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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테크 씬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이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주니어 프로그래머들을 죽였다.”
이 네러티브의 포인트는 인공지능 출시이후, 주니어 개발자들의 취업이 극도로 어려워졌으며, 이는 인공지능이 이미 주니어급 인력을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것의 반증이라는 부분입니다.
특히 최근 스탠포드 Digital Economy Lab에서 ADP 데이터를 활용해 발표한 논문은 이런 네러티브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시죠.
AI 노출이 높은 직군에서 22~25세 고용이 급감
반면 중견 이상은 고용이 안정적으로 유지
읽다보면 어쩐지 모두가 두려워했던 것을 명확히 확인시켜주는 깔끔한 글입니다. 심지어 타이밍도 너무 좋구요.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제 첫인상에 이 글은 모두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빠르게 관심을 끄는데 좀 더 집중한 글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지없이 언론은 언제나처럼 검증따윈 없이 워킹페이퍼 내용을 받아쓰며 클릭수를 올리는데 급급했고, 자칭 "AI 전문가"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글들을 쏟아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자세히 읽어본 결과, 저는 데이터나 논리가 아쉬운 부분이 있는, 보완이 많이 필요한, 아직 peer-review도 되지않은 working paper라는 결론을 내렸고 오늘 그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저도 아래 링크처럼 비슷한 예측의 뉴스레터를 썼기때문에 이 논문을 가지고 “햇제? 봤제? 스탠퍼드 그 명문대 알제?”하고 넘어갈 수 있긴한데, 그래도 아닌건 아니라고 짚고 넘어가야하는 성격상, “장기적으로는 그렇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제발 호들갑 좀 그만 떨자”라는 내용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제가 왜 이 페이퍼가 왜 호들갑이라고 생각하는지는 우선 미국 노동시장의 전반적인 숫자를 보시죠.
미국 노동청(BLS)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미국 비농업 고용: 월평균 +251,000명
2024년 당초 발표: 월평균 +147,000명
2024년 4월 ~ 2025년 3월 실제 (벤치마크 조정 후): 월평균 +71,000명 (절반 이하)
2025년 8월: 겨우 +22,000명
6월은 심지어 -13,000명으로 조정
한마디로 미국 노동시장은 우리가 알고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안좋은 상황이었고 이는 결국 인공지능이 주니어를 대체하는 패턴이 아니라 전형적인 경기 둔화의 패턴으로 보여집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경기 불황의 충격은 항상 가장 약한 고리, 즉 신입과 주니어에게 가장 먼저 가혹하게 다가옵니다. 즉,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주니어 고용 감소 현상은 인공지능이 갑자기 인류의 일자리를 집어삼켰기 때문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반복되어온 경기 사이클의 전형적 패턴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봅니다. 당연히 인공지능은 흥미로운 변수임에 틀림없지만, 주니어들이 가장 먼저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는 것은 경제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전형적인 형태라는 생각입니다.
스탠포드 - ADP 분석: 흥미롭지만 과대 해석
그렇다면 이번엔 스탠포드 Digital Economy Labs와 ADP의 Canaries in the Coal Mine? 에 대해 좀 더 정리해보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 워킹페이퍼는 분명 흥미로운 주제를 아주 적절한 타이밍 내놓았는데요, 다만 아직 peer review가 되지 않았기때문에, 제대로된 메이저 저널에 올라간 검증된 논문이 아닙니다. 따라서 지금 제 질문과 비슷한 챌린지를 앞으로도 많이 받을 것이고, 점차 자료가 보강될수도 있으니, 그렇게되면 또 다시 리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지금까지의 이 분석은 이런 수치를 보여줍니다.
인공지능 노출 직군의 22~25세 고용은 –6% 감소, 일부 직군은 –20% 내외.
같은 직군의 30세 이상은 오히려 +6~9% 증가.
표면적으로는 "인공지능이 주니어 대체" 네러티브에 완벽하게 들어맞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중요한 의문점들이 있습니다.
ADP 데이터 대표성
미국 근로자 6명 중 1명이 ADP를 통해 급여를 지급받는것을 알려져있는데, 이는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애매한 수치이긴합니다.
더욱 큰 문제는 ADP의 고객군은 주로 중소·중견기업 중심(최소 65%)이라는 부분입니다. 다시말해 ADP 표본에서 잡히는 고용 흐름은 구조적으로 중소/중견기업의 경기 사이클에 더 민감합니다.
