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안입니다. 제가 요즘 출장에 미팅에 너무 바쁜데, 또 은근 퀄리티에 대한 집착병이 도져서 글을 제대로 쓰지 못했습니다. 두고두고 나중에 또 열어봐도 부끄럽지 않을 글을 쓰려는 욕심이 오히려 글을 못쓰게하는 것 같아서 매번 말하지만 좀 더 내려놓고 글을 쓰려고 합니다. 대신 제 글이 틀리면 꼭 지적 부탁드립니다 ㅎㅎㅎ 아래 카톡방이나 이 이메일에 답장을 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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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는 끝났다?
최근에 “VC는 끝났다”는 글이 유행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실리콘밸리의 Lightspeed Venture Partners 라는 초대형 VC가 RIA로 등록하면서 트리거된 부분입니다. 사실 저는 “VC는 끝났다”는 주제에 대해 2년전부터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VC들이 과도하게 커지면서 수익률이 떨어지게될테고 그럼 서서히 도태될 것이라는 예측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예측대로, 대형 VC들이 궁지에 몰리게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생존을 하려고 하고 있고, 그 결과가 정치에 참여한다거나, 혹은 다른 자산군으로 확장을 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내용은 아래 두개의 글을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 오늘 글에 대한 결론은 난 것 같지만 ㅋㅋㅋ그래도 좀 더 풀어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RIA가 뭔데?
기본적으로 VC들은 정보공개 의무등 다양한 규제들을 완화해주는 조건으로 펀드 규모 전체의 80%이상을 비상장 주식에 투자해야만 합니다. 즉 20%이상 주식, 채권, 부동산, 펀드등 타 자산군에 투자를 할수없다는 말이죠. 하지만 RIA로 등록을 하게되면 이러한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되며 각종 컴플라이언스 조항들이 추가되지만 동시에 다양한 자산군에 쉽게 투자할수있게 되는 겁니다.
LSVP뿐만 아니라 이미 VC들중에는 RIA가 꽤 있습니다. Top VC들만 본다면 a16z, General Catalyst, Sequoia Capital, founders fund 정도가 RIA인데, 각각 펀드별로 보면 a16z경우 크립토에 대한 투자를 늘렸고, GC의 경우 병원체인을 통째로 인수했고, Sequoia의 경우에는 evergreen fund모델을 도입해 펀드 만기가 없이 편하게 투자하고 회수할수있는 구조를 만들었고, LSVP는 buyout팀을 영입했으며 Founder Fund는 크립토,세컨더리, 그리고 주식에 투자하였습니다.
오 드디어 VC들이 혁신을 하는걸까?
안타깝지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표면적으로야, 자산군 관점에서 세컨더리와 같은 기회가 있는 분야로 진출을 하겠다는건데 저는 그 타이밍이 참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어찌보면 다들 VC로부터의 탈출을 원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VC들이 너무 힘들다.
일단 VC들의 자금 회수 및 성과를 내기가 아래 피치북 데이터에 나와있듯이 exit이 너무 힘든 상황입니다. 2021년에 회수를 못한 투자자들은 그 이후에 말라버린 자본시장으로 인해 큰 회수건들이 없는 상태이고, 더군다나 많은 VC들이 2021년, 6개월마다 밸류가 뛰는 말도 안되는 버블을 겪고 난 직후이기때문에 심리적으로 더욱 더 타격이 크게 느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래 보시다시피 LP들도 2020년 이후로 회수금이 투자금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LP들도 마찬가지로 2021년/2022년 시장에 휩쓸려 능력밖의 과도한 직접투자를 집행할 정도로 무리한 상황이기때문에 내부적으로 힘이 들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새로운 펀드 결성을 포기하거나 문을 닫는 VC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동시에 그동안 정치적 중립을 지켜왔던 실리콘밸리가, 정권이 바뀌어버리면 큰 리스크로 돌아올지모르는 정치판에 노골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크립토나 인수합병등 역사적 고점에 물려있는 본인들의 투자금 회수에 필요한 어젠다를 밀어붙여야하기 때문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뉴스레터에서 읽어봐주세요!
