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는 사기다.
휴머노이드와 피지컬 AI는 클린테크와 너무나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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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제 책도 다 썼으니, 다시 본업에 집중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발굴/투자한 OpenAI, SpaceX, Reddit 같은 딜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미국 딜플로우를 두 갈래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Neuralink 같은 ‘Next SpaceX’를 찾는 미국 유명 대형 딜 구주, 다른 하나는 ‘Next Facebook’, ‘공장형 피부과’, ‘한국형 건기식’ 같은 Consumer AI & Product입니다.
이러한 딜들을 이미 소싱/구조화하고 있으며, 요건을 갖춘 기관 투자자에게 준비되는 대로 1:1로 기회를 공유합니다. 관심 기관은 아래로 등록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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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는 사기다
휴머노이드와 피지컬 AI는 클린테크와 너무나도 닮았다
물론 모든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회사가 사기라는 뜻은 당연히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저도 테슬라 FSD를 매일 사용하고 있고, 언젠가는 휴머노이드가 상당수의 노동을 대체하고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다만 제가 문제 삼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타임라인과 밸류에이션입니다.
제 생각에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가 앞으로 5년, 혹은 10년 안에 인간 노동자를 광범위하게 대체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너무 멀고, 또한 지금 투자자들이 앞다투어 몰려드는 피지컬 AI는 닷컴버블 이후 Khosla Ventures와 Kleiner Perkins에게 치욕을 안겼던 클린테크와 놀라울 만큼 닮았습니다.
현재 VC 시장의 피지컬 AI 투자는 세 가지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휴머노이드를 비롯한 로봇 기술은 계속 발전한다.
범용 휴머노이드가 앞으로 5~7년 안에 안정적으로 상업화된다.
지금 이 가격에 투자한 스타트업이 좋은 수익을 낸다.
첫 번째 문장은 사실입니다. 두 번째는 불확실합니다. 세 번째는 더욱 불확실합니다. 하지만 시장은 이 세 문장을 하나의 필연적인 논리처럼 이야기합니다.
로봇은 세상을 바꾼다.
그러므로 범용 휴머노이드는 곧 온다.
그러므로 지금 이 밸류에이션에 투자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친다.
기술의 방향성이 맞는 것과 타이밍이 맞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타이밍이 맞는 것과 투자자가 돈을 버는 것도 또 다른 문제입니다.
지금 시장은 논리적 연결고리가 약한 이 세 문장을 하나의 필연적인 미래처럼 묶어 팔고 있습니다.
지금의 피지컬 AI가 사기인 이유
A. 기술적인 한계 (Can it work?)
1. LLM의 성공은 물리 세계로 그대로 넘어가지 않는다
현재 피지컬 AI 서사에는 그럴듯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LLM이 언어를 이해했고, 멀티모달 모델이 이미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카메라와 팔다리만 붙이면 물리 세계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언어를 처리하는 것과 현실 세계에서 행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챗봇이 틀린 답을 하면 다시 질문하면 됩니다. 반면 로봇이 컵을 1센티미터 잘못 밀면 현실의 상태 자체가 바뀌고, 다음 행동은 이미 틀어진 환경에서 시작됩니다. 작은 오류가 다음 오류의 출발점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LLM의 다음 토큰 예측만으로 긴 시간축의 물리적 인과와 안정적인 제어까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증거도 아직 없습니다. LLM은 언어를 토큰이라는 단위로 처리하지만, 물리 제어는 시간에 따라 연속적으로 변하는 위치와 속도, 힘을 다뤄야 합니다. 그래서 로봇 모델들은 LLM이 아닌 다른 시스템으로 연속적인 동작 제어를 처리합니다.
물론 LLM의 발전은 피지컬 AI에도 큰 도움을 줬습니다. GPU와 자본, 인재가 몰렸고, 사전학습된 비전, 언어 모델은 로봇이 사물을 인식하고 작업을 계획하는 능력을 크게 높였습니다. 하지만 물리 지능의 핵심 병목인 연속 제어, 오류 누적, 촉각, 로봇 데이터는 여전히 LLM의 성공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LLM의 성공이 피지컬 AI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 것은 맞지만, 그 성공을 보장하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아닙니다.
2. 돈과 시간을 더 부으면 된다는 보장은 없다
여기까지 읽으면 이런 반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지금은 부족해도 GPU와 데이터, 로봇을 더 많이 투입하면 결국 해결되지 않을까?”