특히 금리 상승과 자금 경색기에 중견기업은 가장 먼저 신규 채용을 줄이고, ROI가 불확실한 주니어/소프트웨어/고객 응대 인력부터 줄이는 전형적 패턴이 나타납니다. 또한 아시다시피 빅테크나 대기업은 자체 HR 시스템을 쓰는 경우가 많아 ADP 데이터에 잡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않으시나요? 인공지능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곳은 중견기업들이 아니라 테크/대기업들일텐데? 과연 이 데이터가 “인공지능이 주니어들을 대체했다”라고 분석하기에 가장 적절한 데이터일까요?
지나치게 단순화한 카테고리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고객 서비스를 같은 그룹으로 묶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직군”으로 해석한 건 지나친 단순화라고 봅니다. Klarna의 경우에도 고객 서비스를 인공지능으로 대체한다고 했다가 소비자들의 고객 응대 품질 저하에 대한 거센 항의로 다시 직원들을 고용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인공지능 도입 속도 및 시점 불일치
ChatGPT가 나온 시점과 실제 기업의 AI 도입이 채용에 반영되는 시점 간에는 큰 시차가 존재합니다. Digital Economy Labs가 주장한 것처럼 2022년말부터 주니어들의 고용이 줄어든 이유가 인공지능때문이라면, 중견기업들이 ChatGPT가 나오자마자 회사에 도입을 하고 주니어들의 고용을 줄여왔다는 이야기인데, 여러분들은 이 타임라인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2023년에 우리가 뭘하고 있었는지 기억을 함께 떠올려보시죠 ㅎㅎㅎ
그 외 애매한 점들
이 외에도 ADP 데이터는 총량 수준의 흐름만 보여줄 뿐, 그것이 신규 채용 동결 때문인지, 혹은 기존 인력 해고 때문인지를 구분해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경제학과 노동시장 연구는 오래전부터 불황기의 전형적 패턴을 알려줍니다. 기업들은 불황에 직면했을 때 기존 인력을 곧바로 해고하기보다, 신규 채용을 멈추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다시 말해, 데이터에 잡히는 주니어 인력 감소는 해고가 아니라, 단순히 들어올 문이 닫혀버린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더해 임금 변화가 뚜렷하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만약 정말로 AI가 인간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나타나야 하는 현상은 해당 직종의 임금 하락입니다. 대체 가능한 인력이 공급 과잉 상태가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까지 관측된 데이터에서 임금의 급격한 하락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는 곧 “인공지능의 습격”이라는 설명보다, 경기 침체라는 더 단순하고 직관적인 요인이 훨씬 설득력 있다는 뜻입니다.
즉, 이 워킹페이퍼는 상관관계를 보여줬을 뿐, 인과관계는 전혀 증명하지 못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기업들은 아직 인공지능을 제대로 도입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기업들의 인공지능 도입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볼까요?
BCG (2024): 전 세계 기업 중 74%는 인공지능으로 실질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거나, 규모 확장(scaling)에 실패하고 있음.
MIT NANDA (2025): 95%의 GenAI 파일럿이 ROI 없음 (근데 솔직히 이 보고서도 약간 과장된 면이 없지않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US Census (2025): 대기업 AI 도입률 14%→12% 하락.
즉, 인공지능은 아직 본격적인 대체 단계가 아니라, 파일럿 단계에서 허덕이며 돈을 잃는 중입니다.
그런데 중견기업들이 인공지능으로 주니어들을 대체했다뇨?
또한 중견기업들이 AI 도입을 더 늦게, 더 얕게 한다는 증거는 여러 곳에서 확인됩니다.
RSM Middle Market AI Survey (2025): 중견기업의 91%가 생성형 AI를 사용 중이라 답했지만, 업무 전반에 완전히 통합(fully integrated)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25%에 불과했습니다. 기업들이 이런 서베이에서 좀더 낙관적이고 부풀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을 고려해보았을때 2025년임에도 불구하고 이정도라면 주니어를 대체할 수준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TXI Report (2025): 중견기업들은 인공지능에 대한 야망은 크지만, 데이터 인프라·인재 부족으로 인해 대부분 탐색·파일럿 단계에 머무르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OECD Report (2025): 대기업은 여러 인공지능 기술을 동시에 도입한 비율이 높은 반면, 중견기업은 단일 기술 중심으로 제한적 도입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Andersen Institute (2025): AI 도입은 소기업(스타트업)과 대기업에서 더 활발하고, 중견기업은 변화 관리·비용 문제로 실행 속도가 늦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스타트업이나 구글이 훨씬 더 빠르게 인공지능을 도입하지, ADP데이터에 있는 중견기업이 그 타겟은 아니라는 결론이빈다.
