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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안입니다! 이번주에는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넷플릭스를 통해 미국을 휩쓸고 있는 K-Pop Demon Hunters(케데헌)을 보고 느낀 점을 공유드리려고 합니다.
1. 도대체 케데헌이 뭔데?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는 세계적인 K-pop 걸그룹 헌트릭스(Huntr/x)가 사실은 대대로 인간계를 지켜온 악마 사냥꾼이라는 이중생활을 한다는 설정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이들은 노래의 힘으로 인간계와 악마계를 가르는 장벽 “혼문”을 유지하며, 라이벌 보이그룹이자 비밀리에 악마로 구성된 “사자 보이즈”의 방해에 맞서 싸웁니다. 한국계 미국인 매기 강 감독이 자신의 문화적 유산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했으며, 저승사자와 탈춤 등 한국 신화를 깊이 있게 녹여낸 이 작품은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어 상업적·비평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이 본 영화로 기록되며 공개 두 달 만에 2억 3천만 뷰를 돌파했고, OST “Golden”은 빌보드 핫 100 1위를 차지했습니다. 사운드트랙에서 무려 4곡이 동시에 상위권에 진입하면서,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닌 글로벌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2. 또 한번 주모를 외치게한 케데헌은 누가 만들었을까?
개인적으로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 엄청난 흥행을 가능하게 한 주체가 “정통 한국 제작자들”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감독은 Maggie Kang, 목소리 주연은 Arden Cho, Ji-young Yoo 같은 교포들이었습니다. 제작은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맡았고, 비용은 넷플릭스가 1억 달러를 통째로 부담했습니다. 소니는 선계약으로 2,500만 달러 챙기고 빠지는 구조였으니, 진짜 돈은 사실상 넷플릭스가 가져간 셈입니다.
즉,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정통 한국 창작자”들은 메인 리더들이 아니었고, 오히려 교포나 글로벌 자본이 이번 성공의 중심에서 프로젝트를 이끌었다는 말이죠. 그런데도, 아니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역사상 최고 성과를 냈습니다. 한국이 낳은 문화적 재료가 글로벌 시스템에서 재조합돼 폭발력을 발휘한 셈입니다.
3. 오렌지 치킨과 캘리포니아롤 모먼트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저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두가지는 오렌지 치킨과 캘리포니아 롤이었습니다 (하와이안 피자도 약간…ㅋㅋㅋ)
미국에 와보신 분들은 한번쯤은 경험하셨을 판다익스프레스는 지금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아시안 음식 체인입니다. 무려 2,2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사실상 미국인들에게 “중국 음식 = 판다익스프레스”라는 공식이 성립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체인의 상징은 정통 중국 요리에 없는 메뉴인 오렌지 치킨이죠. 달콤하고 바삭해서 미국 입맛에 맞게 개량된 메뉴가 결국 대성공을 거둔 것입니다.
캘리포니아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원래 스시는 날생선과 밥의 단순함과 신선함에서 출발했지만, 미국에서 대중화시킨 건 날생선 대신 아보카도, 게살, 마요네즈를 넣은 캘리포니아롤이었습니다. 일본사람들이 보면 기겁을 할, 마치 하와이안 피자같은 이 혼종은, 정통 스시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게 전 세계 스시 붐의 선두주자가 된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케데헌은 지금 딱 이 지점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팬들은 겉으론 “정통 한국”을 원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입에 잘 맞게 다듬어진 미국 현지화된 한국성을 소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정통이냐 아니냐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맛있으면 되는 겁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국뽕발언이 기분이야 당연히 좋지만, 과연 그것이 언제까지 유효할까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시점입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한국과 미국을 전부 이해하는 사람들이 유리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한국이 트렌디해진 지금, 그리고 앞으로는 한국과 미국, 두 세계를 다 아는 사람들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창업자나 투자자라면 미국 문화와 시스템을 이해하고 그 언어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우린 한국에서 잘 나가”가 아니라, “우린 한국의 장점을 가진채로 글로벌 무대를 씹어먹을 수 있는 형태이다”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한국과 미국 모두를 이해하고 아우르려는 노력은 계속해서 필요할 것이고 요즘 20대분들은 이미 그런 것들이 익숙하신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미래가 정말 밝다고 생각합니다.
정통성을 지킬 것인가, 현지화를 가속할 것인가.
