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없었다: $45B짜리 AI 신화가 무너진 진짜 이유
25세 ‘AI 노스트라다무스’ 레오폴드 아셴브레너를 통해 본 천재, FOMO, 그리고 레버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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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독자님들! 잘지내셨나요?
제가 이제 책도 다 썼으니, 다시 본업에 집중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발굴/투자한 OpenAI, SpaceX, Reddit 같은 딜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미국 딜플로우를 두 갈래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Neuralink 같은 ‘Next SpaceX’를 찾는 미국 유명 대형 딜 구주, 다른 하나는 ‘Next Facebook’, ‘공장형 피부과’, ‘한국형 건기식’ 같은 Consumer AI & Product입니다.
이러한 딜들을 이미 소싱/구조화하고 있으며, 요건을 갖춘 기관 투자자에게 준비되는 대로 1:1로 기회를 공유합니다. 관심 기관은 아래로 등록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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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공개 보도와 투자자 서한을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 비공개 펀드인 만큼 일부 수치는 향후 달라질 수 있으며, 확인되지 않은 주장과 제 해석은 구분해 적었습니다.
천재는 없었다: $45B짜리 AI 신화가 무너진 진짜 이유
25세 ‘AI 노스트라다무스’ 레오폴드 아셴브레너를 통해 본 천재, FOMO, 그리고 레버리지
지난주 모든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뉴스가 있었죠. 바로 레오폴드 아셴브레너의 이야기였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던 어린 천재 AI 전문가가, 엄청난 수익으로 시타델의 절반이 넘는 규모의 헤지펀드를 2년만에 만들어냈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월스트릿의 터줏대감 시타델의 켄그리핀 청산당했다”
이 서사는 지금 주식시장의 도파민에 중독되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가십거리였습니다.
저도 이 사건을 주의깊게 봤었고, 친구들이랑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간단하게 다루었었는데요, 왜냐하면 레오폴드 아셴브레너와 그의 펀드가 무너진 과정만큼 지금 시장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도 드물기 때문입니다.
엿새 만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7월 24일, 레오폴드 아셴브레너는 투자자들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올해 상반기 순수익률은 439%
펀드 설립 이후 누적 수익률은 1,551%
지금의 하락은 “2025년 초 이후 가장 매력적인 투자 기회”
그러니 8월 1일까지 자금을 더 투자해달라는 요청
많은 사람들을 나락보낼뻔한 추신도 덧붙였습니다.
혹시 기다리고 있으셨다면, 저희는 정말 좋아보이는 투자 타이밍만 가끔 알려드립니다.
PS. At times we call out opportunities that seem like a particularly good time to add funds, if you have been waiting for one.
그로부터 불과 엿새 뒤, 두 번째 편지가 도착합니다. 첫 문장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이번 달 저희는 여러분을 실망시켰습니다. 현재 저희는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보다 더 영구적 자본 손상에 가까워졌습니다.
We let you down this month. We came closer to permanent capital impairment than is acceptable to us.
7월 한 달 수익률은 마이너스 67%. 펀드는 보유하고 있던 공개 주식 전부를 켄 그리핀의 시타델에 한꺼번에, 그것도 할인된 가격으로 넘겼습니다. 아셴브레너는 이 상황을 ‘뱅크런’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의 펀드 이름은 Situational Awareness, 우리말로 하면 ‘상황 인식’이지만, 정작 본인의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
천재 소년이라니 뭔가 대단하고 복잡한 이유가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아주 단순합니다.
그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레버리지입니다.
네, 맞습니다. 골드만삭스 추산으로 마진콜을 맞은 국내 개인투자자 계정은 약 120만 개, 이 가운데 전량 강제청산된 계정은 32만~36만 개였습니다. 바로 그 레버리지와 전혀 다르지 않은, 어쩌면 너무 시시해서 허탈하기까지 한 이야기입니다.
레오폴드의 펀드는 매수와 매도를 합친 총 익스포저를 자기자본의 최대 약 네 배까지 운용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내 돈은 100원인데 400원어치의 시장 위험을 지고 있었던 셈입니다. 투자 방향이 맞으면 수익은 빠르게 커지지만, 헤지까지 동시에 어긋나는 상황에서는 포지션이 25% 안팎만 불리하게 움직여도 자기자본이 사실상 소진될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포트폴리오가 한쪽에 심하게 쏠려 있었다는 점입니다.
