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실리콘밸리.
Essay

세상은 불안해졌고, 그래서 예언자들은 유명해졌다.

레오폴드가 AGI를 팔더니, 이제 콕슨은 종말을 판다. 내가 더 신경 쓰이는 건 이런 이야기가 너무 잘 먹힌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그만큼 혼란하고 불안하다는 뜻이니까.

세상은 불안해졌고, 그래서 예언자들은 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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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누구에게 돈이 되는가

레오폴드가 AGI를 팔더니, 이제 콕슨은 종말을 판다.

천국이든 지옥이든, 내 눈에는 그냥 비슷한 장사로 보인다.

세상이 통제 불능으로 치닫고 있고, 나는 안에서 일해봤으니 그 끝을 안다는 이야기. “거기서 일했다”가 “그러니 나를 믿어라”가 된다. 조회수가 권위가 되고, 바이럴 한 번에 예언자 대접을 받는다.

콕슨의 퇴사 글은 1억 7천만 회 넘게 조회됐다. 기사에서는 벌써 그의 유명세가 얼마나 좋은 커리어 기회가 될지 이야기한다. 양심을 위해 돈을 포기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생겼으니, 그를 채용하는 회사도 덩달아 좋은 회사로 보일 거라는 것이다. 경고가 맞는지 확인하기도 전에 그 경고의 시장 가치부터 계산되고 있다.

처음부터 그걸 노렸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예측이 맞는지 드러나기 훨씬 전에, 그 말을 한 사람에게는 유명세와 기회가 생긴다. 레오폴드의 미래 전망은 같은 이름의 헤지펀드로 이어졌다. 콕슨의 종말론에는 벌써 새로운 커리어가 거론된다. 세상은 불안해졌고, 그들은 유명해졌다.

하지만 내가 더 신경 쓰이는 건 이런 이야기가 너무 잘 먹힌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그만큼 혼란하고 불안하다는 뜻이니까.

AI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제 정세도, 정치도, 경제도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까지 말도 안 된다고 여겼던 일이 벌어지고,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음 일이 터진다. 정상의 범위를 벗어난 일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어디까지가 정상인지조차 모르겠다.

예전 같았으면 세상이 뒤집힐 일에도 사람들은 점점 무덤덤해진다. 전쟁 소식에 물가와 금리 걱정, 사기와 비리까지 매일 쏟아진다. 익숙해졌을 뿐인데, 괜찮아진 것처럼 넘어간다. 그렇게 불안은 쌓이고 감각은 무뎌진다.

이런 세상에서 누군가 자신 있게 결론을 내려주면 귀가 솔깃해진다. 곧 낙원이 온다는 말도, 곧 다 끝난다는 말도 먹힌다. 적어도 저 사람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는 것 같으니까. 아무것도 모른 채 버티느니 차라리 무서운 결론이라도 믿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 불안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은 확신을 얻고, 확신을 파는 사람들은 돈과 영향력을 얻는다. 요즘은 그걸 바이럴이라 부르며 능력으로 인정한다. 말세다.

지난 세기에도 혼란과 불안 속에서 확신에 찬 사람들에게 대중이 열광했다. 그런 열광이 전쟁과 파괴에 동원된 역사도 있다. 물론 바이럴 글 하나가 제3차 세계대전의 시작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저 예언자를 갈망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사회를 대수롭지 않게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내가 걱정하는 건 콕슨의 예측이 맞느냐 틀리느냐보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예언자들에게 매달리게 되었느냐다.

제대로 아는 것도 없는 강의팔이에게 휘둘리고, 남의 말이나 퍼 나르며 아는 척하는 사람을 전문가로 떠받든다. 해본 적도 없는 일을 자신 있게 떠드는 사람에게 돈을 내고 판단을 맡긴다.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사람도, 그 말을 믿고 따르는 사람도 이토록 많다는 게 문제다.

나는 그만큼 사회가 불안해졌고, 사람들이 기댈 곳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세상이 이랬던 건지, 내가 나이가 들어서 이런 게 보이는 건지는 아직도 헷갈린다. 다만 현실을 설명하는 말보다 구원과 종말을 약속하는 말이 더 잘 먹히는 세상이 불편하다.

그리고 그런 세상이라면 AI는 우리 문제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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