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와 조회수는 허영이다: 바이럴 크리에이터의 몰락과 미디어의 미래
AI 시대, 확성기를 버리고 모닥불을 피워야 하는 이유 (+주실밸 fellow 모집)
본 커뮤니티의 모든 내용은 대중에게 공개된 정보를 기반으로 한 개인적인 뷰이며 투자에 대한 조언이 아닌 전반적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보는 시장, VC, 스타트업, 기술 트렌드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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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간실리콘밸리 1만 구독자 돌파
지난 10월, 감사하게도 주간 실리콘밸리 뉴스레터의 구독자가 1만 명을 넘었습니다. 그래서 함께 해주신 구독자 여러분들께 감사 인사를 쓰려다 멈췄습니다.
“이 숫자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대입니다. 100만 유튜버들이 슈퍼카를 자랑하고, 제 주변 VC 중에는 30만 팔로워가 있는 친구도 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콘텐츠 공장을 돌리는 곳도 있고, 미디어를 무기 삼아 시장을 흔들려는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팔로워 수가 곧 발언권이 되고, 구독자 수가 명함이 되는 세상에서 1만은 솔직히 민망한 숫자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질문하게 됐습니다. 구독 버튼을 누른 1만 명이 진짜 나에게 힘을 주는가? 여러분들이 제 고민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제 관점이 와닿지 않는다면, 제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건 언제든 증발할 수 있는 허영 지표(Vanity Metric)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투자자로서 저는 유저 수는 많지만 리텐션이 바닥인 스타트업들을 수없이 봐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제 뉴스레터에는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본질로 돌아가려 합니다. 숫자 놀음이 아닌, 진짜 미디어의 역할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2. 미디어의 역사는 결국 광고의 역사이다
저는 미디어의 본질은 권력에 있으며, 그 권력을 재력으로 바꾸는 수단이 광고라고 생각합니다. 광고는 본질적으로 누군가의 시간을 돈으로 사서 내 물건을 파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미디어의 역사는 누가 그 시간을 소유하느냐에 따라 권력의 주인이 바뀌어 온 광고의 역사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1) 레거시 미디어 왕국: Spray and Pray
광고의 시초와 그 주인은 TV 방송국과 신문사였습니다. 이들은 정보의 문을 지키는 거대한 문지기 역할을 했었죠. 이 시절의 전략은 단순했습니다. Spray and Pray - 대중을 한곳에 모아두고 강제로 메시지를 주입하는 One-to-Many 방식이었습니다. 타겟팅은 불가능했고 저녁 9시 뉴스를 보는 사람이면 40대 가장이겠지라는 느슨한 추측뿐이었습니다. 그때는 자본이 있는 대기업만 할 수 있는 진입장벽 자체가 곧 미디어 권력이었던 시대입니다.
2) 플랫폼의 시대: 데이터의 민주화라는 착각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등장하면서 구글과 메타(페이스북)이 다음 시대를 열었습니다. 권력은 무차별적인 방송국에서 의도와 행동 데이터를 가진 플랫폼으로 넘어갔습니다.
구글(의도)은 운동화를 검색한 사람에게 운동화를 팔았고, 페이스북(행동)은 픽셀과 쿠키로 살 만한 사람을 핀셋으로 집어냈습니다. 거대 자본 없이도 데이터만 잘 다루면 누구나 브랜드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제가 D2C의 전성기 최전방에서 목격한 혁명이었습니다.
마치 미디어의 민주화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플랫폼에 월세를 내는 디지털 소작농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마저도 2021년, Apple의 앱 추적 투명성 정책 한 방에 데이터 연결고리가 끊기며, 모든 게 무너졌습니다. 가성비 좋은 월세 시대는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3) 크리에이터의 시대: 구독자와 조회수의 시대
광고 효율이 떨어지자 자본은 시스템에서 사람으로 이동했습니다. 팔로워 수가 곧 영향력이라 여겨졌습니다. 그러자 어그로와 가짜 팔로워가 판을 쳤고, 그들이 파는 물건들은 잠깐 관심을 끌었지만,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지친 소비자들에 의해 팔로워=구매전환 공식이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기 위해 더 자극적인 썸네일, 더 분노 유발하는 영상들을 만들게 된 크리에이터들은 플랫폼 정책 하나에 해고당하는 관심 소작농으로 전락했습니다.
조회수는 터졌지만 노이즈였지 신뢰가 아니었습니다. “이 사람이 또 무슨 헛소리 하나” 감시하려고 팔로우하는 Hate-Follow까지 등장했습니다.
3. 맥락의 시대: 뾰족함만 살아남는다
미디어 권력이 시스템에서 사람으로 넘어왔다면, 이제는 인공지능과 독창적인 인간에게 그 권력이 넘어가는 분기점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팔로워 수가 곧 영향력이라는 것이 착각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기 시작하는 바로 그 지점입니다.
