑한 사람들이 달려든다. 운영의 무게, 해자의 깊이, 신뢰의 시간을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1인 유니콘은 판타지다.“
본인들의 이득을 위해 이 내러티브를 가장 강하게 드라이브거는 사람들은 샘알트만을 비롯한 AI판매자들이고 또 요즘 추적 60분에서도 계속해서 지적하는 강의팔이들 또한 이런 환상을 사람들 마음속에 심어줘서 “불안 비지니스”를 영위해가야하는 사람들이라는 지적도 함께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4월 2일, 뉴욕타임스가 Medvi라는 회사의 기사(링크)를 냈습니다. Erin Griffith 기자의 글이고, 헤드라인은 “How A.I. Helped One Man and His Brother Build a $1.8 Billion Company.” 직원 두 명, 출시 11개월, 2025년 매출 4억 달러, 2026년 18억 달러가 기대된다고 밝혔고, AI 도구 12개를 써서 두 달 만에 론칭했고, 인프라 비용은 거의 0원이라고 합니다.
대충 숫자만 보면 제가 틀렸습니다. 그래서 오늘 글은 사과로 시작하려고 했는데, 자료를 파면 팔수록 사과해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니라 따로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사람을 미국 최대의 VC행사인 Upfront Summit에서 올해 2월에 실제로 봤는데, 일단 제 촉은 엮이지말라고 날뛰었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ㅎ 그 자리에서도 반응이 반으로 나뉘었습니다. “와 1인 유니콘이다!”라는 반응과 “또 사기꾼 하나 나왔네”라는 반응이 극명하게 나뉘었죠.
더 재미있는 건, 이 이야기가 NYT 1면에 떴는데도 그 gossip하기 좋아하는 우리 VC업계은 꽤 조용합니다. 평소 같으면 샘알트만이든 누구든 “햇제?”라며 트위터에서 폭주했을 텐데, 아무리 그래도 양심상 이걸 우리가 인정해줄 만한 진정한 유니콘이 아니라는 암묵적인 합의였던 거죠.
그 분위기를 알고 있는 사람들과 모르는 사람들의 반응이 갈리는 게, 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첫 번째 이유입니다.
그래서 진짜 1명인가?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1인”이라는 게 도대체 뭐냐는 거죠.
재미있는 점은, NYT 기사 자체가 이 부분에서 이미 헷지를 친다는 겁니다. “Technically not a one-person billion-dollar company.” 라고 슬쩍 피하긴했는데, 일단 직원 두 명은 W-2 정직원만 센 숫자고, 동생 Elliot은 2025년 4월에야 합류했고 솔직히 가족을 도와주는 부분도 없지않아 있을 것 같아서, 사실상 11개월동안 정직원은 창업자 Matthew Gallagher 혼자였다고 봐도 된다고는 생각합니다.
다만, 그 한 사람 뒤에 무엇이 있는지 보면 그림이 좀 달라집니다.
Medvi가 직접 계약한 인력만 봐도 어카운트 매니저 7명, 엔지니어 2명, 광고 에이전시, 법률 사무소, 회계 법인이 있습니다. 직접 돈을 주고 부리는 사람만 20명이 넘죠.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Medvi의 의료 처방은 OpenLoop Health라는 회사가 처리합니다. 미국 50개 주를 커버하는 의료진 네트워크고, 인증 의사, NP, PA가 2만 명 이상 등록되어 있어요. 약 조제는 Belmar Pharma 같은 503A/503B 약국이 담당하고요. 결제는 Stripe가 처리하는데, 재미있는 건 은행 명세서에 Medvi가 아니라 “CareGLP”로 찍힙니다. 배송, 콜드체인, 환자 데이터, 컴플라이언스, 주별 규제 대응까지 전부 외주입니다.