전통 그대로를 고집하며 차별화를 할 수도 있고, 오렌지치킨처럼 철저히 글로벌 입맛에 맞춰 내놓을 수도 있습니다. 양쪽 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결국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저희 미국에 있는 한국계 VC들이 자주하는 말들이 “Day 1부터 미국에서 해야한다”와 “한국과 미국 비지니스를 동시에 할수는 없다”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처음부터 미국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한국 비지니스와 미국 비지니스는 생각보다 많이 다른 비지니스이기때문에 둘을 동시에 운영한다는건 두개의 비지니스를 운영한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때문에 제 생각에는 미국 진출을 원하시는 대표님들께서는 힘드시겠지만 명확히 방향성을 정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 다 적당히 하는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어려운 선택이라는 생각도 해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글로벌 무대에서 살아남으려면 “한국적이다”는 자의적 기준보다, 글로벌 소비자의 입맛과 감성을 먼저 조준하는 전략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제 생각에 이 작품은 “한국 문화”를 가져온 게 아니라, 한국이라는 이름 아래 글로벌 시스템에서 리패키징되어 팔릴 수 있는 콘텐츠를 창조했습니다. 판다익스프레스가 정통 중국 요리가 아닌 오렌지 치킨으로 미국 전역을 장악했듯, 케데헌도 한국적 DNA를 재해석하고 그로부터 새로운 것을 “창조”해 글로벌 성공을 거둔 사례라고 보고 스타트업들도 이 부분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밀릴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다행히 한국인이나 한국계 창작자들이 한국적인 이야기와 문화를 잘 활용해 세계무대에서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한국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더 ‘좋은 한국 것’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케이뷰티 시장에서도 그런 사례가 보입니다. 제가 아직 리서치를 하고 있지만, 한국인이 아닌 창업자나 브랜드가 한국 뷰티의 문법을 차용해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낸 경우가 종종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즉, 한국적이라는 자산을 반드시 한국인만이 잘 활용하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는 겁니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우리가 가진 한국적인 것들을 더 잘 이해하고, 더 잘 쓸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단순히 “이건 한국 거니까 한국인이 해야돼”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 가장 매력적인 방식으로 한국성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지않길 바라지만, 한국과 상관없는 누군가가 한국보다 더 잘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다음 세대가 한국에 세뇌된 지금이 기회다!
솔직히 남한에서 왔냐 북한에서 왔냐를 일상처럼 듣던 저에게는 강남스타일, BTS, 오징어게임, K-뷰티, 노벨문학상, 그리고 케데헌이라는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빠르게 벌어진 일이라 사실 아직도 어안이 벙벙합니다. 그리고 그만큼 지금이야말로 기회라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듭니다. 인공지능만해도 일생일대의 기회인데, 한국까지 저를 도와주는 시대가 열린거죠.
당연한 이야기지만, 케데헌을 보고 자란 세대에겐 한국은 더 이상 낯선 나라나 문화가 아닙니다. 디즈니를 보며 자란 세대가 평생 디즈니 감수성을 갖고, 포켓몬을 보며 자란 세대가 자연스럽게 그 문화를 일상으로 받아들였듯, 케데헌을 본 지금 세대에겐 한국은 너무나 당연한 문화이고 삶의 일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단순히 한 편의 흥행작이 만들어낸 성과가 아닙니다. 지금 세대가 소비하는 음악, 드라마, 뷰티, 음식, 게임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이미 일상 속 문화적 언어로 자리잡았습니다. 즉, 한국을 특별하게 어떤 관심있는 몇몇의 사람들이 소비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일상적으로 소비하게 된 겁니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더 크게 생각해야 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10년, 20년은 단순히 한국 문화를 “팔 수 있는 시기”가 아니라, 한국 문화라는 토양 위에 새로운 글로벌 산업과 브랜드를 심을 수 있는 시기입니다. 지금 세대에게 한국은 이미 자연스러운 문화의 일부이기에, 우리가 조금만 더 과감하고 체계적으로 움직인다면 글로벌 확장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빨라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금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는 아주 운이 좋은 세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10년, 20년 혹은 그 이상을 결정할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그만큼 더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미국을 공략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저는 제가 그 길에서 대표님들과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캘리포니아롤과 오렌지치킨을 만드실 건가요, 아니면 청국장과 닭발을 만드실 건가요? 캘리포니아롤과 오렌지치킨을 만들고 계신, 만들어보고 싶으신 분들은 언제든 저에게 이메일 주세요. 같이 함께 글로벌을 정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는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라는 말은 국뽕(?) 뉘앙스를 담고 있기 보단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즉, 세계를 이루고 있는 것은 고유한 개인이기 때문에 가장 나다운 것으로 존재해도 그것이 곧 세계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캐리포니아롤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과 정통 스시를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케데헌과 기생충이 모두 다른 맛으로 국제적인 무대에서 성공한 것처럼 말이죠. 봉준호를 케데헌을 만들 수 있을까요? 반대로 Maggie Kang은 기생충을 만들 수 있을까요?
청국장이 맛있는 날도, 캘리포니아롤이 땡기는 날도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재미있는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