1) 키워드 → 쿠키 → 맥락
미디어와 광고의 역사는 결국 검색과 추천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인터넷에서 검색 결과는 결국 추천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검색과 추천의 시작은 키워드였고, 그 다음은 쿠키, 그리고 지금 AI 시대의 검색은 맥락으로 그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아래 글과 같이 이 부분에서 저는 구글이 아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구요.
앞으로의 검색은 “실리콘밸리 뉴스 보여줘”라고 했을 때, 단순히 키워드를 매칭하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평소에 무엇을 좋아하는지, AI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24/7 내내 모아온 나의 방대한 맥락을 기반으로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을 여태까지보다 가장 가깝고 정확하게 찾아줄 것입니다.
이전 시대와는 차원이 다른 구매전환율. 이것이 제가 말하는 ‘High-Conversion Search’의 시대입니다. 예전부터 그저 과대 광고 문구처럼 여겨졌던 이 접근이 인공지능을 통해 곧 현실화될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2) 블랙박스의 시대: 노출이 아니라 전환이다
여태까지와 다른 점은, 이 매칭 과정이 블랙박스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더 이상 관련 키워드를 선점하거나, 광고비를 무작위로 뿌리는 방식은 통하지 않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플랫폼의 과금 방식도 노출(Impression)에서 구매(Action)로 그 주도권이 더욱 압도적으로 넘어가게 될 것입니다.
광고주의 입장에서는 실제 구매가 일어났을 때만 비용을 지불하니 합리적일 것이고 AI 플랫폼의 입장에서도 높은 수수료와 동시에 많은 전환을 가져갈 수 있기때문에 서로 윈윈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어중간한 중간자들에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AI 시대에는 콘텐츠도 1분이면 만들어집니다. 복제 비용이 ‘0’에 수렴하면 평균적인 것은 희소성을 잃습니다. 동시에 맥락 기반 검색은 ‘가장 많이 노출된 콘텐츠’가 아니라 ‘가장 잘 맞는 콘텐츠’를 찾습니다. 공급은 폭발하고, 수요는 뾰족해집니다. 뻔한 콘텐츠는 누구에게나 맞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누구에게도 맞지 않습니다.
내 제품이 뭔지,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뭔지 명확해야 합니다. 그것이 남들과 다르고 독창적일수록 나의 맥락과 맞는 독자, 고객과 연결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3) 큐레이터는 죽고, 사유만 산다
커머스 위주로 설명했지만, 오피니언 리더가 되는 문법도 똑같습니다. 뻔한 정보는 AI가 0.1초 만에 요약해 줍니다. 따라서 남의 정보를 나르는 큐레이터는 멸종할 것입니다.
어그로를 끄는 자극적인 영상, 웃긴 영상, 신기한 영상, 감동적인 영상, 뛰어난 외모로 승부하는 영상? AI가 훨씬 더 완벽하게 만들어냅니다. 조회수 알고리즘의 플랫폼 소작농들은 AI를 잘다루는 기획팀에 의해 대체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역설적이게도, 가장 비효율적인 ‘깊고 독창적인 사유’ 뿐입니다.
이번세대 인공지능은 보기와는 다르게 추론하거나, 생각하거나, 상상하지 않고, 확률적으로 가장 그럴듯한 평균값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고뇌하고, 틀리고, 다시 질문하며 세상에 없던 관점을 만들어냅니다.
저 역시 글을 자동화하려고 노력해 봤습니다. 하지만 AI에게서 제 마음에 드는 글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뻔한 정보를 번역하고 살을 붙이는 건 누구나 1초면 하는 시대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일주일 내내 씹어 삼켜 소화해 낸 ‘독자적인 사유’만이 희소성을 가집니다.
AI가 영원히 복제할 수 없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그 정보를 뚫고 나오는 그 사람만의 시선이기 때문입니다. 살아남는 건 정보를 나르는 사람이 아니라, 관점을 가진 사람입니다.
4. 주실밸은 왜 번역을 멈추고 긴 글을 쓰기 시작했나
개인적으로도 이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미국 D2C 전성기와 몰락을 현지 Consumer VC에서 경험했고, 크리에이터의 시대에는 뉴스레터로 숟가락을 얹었고, 이제 AI 시대 초입에서 미디어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주간 실리콘밸리도 관심노동자로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코로나 시절 클럽하우스에서 얻은 관심을 바탕으로 뉴스레터를 시작했습니다. Value Proposition은 단순했습니다. “미국 뉴스를 누구보다 빨리 번역해서 요약해 주는 것” 미국 주식이 뜨거웠던 시절이라 구독자는 빠르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늘 드는 생각이, “이걸 꼭 내가 해야할 이유가 있을까? 나의 해자(Moat)는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성실함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성실함은 AI 시대에 가장 먼저 무너질 방벽이었습니다.