그래서 Medvi가 한 일을 한 줄로 정리하면 이미 존재하는 거대한 의료 인프라 위에, AI로 마케팅 사이트를 만들어 고객을 끌어 모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STAT News는 더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했는데, 같은 인프라 위에 껍데기만 다른 Medvi와 같은 회사가 이미 수십 개 있다는 겁니다. 환자 입장에서 브랜드는 다 다르지만, 뒤에서 처방을 쓰는 의사와 약을 만드는 약국은 동일할 수 있다는거죠. 솔직히 이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 진부한 교묘한 마케팅을 AI 딸깍화시킨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I가 한 일도 정확히 짚어보죠. 웹사이트 코딩, 광고 이미지와 영상 생성, 카피라이팅, 챗봇 응대. 고작 이게 전부입니다. 의사 처방, 약 조제, 배송, 결제, 법무, 컴플라이언스는 다 사람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Medvi를 “AI 헬스케어 회사”라고 부르는건 말도 안되고 그냥 “마케팅 에이전시”가 더 정확하다고 봅니다. 그것도 외주 인프라를 잘 조립한 마케팅 회사정도죠.
다시말해 “1명이 AI로 18억 달러 회사를 만들었다”가 맞는 표현일까요? 더 정확한 표현은 “기존에 이미 작동하던 수천 명의 의료 인프라 위에 AI로 마케팅 껍데기를 올려놓은 사람이 있고, 그 껍데기가 18억 달러어치 약을 팔았다고 본인이 주장한다.”아닐까요? 물론 이건 너무 길고, 충분히 자극적이지 않기때문에 조회수에 도움이 되지 않기때문에 아무도 쓰지 않을기사죠 ㅎㅎㅎ
일단 진짜 1명은 아니라는 사실을 짚어두고 다음으로 넘어갑시다.
그리고 더이상 팔수도 없다
뭐 어쨌든 약은 많이 팔렸다고 칩시다. 그런데 그 약이 뭔지 한번 체크해볼까요?
진짜 Ozempic이 아닙니다. Wegovy도 아니에요. Medvi가 파는 건 컴파운드 세마글루타이드입니다. 약국이 원료를 사다가 자체 조제하는 카피 버전이에요. FDA 승인을 받은 적이 없고, 임상시험도 없고, Novo Nordisk가 만든 진짜 약과 같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게 일시적으로 합법인 이유는 FDA가 세마글루타이드 “공급 부족”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부족 상태에서는 503A/503B 약국이 자체 조제할 수 있도록 예외가 적용돼요. 이 틈을 타서 다이어트약 텔레헬스 수십 개가 우후죽순으로 생겼고, Medvi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근데 다들 아시다시피 그 틈이 이미 닫히고 있습니다. FDA는 2025년 2월에 공식적으로 부족이 해소됐다고 선언했고, 503A 약국 유예기간은 2025년 4월에, 503B 시설은 5월에 종료됐어요. 2025년 9월부터 FDA가 경고서를 발송하기 시작했고, 2026년 2월 20일에는 Medvi에 직접 경고서가 갔습니다. 2026년 3월에는 30개 텔레헬스 회사에 경고서가 일괄 발송됐는데, Medvi가 그 명단에 포함됐어요.
업계 1위인 Hims & Hers는 2026년 2월에 컴파운드 세마글루타이드 판매를 자진 중단했고, 같은 해 3월에 Novo Nordisk와 정식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짝퉁을 팔던 회사가 정품을 팔기 시작한 거고, 이건 컴파운드 시대가 끝났다는 가장 명확한 신호죠. 다만, Medvi는 아직도 컴파운드를 팔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사업의 가장 큰 해자는 AI가 아니라 규제의 틈입니다. FDA가 문을 열어줘서 들어갔고, FDA가 문을 닫으면 끝납니다. 그리고 문은 이미 닫혔습니다.