겉으로는 반도체 펀드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에너지, 데이터센터, 메모리, 가상자산 채굴 기업까지 함께 담고 있었습니다.
상위 다섯 종목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76%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제정신이 아니죠.
AI 하드웨어 주식은 사고 소프트웨어 주식은 공매도하는 방식으로 헤지를 해뒀지만, 7월에는 하드웨어가 폭락하고 공매도한 소프트웨어는 오르면서 양쪽에서 동시에 돈을 잃었습니다. 기본이 안 돼 있었습니다.
투자설명서에는 종목 집중도나 레버리지 규모를 제한하는 조항조차 없었습니다. 이쯤 되면 돈을 맡긴 LP들도 제정신이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겉으로는 여러 자산에 나눠 투자하고 헤지까지 해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전력, 데이터센터, 메모리, 가상자산 채굴 기업 모두 결국 ‘AI 투자가 계속 늘어난다’는 하나의 이야기에 묶인 자산이었습니다. 이름만 달랐을 뿐, 사실상 같은 위험을 여러 번 산 셈입니다.
그리고 7월, 그 위험이 현실이 됐습니다.
주요 보유 종목들이 두 자릿수로 떨어졌고 한국 코스피는 7월 한 달 동안 약 22.2% 하락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월간 낙폭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는 6월 25일 고점 대비 한때 38.2% 밀렸고, 7월 28일에는 코스피가 하루에만 10.84% 급락하며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습니다.
결국 마진콜이 들어왔습니다. 가진 돈의 네 배를 굴리다 보니 손실을 자기자본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순간이 왔고, 돈을 빌려준 쪽에서 “담보를 더 넣든지, 포지션을 정리하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현금을 만들려면 이미 떨어지는 주식을 더 팔아야 했습니다. 그 매도가 다시 주가를 끌어내렸고, 더 낮아진 주가는 또 다른 마진콜을 불렀습니다. 불이 붙었는데 불을 끄기 위해 휘발유를 부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게다가 펀드가 워낙 커지면서 보유 종목도 시장에 훤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레오폴드가 무엇을 들고 있는지뿐 아니라, 어느 가격까지 떨어지면 강제로 팔아야 할지도 계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결국 팔 수밖에 없다는 쪽에 베팅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단순히 ‘공매도 세력의 공격’이라고 부르는 것은 본질을 흐립니다. 누가 불씨를 던졌든, 네 배의 레버리지와 76%의 집중도가 아니었다면 펀드 전체가 이렇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펀드는 끝내 버티지 못했고 상장 주식 포지션을 시타델에 통째로, 그것도 할인된 가격에 넘겨야 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시타델이 그 물량을 받아간 직후 일부 핵심 보유 종목은 20% 안팎, 많게는 약 27%까지 반등했습니다. 가장 낮은 가격에 강제로 팔고 난 직후 시장이 되돌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숫자 하나가 남습니다. 상장 주식 포지션을 정리한 뒤에도 펀드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여전히 80% 안팎의 플러스인 것인데요, 이 모순은 잠시 뒤에 다시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래서 ‘AI의 노스트라다무스’는 누구인가?
레오폴드 아셴브레너는 20대 중반입니다. 정확한 생일이 공개되지 않아 최근 보도에서도 24세와 25세가 엇갈립니다.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났고 부모는 모두 의사입니다. 여러 학년을 월반해 15세에 컬럼비아대학교에 입학했고, 2021년 수석 졸업했습니다. 전공은 경제학과 수리통계학이었습니다.
이력도 화려합니다.
대학 재학 중 효율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 EA) 학내 모임을 공동 창립했습니다. 참고로 EA는 철저한 데이터와 이성적 계산으로 최대의 선을 행하자는 철학이지만, ‘돈을 많이 벌어 많이 기부하라’는 식의 자본주의 정당화, 엘리트주의적 독선, 미래 위험만 중시하는 장기주의의 허점, 그리고 FTX 사태 같은 실천가들의 도덕적 몰락으로 인해 큰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2022년 2월 FTX 퓨처 펀드에 합류했다가, 그해 11월 FTX가 파산하기 직전 사임했습니다.