하지만 자원을 더 투입한다고 범용 물리 지능으로 자동 수렴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현재의 접근법이 근본적으로 맞다면 규모를 키우는 것은 실행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어떤 아키텍처와 학습 방식이 정답인지조차 모르는 지금의 상태에서, 이는 단순한 엔지니어링 문제가 아니라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연구 문제입니다.
LLM의 결정적인 돌파구도 기존 방식에 시간과 자본을 계속 투입한 결과만은 아니었습니다. 트랜스포머라는 새로운 구조가 등장하면서 발전 속도가 급격히 달라졌습니다. 피지컬 AI에도 이와 비슷한 구조적인 전환점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 해답이 JEPA인지, action-conditioned world model인지, 새로운 센서 체계인지, 전혀 다른 학습 방식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여러 연구자와 기업이 LLM과 다른 접근법을 탐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막대한 자본과 인재가 돌파구가 등장할 가능성을 높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을 높이는 것과 5년 또는 10년 안에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시장은 아직 정답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연구 문제를, 자본과 실행만으로 일정 안에 해결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문제처럼 가격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3. 로봇에겐 인터넷이라는 데이터가 없다
LLM은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생산한 글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 기록이 PC 시대에 디지털화되고 인터넷 시대에 폭발적으로 쌓이면서, 현대 인류의 지식을 대변하는 거대한 학습 데이터가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휴머노이드에는 이에 해당하는 데이터가 없습니다. 약간의 3D데이터가 있긴해도 턱없이 부족하고, 촉각과 같은 어려운 자료는 더 찾기 힘듭니다. 인터넷에는 “딸기를 집어라”라는 문장은 많지만, 딸기가 멍들기 직전의 손끝 압력은 기록돼 있지 않습니다. 인터넷을 통째로 학습해도 마찰과 무게, 압력, 미끄러짐을 다루는 감각이 저절로 생기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로봇 데이터는 텍스트보다 훨씬 고차원적입니다. 영상뿐 아니라 3차원 위치와 시간, 힘과 토크, 촉각과 마찰, 그리고 이전 행동이 만들어낸 결과까지 하나의 궤적으로 기록해야 합니다. 같은 컵을 집는 작업도 위치나 무게, 재질 중 하나만 달라지면 필요한 행동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 한가지는 로봇 데이터는 수집할 때마다 실제 하드웨어가 필요합니다. 로봇을 만들고 배송하고 정비해야 하며, 사람이 원격조종하고, 실패하면 환경을 다시 배치해야 합니다. 로봇이 고장 나면 데이터 수집도 멈춥니다. 웹에서 텍스트를 긁어오는 것과는 비용과 속도 자체가 다릅니다.
시뮬레이션이 데이터 부족을 완화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으로 학습한 행동이 현실에서도 똑같이 작동하는지 확인하려면 결국 실제 로봇과 실제 환경이 필요합니다.
어찌보면 LLM은 인류가 역사적으로 축적한 데이터를 가지고 3루에서 시작했습니다. 반면 피지컬 AI는 이제 그 데이터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텍스트 데이터를 모으는 것보다 훨씬 느리고, 비싸고, 복잡합니다.
4. 지금 모델들은 롱테일이 약하다: 테슬라와 웨이모
백번 양보해서 로봇 데이터를 충분히 모았다고 칩시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습니다. 현실의 무한에 가까운 변수들이야말로 이번 세대 인공지능의 가장 큰 약점이기 때문입니다.
“로봇 1천 대를 공장에서 몇 년 돌리면 된다”는 말은 그럴듯합니다. 하지만 공장조차 로봇이 일하기 쉽게 근본적으로 구조화해야 하고, 작은 변수 하나만 추가돼도 복잡도는 급격히 증가합니다. 하물며 일반 가정은 어떨까요? 반쯤 열린 서랍, 엉킨 전선, 젖은 바닥, 갑자기 움직이는 아이와 반려동물, 매번 달라지는 물건의 위치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현실의 상태 조합은 사실상 무한합니다.
그럼 시뮬레이션으로 해결하면 되지 않을까요?
시뮬레이션은 실제 환경에서 발생한 상황을 반복하고, 조건을 바꾸고, 더 어렵게 만들어 학습시키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현실에는 기어 마모, 렌즈 얼룩, 반사광, 갑작스러운 햇빛, 사람의 돌발 행동처럼 완벽하게 모델링하기 어려운 변수가 계속 등장합니다.