AI와 불법도용으로 얼룩진 사기극
Futurism이 2025년 5월에 Medvi의 마케팅을 폭로했는데, 사이트에 올려놓은 “고객 후기 사진”들이 전부 가짜였다고 합니다. Medvi는 인터넷에서 가져온 다이어트 사진에 AI로 얼굴만 바꿔서 “Michael P가 5개월에 48파운드 감량했다”고 게시했습니다. 그 사진의 원본은 2018년 데일리 메일에 실린 금주 변화 사진이었고요. 세마글루타이드가 FDA 승인을 받기도 전에 찍힌 사진을 GLP-1 효과인 것처럼 도용한 거예요. Reddit 유저의 개인 다이어트 사진도 무단으로 가져다 썼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NYT, Bloomberg, Forbes 로고를 사이트에 박아놓고 마치 보도된 것처럼 표시했는데, 실제로는 이 매체에 광고만 집행했을 뿐이에요. 의사 이름과 사진을 동의 없이 게재해서, 한 의사가 “그 회사와 아무 관련 없다, 내 이름 빼달라”고 항의한 사례도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비지니스 리뷰인 BBB에서의 등급은 F입니다. 평점 1.2에 불만 361건. 환불 거부, 가격 기만, 고객 서비스 부재가 반복적으로 보고됐고요. 첫 달 179달러 광고로 끌어들이고 다음 달부터 299달러로 인상하는 패턴, 3개월 효과 보장 약속을 5개월로 슬쩍 변경하는 패턴, 72시간 취소 기간을 놓치면 자동 청구하는 패턴이 다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끝이냐. 아쉽게도 아닙니다 ㅎㅎㅎ Medvi는 캘리포니아 스팸방지법 위반으로 집단소송도 받고 있어요. 위조된 헤더 정보, 스푸핑된 도메인, 무의미한 발신 주소로 스팸 필터를 우회하고, 거짓 제목으로 마케팅 이메일을 발송한 혐의입니다.
거의 GPT wrapper라기보다 Fraud wrapper인 부분이죠.
그리고 진짜 충격적인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Futurism이 2026년 3월에 한 번 더 추적 조사를 했더니, NYT가 “회사가 정리됐다”고 쓴 1년 후에도 Medvi는 여전히 딥페이크 사진을 쓰고 있었어요. “Melissa C”, “Sandra K”, “Michael P” 같은 가짜 환자 이름을 그대로 재활용하면서, 이번엔 더 노골적인 AI 아티팩트가 보이는 새 사진들을 올렸습니다. 새 Sandra의 손가락은 스마트폰에 녹아 있고, “Helen K”라는 새 환자는 한쪽 손에 손톱이 아예 없어요. 세 번째 도메인 Medv.co까지 만들어서 같은 패턴으로 가짜 후기를 게시 중이고, Meta 광고에는 “Dr. Tuckr Carlzyn MD” 같이 실존하지도 않는 의사 계정이 광고를 돌리고 있습니다. 핵심 파트너인 OpenLoop Health는 지금 RICO(조직범죄법) 소송까지 받고 있습니다. “흡수 메커니즘이나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컴파운드 다이어트약을 팔았다”는 혐의입니다.
그러니까 NYT가 “초기에 AI 사진을 썼다가 나중에 수정했다”고 한 줄로 가볍게 넘긴 그 부분, 사실은 거짓말이었다는 뜻입니다. 정리한 적이 없거든요. 그 사기는 NYT 기사가 나왔던 그 순간에도 진행 중이었던 겁니다.
매출은 믿을 수 있나?
더 중요한 건 매출 자체에 대한 의문입니다. Medvi의 매출 4억 달러, 순이익 6,500만 달러는 누가 검증했을까요? 답은 아무도 안했다입니다. VC 투자가 없으니 투자자에게 보고할 의무가 없고, 비상장이니 SEC 공시 의무가 없고, LLC라서 외부 감사 의무가 없고, 회계법인이 검증한 재무제표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이 숫자는 창업자가 NYT 기자에게 직접 말한 그게 전부입니다.