2023년에는 OpenAI 슈퍼얼라인먼트 팀에 들어가 일리야 수츠케버 밑에서 일했습니다.
2024년 봄 회사 내부 기밀 유출 의혹으로 해고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2024년 6월, 165페이지짜리 에세이 한 편을 발표합니다. 제목은 훗날 펀드 이름이 된 “Situational Awareness”. 핵심 주장은 간단했습니다.
AGI, 즉 인간 수준의 범용 인공지능이 2027년쯤 등장할 것이다.
이 글 하나로 그는 단숨에 스타가 됐습니다. 정식 투자 경력은 없었지만 2024년 하반기, $225M을 모아 펀드를 출범시켰습니다. 피터 틸의 헤지펀드 출신인 칼 슐먼이 공동 창업자로 합류했고 유명 투자자 그레이엄 던컨이 고문을 맡았습니다.
그러니까 주변에 투자 전문가들이 있었는데도 이런 일이?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레오폴드 본인에게 투자 경력이 없었다고 해도, 헤지펀드 출신 공동 창업자와 유명 투자자들이 곁에 있었는데 왜 아무도 이런 사태를 막지 못했을까요?
이름만 보면 든든해 보이지만 이력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레오폴드는 정식으로 자금을 운용해본 경험이 없었습니다. 칼 슐먼은 헤지펀드 출신이지만 공개된 이력의 중심은 리서치였지, 직접 포지션을 만들고 손익과 청산 위험을 책임지는 프런트 운용은 아니었습니다. 그레이엄 던컨은 유명 투자자였지만 어디까지나 고문이었고, 펀드의 일상적인 투자와 리스크 관리에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화려한 이름들은 주변에 있었지만, 거대한 레버리지 포트폴리오를 직접 운용하고 위기에서 살아남아본 사람은 사실상 한 명도 없었던 셈입니다.
좋은 리서치를 하는 것과 실제로 돈을 굴리는 것은 다릅니다. 훌륭한 투자자를 많이 아는 것과 매일 포지션의 위험을 책임지는 것도 전혀 다른 일입니다. 이 펀드에는 가속페달을 밟을 사람은 많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브레이크를 밟아본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런 환경속에서 초기에 SK하이닉스와 샌디스크 등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내면서 레오폴드는 ‘AI의 노스트라다무스’라는 별명까지 얻었으니 더욱 의기양양해질 수 밖에 없었겠죠.
그리고 7월, 그를 스타로 만들어준 바로 그 종목들이 그의 펀드를 무너뜨렸습니다.
그런데 그 에세이는 정말 그렇게 대단했을까?
한가지도 또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그 에세이에 대해서 입니다. 레오폴드를 유명하게 만든 Situational Awareness가 나온 날짜는 2024년 6월 4일입니다. 그런데 시간을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글의 핵심 재료들은 이미 세상에 나와 있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 크리스 밀러의 《칩 워》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가 나온 것은 2022년 10월입니다. 에세이보다 1년 8개월 앞섭니다.
AI 자본지출이 실제 수요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경고: 세쿼이아의 데이비드 칸은 2023년 9월 ‘AI의 2,000억 달러 질문’을 썼습니다. 9개월 앞섭니다.
전력과 데이터센터 수요의 폭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4년 1월 공식 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두 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5개월 앞섭니다.