그러던 2022년 12월 12일, 저는 처음으로 단순 요약을 멈추고 제 생각을 담은 긴 글을 썼습니다. 제목은 Generative AI와 ChatGPT: FOMO is back! 이었습니다.
번역은 AI가 다 하겠구나 직감한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저를 대체할 AI에 대해 저만의 생각을 쓰기 시작한 겁니다. AI가 정보를 처리하는 동안, 인간인 저는 사유해야 했으니까요. 저는 그날부로 정보를 나르는 노동자가 아니라, 독창적인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5. 미디어의 미래: 확성기가 아니라 모닥불이다
그래서 저는 인공지능 시대에는 미디어의 정의가 달라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는 더이상 내 목소리를 불특정 다수에게 크게 퍼뜨리는 확성기가 아닙니다. 이제는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커뮤니티, 즉 모닥불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모닥불이 깊고 뜨거울수록 더 밀도 있고 깊이있는 사람들이 모입니다.
1) 싸구려 관심의 종말
어디서 베껴온 껍데기 같은 글, 반복되는 템플릿, 자극적인 어그로로 싸구려 관심을 끌 수는 있습니다. 여태까지는 그 관심이 돈이 되고 영향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시대인 지금, 그 가치는 0으로 수렴할 것입니다.
팔로워와 조회수에 최적화된 가벼운 크리에이터들은 인공지능에 대체되어 사라져갈 것이고, 다양한 경험과 치열한 고민에서 나온 깊이와 진정성이 있는 본인만의 독창적인 생각을 계속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들만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될 것 입니다.
2) 연결과 팬덤의 자본화
사람들은 이제 CNN을 믿는 게 아니라, 조 로건을 믿고, 본인들이 좋아하는 섭스택의 작가를 믿습니다. 조 로건(Joe Rogan)의 팟캐스트 한 편이 CNN 전체 시청률을 압도하는 세상입니다. 거대 방송국이라는 기관의 신뢰는 무너졌고, 그 자리를 투명하고 솔직한 개인이 대체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Slow Ventures가 왜 회사가 아닌 개인에게 투자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전통적인 미디어가 무너진 자리에, 강력한 팬덤과 신뢰를 가진 개인이 새로운 권력으로 부상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혹시 나도?”라고 기대했지만, 실제 투자 대상은 조회수 많은 관심노동자가 아닙니다. 본인만의 독창적인 경험, 영역, 세계관을 깊게 공유하는 팬덤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비즈니스 리더의 역량까지 갖춘 사람들입니다.
승리하는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그 방법은 더이상 100만 명에게 정보를 뿌리는 게 아니라, 내 철학에 완벽히 동의하는 100명의 동료를 얻는 것입니다.
Attention은 휘발되지만, Retention은 자산이 됩니다.
주간실리콘밸리는 더 큰 모닥불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인공지능이 가장 대체하기 힘든 저만의 담론을 만드는데 더 집착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주간실리콘밸리가 더 큰 모닥불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소리를 지르기 위함이 아니라, 여기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깃발을 꽂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모두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섰습니다. 아직 이 흐름의 답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멈춰 서 있는 것보다는 노를 저어 나가는 게 낫다는 것입니다. 혼자서는 이 거대한 파도를 모두 넘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담론을 이끄는 미디어로서의 주실밸의 정체성을 함께 실험할 동료들을 찾고 있습니다.
🚀 저와 함께 모닥불을 키워나갈 fellow를 찾습니다
남의 플랫폼에서 조회수 쫓는 대신, 저와 주간실리콘밸리를 이용해 자신만의 미디어 자본을 쌓고 VC/스타트업 업계에 진출하고 싶은 야망 있는 분을 찾습니다.
이력서나 학력은 보지 않습니다. 오직 당신의 생각과 관점만 봅니다.
What you get:
Personal Branding: 기여한 콘텐츠에 공동 저자 등록, 직접 콘텐츠 기획 가능
Network: 주실밸 주최 행사 우선 초대 및 국내외 VC/스타트업 네트워킹 지원
Reward & Career: 수익 배분, 굿즈 제공, 활동 수료 시 강력한 추천인 제공
What I get:
뉴스레터 공동 작성, 소셜미디어 채널 관리, 커뮤니티 운영등 확장을 위한 자원











작성해 주시는 글을 읽으며 매번 공감하는 포인트가 많이 챙겨 읽게 됩니다. 매번 강건한 관점을 제시해 주시는 점도 참 좋고요. 나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취향과 관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커뮤니티라! 저의 언어로 정리하고 보니 '덕후들의 모임' 같은 느낌이 될 것 같네요. 물론 좋은 의미만 담고 있는 표현입니다.
Generalist 같은 AI의 시대에 특정 관심사의 Specialist 들이 피운 모닥불이 여기저기 켜져 있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