딥페이크 사진을 만들고, 가짜 언론 로고를 박고, 의사 이름을 무단 도용하고, 스팸 필터를 우회하는 회사가 그래도 기적적으로 매출 숫자만큼은 양심적으로 정확하게 인터뷰했을 거라고 믿는 건 좀 순진한 것 같습니다. 거짓말의 패턴이 이 정도면, 매출도 의심하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솔직히 한 발 더 나아가보면, 매출대비 영업이익이 얼마일지도 믿을수없고, 하던 비지니스를 지속할수조차 없는 이 상태로는 투자조차 받을 수 없기때문에 밸류에이션도 의미가 없으니, 1인 유니콘이라고 부르기에도 사실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인프라 잘 쓰는 것도 능력 아닌가?
여기서 누군가는 이렇게 반박할 겁니다. “잠깐, 인프라가 다 외주면 어때서? 그걸 발견하고 조립한 것도 능력이잖아.” 솔직히 이건 저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외주 인프라를 잘 찾아서, 잘 연결하고, 잘 마케팅하는 건 진짜 스킬이에요. 우버도 그랬고, 에어비앤비도 그랬고, 사실 모든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가 그런 식이죠. “내가 만든 게 없는데?”라고 하면 우버는 “그래서 어쩌라고, 사람들이 우버 쓰잖아”라고 대답할 수 있는 거고요.
다만,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첫째, “1인 유니콘”이라는 단어가 뭘 의미하는지의 문제입니다. 샘알트만이 예언한 1인 유니콘은 “AI 덕분에 한 명이 거대한 가치를 창출하는” 모델이었어요. AI가 코딩, 디자인, 운영, 의료, 약학을 다 대체해서 한 사람의 레버리지가 폭발하는 그림이었죠. Medvi는 그 그림이 아닙니다. Medvi는 “기존 인프라가 이미 잘 작동하고 있어서 누구나 그 위에 마케팅만 올리면 된다”는 그림이어(?)요. 이건 AI 시대의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2010년대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의 연장선인거죠. AI는 그저 마케팅 사이트 만드는 시간을 두 달로 줄여줬고, 가짜 사진을 만들어서 리뷰로 사기를 치는데 도움을 줬을 뿐이구요.
둘째, 그 마케팅이 정직했냐는 문제입니다. 우버가 택시 기사 네트워크 위에 앱을 올린 건 인정받을 만한 일이에요. 다만 우버가 사용자한테 “이건 AI가 운전하는 차”라고 거짓말을 하지 않았잖아요. 에어비앤비가 호스트 네트워크 위에 플랫폼을 올린 것도 인정받을 만한 일이고, 에어비앤비가 “이건 AI가 짓는 집”이라고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요. 근데 Medvi는 거짓말을 한거죠. AI가 만들지 않은 것을 AI가 만들었다고 했고, AI를 이용해 거짓말을 했고, 자기가 한 일이 아닌 것을 자기가 했다고 했고, 검증된 약이 아닌 것을 검증된 약처럼 팔았고, 바로 이 차이가 핵심이라고 봅니다.
만약 “저는 외주 의료 네트워크 위에 AI로 마케팅 회사를 만들었습니다”라고 하고 그 과정에서 고객을 속이는 부분이 없었다면 저는 차라리 박수쳤을 겁니다. “AI가 다 했어요, 저는 한 명이고 18억 달러를 만들었어요”라고 또 습관처럼 거짓말 한 게 문제라는거죠.
그래서 누구의 잘못인가
여기까지 읽고 한 가지 의문이 드실 겁니다. 제가 지금 쓴 내용은 다 검색 한 번이면 나오는 정보예요. Futurism의 폭로는 1년 전이고, FDA 경고서는 두 달 전이고, BBB F등급과 집단소송은 어디서나 확인 가능합니다.
근데 NYT는 왜 이걸 다 빼고 1인 유니콘 미화 기사를 썼을까요?
이건 저만의 의문이 아닙니다. 저널리스트이자 교수인 Jeff Jarvis도 한 줄로 정리했습니다. “자동화된 GLP-1 처방전 자판기일 뿐, 미화할 게 아무것도 없다.”