그렇기때문에 시뮬레이션은 현실을 근사할 수는 있어도 재현하지는 못합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웨이모입니다. 웨이모는 2009년 구글의 자율주행 프로젝트로 시작한 뒤 17년 동안 200억 마일이 넘는 시뮬레이션과 2억 마일 이상의 실제 주행 경험을 축적했습니다. 그 결과 운전자 없는 상용 로보택시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뤘지만, 서비스는 여전히 웨이모가 검증하고 확장한 특정 도시와 운영 구역을 중심으로만 제공됩니다.
이것은 웨이모가 실패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율주행은 피지컬 AI가 지금까지 이룬 가장 큰 성공입니다. 동시에 가장 구조화되고 데이터가 풍부한 물리 AI조차 범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얼마나 긴 시간과 막대한 실제 및 시뮬레이션 데이터가 필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이번 세대 AI는 평균적인 상황에서 매우 강합니다. 하지만 로봇에서 중요한 것은 평균이 아니라 드물지만 치명적인 예외, 즉 롱테일입니다. 챗봇은 99%를 잘하고 1%를 틀려도 이상한 답변 하나로 끝날 수 있습니다. 사람 옆에서 움직이는 로봇은 그 1%가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테슬라 FSD를 매일 사용합니다. 놀라운 기술이지만, 현재 소비자용 FSD는 여전히 운전자의 지속적인 감독을 요구하며 테슬라 역시 운전자를 대체하는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이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운전은 피지컬 AI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구조화된 문제입니다. 차선과 신호, 교통법규가 있고 비슷한 크기의 차량이 제어해야 하는 축도 조향, 가속, 제동으로 제한됩니다. 반면 휴머노이드는 수십 개의 관절을 동시에 제어하고, 양손으로 형태와 재질이 다른 물체들을 다루며, 사람과 아이, 반려동물이 있는 훨씬 더 비정형적인 환경에서 움직여야 합니다.
가장 구조화되고 데이터가 풍부한 피지컬 AI인 완전 자율주행조차 17년과 200억 마일 이상의 시뮬레이션을 쏟아부었음에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가장 비정형적이고 자유도가 높은 범용 휴머노이드가 몇년 안에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걸까요?
5. 로봇은 소프트웨어의 속도로 발전하지 않는다
AI 투자자들은 소프트웨어의 속도에 익숙합니다. LLM은 모델을 업데이트해 배포하면 다음 날 전 세계 사용자가 새로운 기능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로봇은 다릅니다. 손이 잘못 설계됐다면 새 손을 만들어야 하고, 센서가 부족하면 새로운 센서를 달아야 합니다. 발열과 냉각, 방수와 내구성을 다시 검증하고, 금형과 공급망을 바꾸고, 경우에 따라 안전 인증도 다시 받아야 합니다. 나아가 손 하나가 바뀌면 나머지를 전부 바꿔야할 수도 있습니다.
LLM은 딸깍으로 진화하지만, 로봇은 몸을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배터리 역시 수많은 병목 중 하나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사용 시간이 아니라 충전과 열화, 교체와 정비, 고장 시간을 포함한 실제 가동률입니다. 여기에 액추에이터와 센서, 손, 발열, 내구성, 대량생산까지 동시에 해결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는 비트의 속도로 움직이지만, 하드웨어는 원자의 속도로 움직입니다. 문제를 발견해도 다시 설계하고, 만들고, 시험하고, 생산하는 긴 사이클을 피할 수 없습니다.
물론 애플의 경우처럼, 완성된 하드웨어와 생산 능력은 강력한 해자가 됩니다. 하지만 완성되기 전까지 하드웨어는 해자라기보다 자본 소모와 일정 지연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로봇을 언어모델과 같은 속도로 혹은 같은 밸류로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로봇은 LLM이 보여준 소프트웨어의 속도로 발전하지 않습니다.
B. 상업화의 한계 (Can it become a real business?)
1. AI는 인간을 더 싸게 만들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휴머노이드 낙관론은 하나의 경제적 가정 위에 서 있습니다.
인간은 점점 비싸지고, 고령화로 노동력이 부족해지니 결국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다
하지만 AI는 반대로 작동할 수도 있습니다. 생성형 AI가 인지 노동의 생산성을 높이고 일부 화이트칼라 업무를 자동화하면, 인력이 서비스업과 현장 노동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휴머노이드가 경쟁해야 할 인간 노동의 가격도 낮아질 수 있습니다.