조 단위 컴퓨팅 클러스터: 디인포메이션은 2024년 3월 29일 마이크로소프트와 OpenAI가 $100B 규모의 5기가와트 데이터센터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프로젝트 이름도 이미 ‘스타게이트’였습니다. 약 2개월 앞섭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2027년 AGI’라는 예측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아셴브레너가 처음 꺼낸 숫자는 아니었습니다. OpenAI 출신 다니엘 코코타일로는 2023년에 이미 자신의 AGI 도래 시점 중앙값을 2027년으로 제시했습니다. 사실 이건 아셴브레너가 몸담았던 AI 안전 커뮤니티에서는 오래전부터 오가던 논쟁이었습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내용들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경고한 내용들이거나 아직 증명되지 않은 내용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의 에세이에 가치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흩어져 있던 여러 주장을 하나로 묶고, 구체적인 날짜를 제시하고, 165페이지에 달하는 설득력 있는 서사로 만들어낸 능력은 분명 대단합니다. 다만 그 성취에 대해 명확하게 선을 그을 필요는 있습니다. 그의 성취는 어떤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 성취라기보다, 이미 나온 재료를 훌륭하게 편집하고 포장한 성취에 가깝습니다.
동시에 가장 중요한 주장인 ‘2027년 AGI’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2027년에 가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우리가 내년에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AGI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견에 굉장히 부정적입니다. 그 자세한 이유는 아래 글에서 보실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많은 돈은 도대체 어디서 난걸까?
저는 이 질문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펀드 규모가 커진 속도를 보겠습니다.
2024년 7월 출범: $225M
2026년 3월 규제 공시상 운용자산: 약 $9.3B
2026년 5월 보도된 운용자산: $20B 이상
2026년 7월 초 보도된 최고 운용자산: 최대 $45B
2026년 7월 30일 포지션 매각 이후: 보도에 따라 약 $10B~$20B
초기 자금과 보도된 최고 운용자산을 단순 비교하면 약 200배입니다. 다만 날짜와 산정 기준이 다른 수치이고, 포지션 매각 이후 규모도 매체마다 차이가 있어 정확한 증감률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최근 규제 공시를 토대로 확인되는 회사 직원은 8명입니다.
여기서 레오폴드를 천재라고 찬양하시는 많은 분들이 헷갈려하시는데, 펀드사이즈가 커진 것은 대단하지만, 레오폴드가 이 펀드를 $225M에서 $45B까지 투자로 불린 것은 아닙니다.
설립 이후 수익률 1,551%는 원금을 포함해 자산이 약 16.5배가 됐다는 뜻입니다. 처음 모은 $225M이 전부 같은 수익률을 누렸다고 단순 계산해도 약 $3.7B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보도된 펀드의 최고 운용자산은 $45B였습니다.
단순 계산상 둘의 차이는 약 $41.3B입니다. 이를 전부 신규 출자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자금이 들어온 시점마다 누린 수익률이 다르고 중간 유출입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운용자산 증가의 대부분이 투자수익만이 아니라 신규 자금 유입에서 왔다는 방향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뒤늦게 들어온 출자금들은 수익은커녕 고점을 잡았습니다.
바로 다음 달 펀드는 67%를 잃으면서 나중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굉장히 큰 손해를 입었습니다. 고점의 $45B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한 달 만에 약 $30B가 사라진 셈입니다.
다시말해 수익률은 먼저 들어간 돈의 것이고, 손실은 마지막에 들어간 돈의 것입니다.
1,551%라는 화려한 숫자는 초기에 들어온 자금이 누린 성과입니다. 반면 마이너스 67%라는 손실은 뒤늦게 몰려든 훨씬 더 큰 자금이 정통으로 맞았습니다.
그래서 펀드의 트랙레코드와 실제 투자자의 경험은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펀드는 연초 대비 플러스인데도, 정작 많은 투자자는 큰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누가 투자했는지를 보면 더 흥미롭다
투자자 명단에는 실리콘밸리와 월가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스트라이프의 콜리슨 형제
현재 메타의 AI 조직을 이끄는 냇 프리드먼과 대니얼 그로스
D1 캐피털의 댄 선드하임
그린옥스의 닐 메타
XN의 가우라브 카파디아 재단
타이거글로벌에서 공개 주식 투자를 총괄했던 페로즈 데완
외부 운용사에 좀처럼 돈을 맡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제인스트리트
AI 안전과 정책을 지원하는 여러 재단
실리콘밸리에서도 위험한 투자를 하기로 유명한 사람들 이름이 몇몇 보이네요. 동시에 이 명단에 있는 사람들보다 없는 사람들이 더 중요합니다.