자산 규모를 늘리는데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VC들의 성과자체가 잘나오지 않는 상태이고, 특히 2020/2021 빈티지의 경우 시장 벤치마크 자체가 아직 이르다는점을 감안하더라도 처참한 수준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10년만기 VC라면 7년정도에는 1x DPI (원금 회수 완료)가 나오는게 우수한 VC라고 생각하는데, 2020-2021년 빈티지의 경우 이미 4-5년이 지났고, 목표인 7년까지 2-3년정도 밖에 안남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지금 펀드레이징을 해야한다면, 가능은 하겠지만 그동안 아주 빠르게 키워온 펀드사이즈의 페이스는 유지하지 못할 것이고, 그렇다면 본인들이 원하는 AUM을 늘려서 management fee를 많이 받는 전략은 더 이상 쓸수없게 됩니다. 심지어 DPI가 아닌 TVPI숫자만으로 평가된 펀드들의 성과는 보장되는게 아니기때문에 앞으로 성과가 더 내려갈 가능성도 큰 만큼, 현재 펀드사이즈를 유지하는 것 조차 힘들어질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2021-2022 시즌에 VC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며 칭송받던 Tiger 글로벌과 같은 경우에는 15호펀드인 PIP15의 사이즈가 $12.7B이었는데 16호 펀드인 PIP16은 $2.2B에 불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에게 떠오른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다른 자산군으로의 확장입니다.
특히 세컨더리와 사모펀드가 가장 유행하고 있는데, 둘 다 지금의 대형 VC들에게는 아주 좋은 스토리텔링이 가능한거죠. 예를 들자면 “좋은 자산은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살수있다(아 물론 나도 그때 비싸게 샀던건 모른척해줘)”, “인공지능을 이용한 사모펀드식 바이아웃이나 롤업이 가능하다(아 물론 내가 비싸게 산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이용해서)”와 같은 방식으로 말이죠. 동시에 본인들의 이전 펀드 자산을 서로 exit 시켜주며 DPI를 올릴수있는 유용한 방법이기까지도 합니다. 더군다나 이 자산군들은 기대 수익이 VC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사이즈가 일반적으로 훨씬 더 크기때문에 LP들의 check size도 큰편이고, 따라서 관리보수 측면에서는 오히려 VC보다 훨씬 좋은 vehicle인만큼, 지금의 VC들 입장에서는 드라이파우더가 많은데 돈 쓸곳이 없는 LP들만 설득할수있다면 안할 이유가 없는 전략이긴 합니다.
이미 강력해진 본인들의 네트워크를 더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느끼셨다시피 초대형 VC들의 영향력은 이제 어마어마합니다. 그래서 예전의 그들이 할수없었던 네트워크와 규모를 이용해서 PE플레이를 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어보이는건 사실입니다. 운용금액이 크게 늘었고, 그만큼 더 큰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만큼, 적당한 사모펀드출신을 한명 고용해서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거죠.
그럼 과연 잘할수 있을까?
저는 Greenoaks에 자주보던 친구도 있고, 그들이 돈을 잘벌고 신비주의를 지향하다보니 업계에서 이를 찬양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VC로써는 존경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 이유는 그들의 플레이가 VC가 아니라는 부분인데, 이들은 헤지펀드에서 distressed asset위주로 투자하던 경력을 기반으로 VC로써 출자를 받고 투자를 하는데, 성과면에서나 주목을 받는 부분이 상장주식에 투자를해서 돈을 벌고 이를 레버리지하는게 LP관점에서 봤을때는 애매한 부분이 있는거죠. 차라리 헤지펀드 매니저로써는 그들의 노하우와 경험 그리고 네트워크에 맞는 플레이를 하며, 돈 잘버는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성과들을 VC로써 성과로 봐주긴 힘들다는거죠.
저의 이런 관점은 지금의 대형 VC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지금이야 마치 자기들이 VC업계를 혁신하는 양 포장하지만, 사실 이런 플레이는 PE들에 전통적으로 해오던 것이고 증명된 플레이북과 플레이어들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VC들이 PE플레이를 본인들이 “발명”한 것처럼 생각한다는 비아냥도 자주 들리기도 하구요.
동시에 인공지능을 도입해서 새로운 혁신을 보여주겠다는 것도 아이디어는 좋지만, 본인들의 홈그라운드인 VC에서도 인공지능을 통한 큰 혁신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어마어마한 선수들이 넘치는 PE판에 끼어들면서 동시에 인공지능을 이용해 판을 바꾼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는 기존 PE들은 놀고만 있었다고 생각하는건가 싶고, 동시에 VC특유의 “우리가 기술의 정점이야”라는 오만까지 섞여있다고 봅니다. 일단 VC판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혁신을 보여주면 더 믿음이 갔을텐데 말이죠.