이걸 NYT의 기자가 몰랐을 리가 없습니다. Erin Griffith는 테크 기자고, 검색 한 번이면 나오는 정보를 놓쳤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알면서 조회수를 위해 쓴 기사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NYT는 Futurism의 폭로를 한 줄로 처리하거나 아예 빼버렸고, 딥페이크 마케팅에 대해서는 “초기에 AI 생성 모델 사진을 사용했다가 나중에 수정했다”는 식으로 가볍게 넘겼어요. FDA 규제 리스크는 간접적으로만 언급했고, BBB F등급과 집단소송은 한 줄도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NYT가 강조한 게 뭐냐면, AI 도구 12개를 써서 두 달 만에 만들었다는 것, 4억 달러 매출과 18억 달러 트래킹, 직원 두 명이라는 것, Sam Altman의 1인 유니콘 예언이 실현됐다는 것. 이 네 가지가 헤드라인의 전부입니다. 자극적이고 긍정적인 것만 남아있는거죠
Futurism에서도 지적했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어이없었던 건 NYT가 사용한 단어 선택입니다. NYT는 Medvi의 사기 행위들을 “지름길(shortcuts)”이라고 표현한 부분입니다. 물론 키보드 단축키도 지름길이고, 요리하지않고 나가서 사먹는 것도 지름길이죠. 그런데 가짜 의사 이름을 도용하고 모르는 사람의 사진을 조작해서 약을 파는 것도 “지름길”일까요? 이건 지름길이 아니라 사기입니다. NYT가 사기를 지름길로 표현한 그 부분 자체가 기사 전체의 의도를 보여줍니다.
제 생각에 이건 더 이상 저널리즘이 아닙니다. 클릭수를 위해 hype을 팔고 본인들의 결과에 맞춰 입맛대로 쓴 글입니다. NYT는 조회수를 위해 진실을 미화했고, 그 결과 Sam Altman이 “내 예언이 맞았다”고 트윗할 수 있게 됐고, AI 사기꾼과 강의팔이들이 “와 진짜 1인 유니콘 시대가 왔다”고 리트윗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책임은 NYT가 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저는 이번 기사를 NYT의 최악의 순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었던 신문중의 하나가 검색 한 번이면 나오는 정보를 빼고 hype를 위해 헤드라인을 쓰는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의도된 방향성이고 메인스트림 저널리즘의 밑바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Medvi 2.0의 마케팅이다
그리고 다들 느끼셨겠지만 저도 한 가지 더 뭔가 촉이 오는 부분이 있습니다. Matthew Gallagher가 NYT 인터뷰에 응한 타이밍입니다. FDA 컴파운딩 유예기간이 종료되고 있고, 30개 텔레헬스에 경고서가 일괄 발송됐고, Hims & Hers가 백기 들고 Novo와 정식 계약을 맺은 직후예요.
이 모든 신호가 가리키는 건 하나입니다. 이제 이 비즈니스의 끝났다는거죠. 근데 창업자는 이 시점에 굳이 NYT 인터뷰를 했습니다. 왜일까요?
답을 찾으려면 이 사람의 전력을 봐야 합니다. Gallagher는 2016년에 Watch Gang이라는 시계 구독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60명을 고용하고도 결국 수익을 내지 못했고, BBB에는 환불 거부와 과대광고 불만이 반복적으로 쌓였어요. 2024년에 Medvi를 시작했고, 똑같은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과대광고, 환불 거부, 고객 불만, BBB F등급. 그리고 이번에도 이 사업이 끝나가는 시점에 새 사업을 준비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 사람의 책임 회피 패턴도 일관됩니다. Futurism 후속 기사에 대해 X에서 답한 걸 보면, FDA 경고서는 “오래된 표현을 쓴 affiliate일 뿐 나는 아니다”라며 책임을 외부로 돌렸고, 전형적인 사기꾼답게 비판자들은 “low t guys”와 “Karens of the internet”이라며 깎아내리는 공격을 했죠.