AI가 로봇을 인간보다 싸게 만들기 전에, AI가 인간을 더 싸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고령화 역시 로봇 수요를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건강수명이 늘고 유연한 은퇴가 확산되면 노동 공급은 예상보다 천천히 줄어들 수 있습니다. LLM 덕분에 할수있는 일도 늘어날 것이구요.
결국 휴머노이드는 오늘의 임금이 아니라 AI 이후 재편된 노동시장과 경쟁합니다. 중요한 것은 로봇의 구매 가격이 아니라 보험, 충전, 유지보수, 감가상각, 고장 시간을 모두 포함한 총소유비용입니다. 이 모든 비용을 감안해도 인간보다 싸고 안정적이어야 합니다.
인간은 놀라울 만큼 저렴한 범용 기계입니다. 말 한마디로 새로운 작업을 배우고, 처음 보는 환경에 적응하며, 촉각과 상식으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휴머노이드가 이겨야 하는 상대는 인간의 팔과 다리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완성된 범용 시스템의 경제성 전체입니다.
2. AI의 실수는 사람의 목숨이다
산업용 로봇은 통제된 환경에서 정해진 동작을 반복합니다. 반면 휴머노이드는 학습된 AI가 매 순간 상황을 해석하고 행동을 생성합니다. 위험의 성격과 범위 자체가 다릅니다.
그래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이 남아 있습니다. 학습 기반 AI의 예측 불가능성을 어떻게 인증할 것인가. OTA로 모델을 업데이트할 때마다 안전성을 다시 검증해야 하는가. 로봇이 사람을 다치게 하면 제조사, AI 개발사, 운영자 중 누가 책임지는가.
LLM이 틀리면 헛소리와 인스타그램 포스팅으로 끝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십 킬로그램짜리 휴머노이드가 틀리면 사람을 죽을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는 재부팅하면 되지만, 물리 세계의 사고는 재부팅으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결국 휴머노이드의 신뢰성은 평균적으로 얼마나 잘하느냐가 아니라, 사람의 개입 없이 얼마나 오랫동안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작동하느냐로 결정됩니다.
3. 피지컬 AI는 덧셈이 아니라 곱셈 문제다
휴머노이드의 진짜 어려움은 병목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자율성, 신뢰성, 가동률, 안전성, 경제성을 모두 동시에 만족해야 합니다. 따라서 그 제품의 가치는 덧셈이 아니라 곱셈에 가깝습니다.
Product Value = Autonomy × Reliability × Uptime × Safety × Economics
자율성이 부족하면 원격조종 서비스에 머뭅니다. 신뢰성이 부족하면 데모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가동률이 낮으면 운영이 불가능하고, 안전성이 부족하면 배포할 수 없습니다. 경제성이 맞지 않으면 사업이 아니라 기술 시연에 그칩니다.
단 하나라도 0에 가까우면 전체 제품 가치도 0에 가까워집니다.
두뇌가 좋아도 손이 부족하면 안 되고, 손이 좋아도 데이터가 부족하면 안 됩니다. 모든 기술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인간보다 비싸다면 시장은 열리지 않습니다. 휴머노이드는 한 가지를 잘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모든 요소를 동시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문제입니다.
물론 로봇 산업 전체가 어렵다는 뜻은 아닙니다. 범위가 좁고 환경이 구조화되어 있으며 실패 비용을 통제할 수 있는 작업은 빠르게 자동화될 수 있습니다. 창고 물류, 반복 운반, 단순 검사, 야간 순찰, 위험 환경 작업은 충분히 좋은 사업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처음 보는 가정집에서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개고, 아이 옆을 안전하게 지나가는 범용 휴머노이드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창고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가정에서도 곧 성공할 것이라고 결론 내리는 것은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 과도한 비약입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지금의 시장이 좁은 환경에서의 성공을 범용 휴머노이드의 성공으로 확장해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좁은 로봇과 범용 휴머노이드는 연속선 위에 있는 제품이 아니라, 해결해야 할 문제가 근본적으로 다른 제품입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그 차이를 무시하면 기술, 상업성, 투자성과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과대평가하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C. 기술의 성공과 투자의 성공 (Can we make money?)
휴머노이드가 클린테크 2.0인 이유
Kleiner Perkins와 Khosla Ventures에게 치욕을 안겼던 클린테크 1.0도 기술의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태양광과 배터리, 전기차는 결국 세상을 바꿨습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투자였습니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VC들은 클린테크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했지만, 상당수는 좋지 않은 수익률로 끝났습니다. 특히 새로운 소재,화학,공정 기업들은 실험실에서 가능성을 증명하고도, 상업 규모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원가와 수율, 신뢰성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더욱 재미있는 건 이들이 왜 실패했는지를 보면, 지금의 휴머노이드와 놀라울 만큼 닮아있습니다.