결론적으로 과도한 AUM플레이와 FOMO로 인한 투자실패 그리고 너무 심한 경쟁때문에 본인들의 전문적인 분야를 이탈하면서까지 생존을 위해, 본인들에게는 새롭지만 오래된 분야로 진출하는 모습이고, 개인적으로는 VC의 능력이나 전문성이 PE업과 완벽하게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PE전문가를 고용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지만, 둘다 경험해본 입장에서 기본적으로 VC와 PE의 스킬셋과 마인드셋이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PE가 로켓사이언스라는건 아니기때문에 모두가 완전히 실패할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성향이 완전히 다른 투자라고 생각하기때문에 VC들의 PE진출이 그들의 기대만큼 꿈과 희망의 나라는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성과기대치 자체가 다르기때문에, LP입장에서는 솔직히 이럴거면 그냥 오랫동안 해온 PE에 출자하지 굳이 VC에 출자할 이유가 있나 싶기도 하구요.
결국 제 생각에 이 대형펀드들은 이제 VC로써는 죽었습니다. 대신 종합 자산 운용사로써 새로운 여행을 시작한 것이고, 이는 성장세를 유지하려는 탐욕과 생존을 위한 몸부림의 교차점이라고 느껴집니다.
한국 VC들과 겹쳐보이는 이유?
여담이지만 미국 진출하는 한국 VC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데 저는 지금 초대형 VC들의 행보와 비슷한 부분이 느껴집니다. 이 VC들이 본인들이 속한 시장이 힘들어서 PE로 확장하듯이, 한국 VC들도 국내시장이 힘들어서 미국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개인적으로 그들의 도전을 응원하고 동시에 미국에 한국계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서로 도우면서 함께 성장하기에 유리하다고 보기때문에 반갑게 생각합니다.
동시에 걱정되는 부분은 위의 대형 VC들처럼 본인들의 홈그라운드를 넘어서서 강제로 확장을 해야하는 상황인데, 정말 쉽지않은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는 미국에 있는 한국어를 하시는 창업자들에게는 정말 창업하기 좋은 때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미국 진출을 원하는 한국 VC들의 관심이 모두 이분들께 쏠리고 있기때문입니다. 동시에 이들에게 자금이 몰리면서 버블도 생기고 있는 상황이라 그 또한 성과면에서나 어려울 수도 있다는걸 고려하셔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한국 VC분들중에 미국 진출관련해서 협업이나 제가 도와드릴수 있는 부분이 있으신 분들은 이 뉴스레터에 답장해주시거나 ipark@sazze.vc 로 연락주셔서 저와 미국 정복을 꿈꿔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래 글은 제가 관련해서 2년전에 작성한 글인데, 여전히 유효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so what?
VC업계에 대한 전반적인 회의감
한국에서도 많이 느끼시는 부분이지만, VC라는 자산군 자체가 힘든시기인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버블과 FOMO로 인해 한동안 성과가 안좋을 것은 분명하고, 상장주식이나 사모대출과 같은 다른 대체제들이 잘되고 있는데다, 높은 금리로 경기가 힘들고 유동성이 부족한 시기에 가장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군이기때문에 펀드레이징 자체가 힘들고 또 부실자산들이 관리가 너무 힘든 시기이기때문에 VC펀드를 바라보는 외부적인 시선이 좋을수도 없고 동시에 내부적으로도 손만 많이가고 재미는 없는 자산군이 되어버린 것이죠. 그때문에 VC는 죽었다는 생각을 충분히 할수있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도 언젠가는 부활하겠지만 한동안은 암흑기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다음세대 VC들이 탄생할 기회
하지만 동시에 다음 VC들의 부활사이클을 기대한다면, 대형 VC들의 자산운용사화는 동시에 다른 VC들에게 성장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대형 VC들의 펀드사이즈가 커지고, 점점 큰 딜을 선호하는 양상을 띄면서, 그만큼 초기 기업들에 대한 수요가 적어지는 만큼, 더 작은 신생 VC들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돌아왔기때문이죠. 이제는 자산운용사가 되어버린 이들을 대체할 새로운 VC들의 등장으로 세대교체의 기회가 왔다는 기대도 있습니다.
그럼 다음세대 VC들은 어떤 모습일까?
개인적으로 AI-native한 VC펀드들이 새로 생겨날 것으로 생각하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를 통한 distribution에 강점을 가진 platform 형태의 VC들이 앞으로 떠오르는 VC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플레이어 위주의 VC들이 1세대라고 생각한다면, a16z와 같은 2세대 value-add 플랫폼 VC들이 있었고, 이제 3세대 AI-native VC들의 등장이 기대되는데, 개인적으로 정말 많이 고민해보고 있는 이 주제에 대해서는 좀 더 깊게 별도의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오랜만에 글을 썼는데 쓰다보니 더 쓰고 싶은 주제들이 막 떠오르네요. 요즘 관심있는게 인공지능 시대의 이상적인 창업자인데, 이것도 곧 한번 짧게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