그래서 제 생각에 NYT 인터뷰는 그 다음 사업을 위한 빌드업이라는게 아주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이 사람이 이제 곧 망할 사업을 첫번째 1인 AI 유니콘으로 포장해서, 많은 사람들을 또 한번 현혹하려고 들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람의 타겟 고객층은 어차피 정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진실을 판단할줄 아는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그런 사람들은 아마 Medvi에서 다이어트약을 구매하지 않았을테니까요.
그렇기때문에 “AI로 18억 달러 만든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들고 다음 회사를 시작할 겁니다. 다음 사업도 물론 비슷한 패턴으로 갈거라고 봅니다. 규제가 느슨하고 수요가 폭발적인 시장을 찾아서, AI로 마케팅 사이트를 만들고, 외주 인프라 위에 껍데기를 올리고, 본인이 매출 숫자를 발표하고, NYT 같은 매체가 그것을 미화해주기를 기다리는 패턴이죠.
돈이면 다 필요없는 야만의 시대
AI가 인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합니다. 의료 진단, 신약 개발, 교육 격차 해소, 법률 접근성, 기후 모델링, 기초 과학 연구. “1인이 AI로 암을 정복했다”라거나 “1인이 AI로 완벽한 개인화 교육 시스템을 만들었다”라는 헤드라인이었다면, 당연히 우리는 모두 박수를 쳤을 겁니다. 물론 꼭 거창하고 세상을 바꿔야만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애플, 구글, 테슬라, 메타, 우버 모두 생활속 작은 불편함에서 시작했으니까요.
다만 상징적인 1인 AI 유니콘의 첫 사례로 언급되고 또 사기꾼과 강의팔이들(앗...역전앞?)이 열심히 퍼다나르는게 고작 짝퉁 다이어트약을 딥페이크로 파는 회사이고 이걸 또 NYT가 그럴듯하게 포장까지 해주는게 저는 마음에 안들 뿐입니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때문에 진짜 유니콘을 만드는 사람들은 hype에 묻혀서 보이지 않게 됩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진짜 문제를 풀고 있는 사람들, 숫자를 부풀리지 않고 정직하게 만드는 사람들, 규제의 틈이 아니라 규제 안에서 진짜 가치를 만드는 사람들. 이 사람들의 이야기는 NYT 헤드라인에 안 올라가는 시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조회수 팔이가 안되니까요.
그리고 슬프게도 이게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돈이면 다 필요없는 야만의 시대. 사기여도 매출만 크면 1면이 되고, 돈만 벌면 무슨짓을 해도 되고, 거짓말이어도 헤드라인이 잘 나오면 진실이 되는 시대.
미디어는 검증을 포기하고, 창업자는 정직을 포기하고, 독자는 의심을 포기합니다.
그 자리에 hype만 남고, 그 hype를 이용해 다음 사기가 또 한 사이클을 돕니다. 우리는 이 사이클을 코인시장에서 봤고, 지금 인공지능 시장에서도 보고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혔지만, 법망을 교묘하게 피한 이들은 이제 돈으로 영향력을 사면서 인공지능 전문가가 되어있습니다. 정말 끝없이 혼란한 세상입니다.
너무 우울한 이야기만 했는데, 아무튼 저는 1인 유니콘의 등장을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Medvi는 1인 유니콘의 증거가 아니라, 1인 유니콘 내러티브가 어떻게 미디어와 결합해서 사기를 정당화하는지 보여주는 케이스 스터디일 뿐, 진정한 1인 유니콘은 아니라고 보거든요.
그리고 만약 이게 당신들이 그렇게 찾던 1인 유니콘이라면, 저는 차라리 1인 유니콘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글이 조회수에 도움이 안된다는건 저도 잘 알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써야 한다고 생각해서 좀 강하게 제 의견을 써봤습니다. 다음 주에는 좀 더 가벼운 이야기로 찾아뵐게요.
감사합니다.
이안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