첫째, 비트가 아니라 원자의 산업이었습니다. 클린테크도 소프트웨어처럼 복제하고 배포할 수 없었습니다. 공장, 소재, 장비, 공급망, 인증이 필요했습니다.
둘째, 상업화의 죽음의 계곡이 있었습니다. 클린테크도 데모에서는 성공했지만, 대량생산 단계에서 원가와 수율, 신뢰성이 무너졌습니다.
셋째, 이미 충분히 싸고 성숙한 기존 시스템과 경쟁해야 했습니다. 클린테크의 경쟁상대는 화석연료였고, 지금은 인간 노동입니다. 인간 노동에 한계가 있다고 해서 로봇이 자동으로 더 경제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넷째, 내러티브와 FOMO가 경제성을 앞질렀습니다. 클린테크도 “세상을 바꿀 기술”이라는 사실은 “지금 이 가격에 투자해야 한다”는 결론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다섯째, 기술의 승자와 투자의 승자는 달랐습니다. 태양광은 거대한 산업이 되었지만, 초기 투자자가 가장 큰 수익을 가져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더 긴 시간을 견딘 자본과 제조 역량을 가진 기업들이 대부분의 가치를 가져갔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휴머노이드가 실패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휴머노이드가 언젠가는 거대한 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술의 성공과 투자의 성공은 같은 문장이 아닙니다.
클린테크와 같이, 기술의 방향은 맞더라도, 시장은 그 기술이 현실이 되기까지 필요한 시간과 자본, 수많은 병목을 과소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지금의 밸류에이션은 너무 먼 미래의 시점을 오늘의 시점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은 질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클린테크 1.0이 남긴 교훈은 명확합니다.
기술은 맞았지만 타이밍이 틀렸고,
산업은 성장했지만 초기 투자자가 반드시 승자가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종종 비슷한 궤적을 그립니다.
저는 지금 휴머노이드에서 클린테크 1.0이 지나갔던 바로 그 궤적을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So what?)
FOMO에 휩쓸리지 말고 본질을 보자
솔직히 지금 피지컬 AI가 뜨거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LLM을 놓친 투자자들의 FOMO가 Physical AI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LLM의 시작을 놓쳤습니다. 제가 OpenAI를 확신했던 2022년 말만 해도, 제가 아는 서울의 투자자 중 상당수는 회사를 잘 알지 못해 사내 교육까지 진행해야 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지금처럼 보편적인 관심을 받던 시기는 아니었습니다.
이후 LLM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생겼습니다.
“LLM 다음으로 비슷한 성장과 수익률을 보여줄 시장은 무엇인가?”
“LLM은 놓쳤지만 그다음 기회는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피지컬 AI는 이 질문에 가장 매력적인 답처럼 보입니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한다는 서사는 LLM보다도 크고, 우리가 영화에서 오랫동안 봐온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래처럼 보이는 것과 좋은 벤처 투자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해결되지 않은 연구 과제의 타임라인을 앞당기고, 검증되지 않은 범용성을 상상해 현재 LLM 이상의 밸류에이션에 반영한 뒤 이를 “LLM의 다음 단계”라고 부르는 것은 실제 휴머노이드의 미래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저라면 오히려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AI만으로 어떻게 소비자 경험을 100배 더 좋아지게 만들 수 있는가?
LLM의 다음 시대가 반드시 로봇이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휴머노이드는 언젠가 될 것입니다. 좁고 구조화된 환경에서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상용화될 수도 있습니다. 원격조종 역시 독립적인 거대한 시장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보는 가정집에서 인간처럼 일하는 범용 휴머노이드가 앞으로 5년, 아니 10년 안에 보편화될 것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하나입니다.
필요한 것이 하나의 기술 혁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과적 월드모델, 손과 촉각, 인터넷 규모의 데이터, 롱테일 일반화, 배터리, 안전, 책임 체계, 그리고 인간보다 뛰어난 경제성까지 모든 요소가 동시에 성숙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와 가장 가까운 문제인 자율주행과 클린테크에 이미 수십 년을 투자했습니다. 그럼에도 결과는 처음 기대했던 타임라인과 상당히 달랐습니다.