보통 $45B 규모의 펀드라면 연기금, 대학기금, 국부펀드, 프라이빗뱅크 같은 기관투자자가 자금의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이 펀드는 달랐습니다. 부유한 개인들의 비중이 유난히 높았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기관투자자가 정식 투자 경력이 없는 스물다섯의 운용사에게 거액을 맡기는 일을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이 사건에서는 기관의 투자 심사 시스템이 작동한 셈입니다. 오히려 유명인과 성공한 개인투자자들이 ‘이번에는 다르다’는 FOMO에 더 빠르게 반응했고 큰 손실을 입은 것이죠.
경고는 이미 있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이 펀드에 대한 경고는 여러번 있었습니다. 연기금과 국부펀드에 자문하는 Aksia는 2025년 3월 평가서에서 아셴브레너의 오만이 리스크 관리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하며, 실제 레버리지 사용이 상당하다면 특히 더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경고는 붕괴보다 열여섯 달 앞선 시점에 문서로 남아 있었습니다.
일부 투자자도 시장이 흔들리기 전부터 레버리지 위험을 직접 경고했습니다. 소통과 공시가 부족하다는 불만도 나왔습니다. 대부분의 헤지펀드가 투자 현황을 매달 공유하는데, 이 펀드는 분기에 한 번만 알렸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이 사태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아닙니다.
자문사는 문서로 경고했고, 투자자는 직접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투자설명서에는 레버리지와 집중도에 제한이 없다고 적혀 있었고, 보수적인 기관들은 아예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동시에 그의 경력 또한 LP돈을 운영한지 적합한지가 애매합니다. 그는 고객의 돈을 불법으로 운용한 FTX펀드에서 일했고, OpenAI에서도 AI의 안전성을 관리하는 부서에서 기밀을 누설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으며, 앞서 말했지만 여러번의 오만한 레버리지에 대한 경고가 있었습니다.
중요한건 그런데도 돈은 몰렸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올해 80% 올랐잖아요?
맞습니다. 장부상으로는 여전히 연초 대비 80% 수익입니다. 하지만 그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봐야 합니다.
시장 가격이 매일 표시되는 공개 주식 포지션은 거의 모두 정리됐습니다. 다시말해 남은 주요 자산은 앤트로픽, 플루이드스택, MatX 같은 비상장 주식입니다. 그리고 그 80%를 떠받치는 가장 큰 자산은 약 50억 달러로 평가되는 앤트로픽 지분입니다.
비상장 주식은 공개 시장처럼 매일 가격이 바뀌지 않습니다. 시장이 폭락해도 새로운 거래나 자금 조달이 있기 전까지는 장부 가격이 그대로 남을 수 있습니다.
즉 시장 가격이 붙는 자산은 급락했고, 당장 가격을 다시 매기지 않는 자산만 높은 평가액으로 남았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80%는 온전히 실현된 투자 성과라기보다 비상장 자산의 평가 방식에 크게 기대고 있는 숫자에 가깝습니다.
그럼 앤트로픽 지분은 어떻게 샀을까요?
여기서 앞서 말씀드린 Effective Alturism, 효율적 이타주의 네트워크가 다시 등장합니다.
아셴브레너가 앤트로픽 지분을 취득한 시점은 2025년 2월, 회사 가치가 $60B 이상으로 평가되던 때였습니다. 이후 앤트로픽은 2026년 5월 시리즈 H에서 $65B를 조달하며 투자 후 기업가치 $965B를 인정받았습니다. 불과 1년여 만에 기업가치가 약 16배가 된 것입니다.
아셴브레너와 앤트로픽 주변에는 여러 인연이 겹칩니다.
그의 첫 직장이었던 FTX는 앤트로픽의 초기 투자자였습니다.
그의 아내 아비탈 발윗은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의 비서실장입니다. 두 사람은 FTX 퓨처 펀드에서 함께 일하며 만났습니다.
앤트로픽은 2021년 AI 안전 문제를 둘러싸고 OpenAI를 떠난 인사들이 세운 회사입니다.
아셴브레너 역시 컬럼비아 효과적 이타주의 모임의 공동 창립자였고 OpenAI에서 일했습니다.