즉, 중견기업은 AI 도입에 있어 파일럿은 활발하나, 전사적 실행은 지연되는 구조적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곧 ADP 데이터에서 보이는 주니어 고용 감소가 인공지능이 그들을 대체한다기보다 경기침체와 과잉 채용 조정이라는 해석을 더 강화합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인공지능이 주니어 프로그래머들을 다 죽였다”는 내러티브는 자극적이고 좋은 어그로라는 부분에 박수를 쳐주고 싶지만(ㅇㅈ), 지금 벌어지고 있는 건 경기침체의 영향, 코비드시절 과잉 채용 후폭풍, 그리고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핑계로 이익률 관리를 하고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데이터는 전형적인 노동시장 약화를 통해 경기침체 패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팬데믹 때 과잉 채용했고, 우리는 그것이 해소되는 과정을 보고 있습니다.
중견기업들은 물론 대기업들도 아직 AI를 제대로 도입하지 못했고, ROI도 전무한 상황입니다.
ADP 데이터는 구조적으로 중소·중견 중심이므로, 테크/산업 전체로 일반화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스탠퍼드-ADP 연구는 상관관계는 찾아냈지만, 인과관계 증명에 실패했습니다.
이번 스탠포드 워킹페이퍼는 언론에서는 크게 회자되지만, 학문적 무게로 치면 아직 ‘초기 해석 수준’에 불과합니다. 스탠포드 메인 학과도 아니며, peer-review도 거치지 않은 워킹페이퍼이기 때문입니다. 즉, 데이터로 흥미로운 신호를 포착했을 수는 있으나 이를 곧바로 ‘AI가 주니어를 죽였다’는 결론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위험한 과잉해석입니다.
다만 인공지능이 생산성을 대폭 늘려준건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조차도 제 생산성이 늘어난걸 매일 느끼고 있으니까요. 다만 아직은 주니어를 대체할 수준까지 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업들은 인공지능 도입을 제대로 하지못해 골치아파하고 있으며, 파일럿 단계에서 많은 돈을 까먹고 있고 지금의 트렌드는 기업들이 경기침체와 채용 전략의 실패를 덮기 위해 인공지능이라는 핑계를 내세우고 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위기는 곧 기회
그렇다고해서 주니어들에게 위기가 오지않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은 거기까지 가진 못했지만 저도 언젠가는 갈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동시에 중요한 점은 이 위기가 어쩌면 다음 세대의 위대한 기업을 만드는데 어떤 토양이자 원동력이 될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뉴스레터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솔직히 기존 시스템에 AI를 도입하는 방식은 주로 시니어 전문가들에게 유리한 구조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그들만이 인공지능의 결과물을 검증하고 활용할 수 있는 경험과 지식을 이미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만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시대입니다.
따라서 기존 시스템에 AI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기반으로 완전히 네이티브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이, 경험과 전문성이 적은 주니어들에게는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기존의 경험과 전문성이 적기때문에, first principles thinking을 통해 틀에 박힌 아이디어가 아닌, 더 새롭고 뛰어난 아이디어로 기존의 질서를 뒤집고 바닥부터 새로운 프로덕트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은 인공지능이 열어줬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의 등장은 주니어들에게 큰 위협인 동시에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핵심은 변화를 두려워하지만고, 더 적극적으로 부딫히며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진부하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지금 상황에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글을 읽고계신 뛰어난 주니어 여러분들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준비가 되셨다면, 궁금한게 있으시다면, 언제든 ian@ianpark.vc로 이메일 주세요! (물론 저도 요즘 밑바닥부터 시작하느라 바빠서 답변이 느릴수 있는 점은 양해부탁드립니다 ㅠㅠ)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안 드림






2023년 GPT 짤보고 바로 극공감되네요.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