언젠가 가능해지는 것과 곧 상업화되는 것은 다릅니다. 곧 상업화되는 것과 좋은 벤처 투자가 되는 것은 더더욱 다릅니다.
피지컬 AI는 언젠가 현실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벤처 투자 수익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술은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오늘의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 잘나가는 VC들은 다 멍청이고 너만 똑똑해?
(2024년 5월 제 글 ”지금 주목해야할 섹터는 바로...Consumer!”에서 인용)
라는 여러분 머릿속의 질문을 제가 대신 적어봤습니다ㅋㅋㅋ
왜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좋은 네트워크를 가진 VC들이 누가 봐도 지나치게 높은 밸류에이션에, 수익성이 낮을지도 모르는 딜들에 투자하는 걸까요?
VC가 power law에 기반해 남들과 다른 contrarian approach로 outlier를 찾는 게임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 텐데, 왜 그렇게 플레이하지 않는 걸까요?
물론 FOMO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잘못된 인센티브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VC는 장기 투자라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단기간에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압력이 존재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펀드레이징입니다.
첫째, VC들은 보통 2~3년마다 새로운 펀드를 조성해야 합니다. 이 짧은 기간 안에 성과를 보여주려면 장기적인 경제성이 다소 불확실하더라도, 빠르게 업라운드가 이어지는 핫한 섹터에 투자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일반적으로 투자기간의 운용보수는 약정된 펀드 규모를 기준으로 발생합니다. 따라서 더 큰 펀드를 더 자주 조성하려는 구조적 유인이 이를 부추기게 되는거죠.
둘째, 펀드뿐 아니라 개인의 성과와 승진 역시 비슷한 주기로 평가됩니다. 장기적으로 옳은 판단보다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드는 선택이 개인에게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셋째, 혼자 틀리는 것보다 잘하는 사람들과 함께 틀리는 편이 덜 위험합니다. 그래서 남들과 비슷한 선택을 합니다. “세쿼이아도 비슷한 곳에 투자했다가 망했는데요?”라는 변명이 어느 정도 통한다는 거죠.
그들은 분명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똑똑함이 잘못된 인센티브를 이기는 것은 아닙니다. 잘못된 인센티브는 좋은 투자자에게도 잘못된 선택을 하게 만들고, 때로는 그 선택을 스스로 합리화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들이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경제성과 기술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규제와 보조금, 정치권의 지원에 의존하려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로봇은 언제 투자하냐
다들 궁금해하시는 질문이 있는데 그럼 저는 언제 휴머노이드에 투자할거냐라는 질문입니다.
제 기준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제 테슬라가 샌프란시스코의 집에서 LA의 친척 집까지 완전 자율주행으로 달리는 동안, 제가 운전석에서 눈을 감고 잠들 수 있는 날. 저는 그날을 Physical AI 투자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입니다.
미국 고속도로 자율주행은 범용 휴머노이드보다 훨씬 구조화된 문제입니다. 그조차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면, 휴머노이드의 상용화 타임라인에는 조금 더 겸손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너무 늦거나 비싸지 않겠느냐고요?
글쎄요. 그전에 투자한 회사가 무너지거나, 밑 빠진 독에 브릿지를 계속 붓는 동안 최신 기술을 가진 새로운 팀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더 빨리 치고 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머신러닝과 엔지니어링으로 오랫동안 구축한 SaaS가 LLM의 등장으로 하루아침에 흔들린 지금의 시장처럼 말입니다.
이기 돈이 됩니까
물론 누군가는 IPO나 세컨더리, M&A를 통해 충분한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단기적인 거래보다 장기적인 투자자가 되고 싶습니다.
LP의 자본을 맡은 VC로서, 그리고 창업자와 긴 시간을 함께할 파트너로서, 지금의 시장과 밸류에이션이 정말 책임질 수 있는 판단인지 계속 스스로에게 묻고자 합니다.
물론 제가 틀릴까 두렵습니다. 사실 오히려 제가 틀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만큼 인류가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뜻일 테니까요.
그리고 이런 글을 쓸 때마다 “괜히 욕먹고 사이만 나빠지는 건 아닐까, 그냥 쓰지 말까”라는 생각을 한 백번쯤 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을 공개하지 않으면 누구도 제 오류를 지적해 줄 수 없고, 그러면 저는 배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부족하나마 제 생각을 기록합니다.
이번 글은 관련 투자자와 창업자가 많은 만큼 논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판이 뜨거울수록 반대편을 바라보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변명해봅니다.
오늘도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많은 비판과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안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