이 사실만으로 부당한 거래가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좋은 네트워크를 만들고 그 안에서 남들보다 먼저 기회를 포착하는 것도 분명 투자 역량의 일부입니다.
다만 그의 펀드 장부를 마지막까지 지탱한 핵심이 공개 시장에서의 트레이딩 실력보다, 그가 속한 네트워크를 통해 일찍 확보한 비상장 자산이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공매도 세력과 켄 그리핀이 일부러 무너뜨린 것 아닌가요?
이런 소문도 꽤 돌았습니다. 여기서는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일부 트레이더가 공개된 포지션을 보고 아셴브레너의 취약성을 공격했다는 보도는 있습니다. 하지만 켄 그리핀과 시타델이 처음부터 펀드를 무너뜨리기 위해 시장을 조종했다는 증거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마진콜을 요구한 곳은 펀드에 돈을 빌려준 프라임브로커와 대주단이지 켄 그리핀이 아닙니다.
시타델은 마진콜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 끝에 상장 주식 물량을 받아간 매수자였습니다.
대규모 물량이 할인된 가격에 한 번에 거래됐다는 사실은 파는 쪽이 급했다는 증거이지, 사는 쪽이 의도적으로 몰아붙였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오히려 시타델의 일괄 매입이 시장에 더 많은 물량이 쏟아지는 것을 막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시장을 구해낸 영웅이자 천재는 아셴브레너가 아니라 그리핀인 것이죠.
매입 직후 일부 핵심 보유 종목이 20% 안팎, 많게는 약 27% 반등한 것 역시 ‘습격’의 증거라기보다 강제 매도 압력이 사라지며 나타난 반등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일부 공매도가 하락을 더 빠르게 만들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이번 붕괴의 원인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애초에 포트폴리오가 충분히 튼튼했다면 누군가 보유 종목을 공매도한다는 이유만으로 펀드 전체가 흔들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좋아하는 거대한 음모 없이도 붕괴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
네 배의 레버리지, 상위 다섯 종목 76%의 집중도, 그리고 같은 위험에 묶여 있던 불완전한 헤지. 이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아크시아는 열여섯 달 전에 같은 위험을 문서로 경고했습니다. 미리 예측할 수 있었던 일이라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왜 사람들은 음모론에 끌렸을까요?
저는 시장이 지금의 거품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큰 변동이 생기면 구조적인 문제를 인정하기보다 악당 한 명을 찾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이건 버블의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 저 천재 청년을 잡으려고 시장을 흔든 것뿐이다. 그러니 나머지는 괜찮다.”
이런 식으로 현실을 부정하고 앞으로도 주식이 오를 것이라는 식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속이는 것이죠. 결국 버블을 위한 알리바이를 피해자 스스로 만들어내는 구조입니다.
FOMO와 미친 자산시장의 도파민에 중독된 이들은 거품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시장은 매번 천재 한 명과 음모론 하나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이번 배역이 아셴브레너와 켄 그리핀이었을 뿐입니다.
그래도 천재 아닌가요?
여기까지 읽고도 이런 질문이 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약 2년 만에 최대 $45B를 모은 것은 대단한 일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그의 학생으로써의 성과를 포함해 이런 일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그의 지적 능력과 글쓰기, 설득력, 네트워크, 초기 투자 성과까지 대단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펀드매니저의 천재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돈을 얼마나 빨리 모았는지가 아닙니다. 좋은 장에서 얼마나 크게 벌었는지도 아닙니다. 그보다 중요한건 꾸준한 좋은 수익을 내면서도, 시장이 반대로 움직였을 때 투자자의 돈을 얼마나 지킬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레버리지는 수익도 키우지만 실수의 대가도 키웁니다. 네 배의 레버리지를 사용한 순간 작은 오판 하나가 펀드 전체를 위협할 수 있었습니다. 초기에 맞힌 바로 그 종목이 결국 펀드를 무너뜨렸다는 사실도 중요합니다. 처음의 성공이 실력을 증명했다고 믿게 만들었고, 그 믿음이 더 큰 집중과 더 큰 레버리지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월가에서는 이번 사건을 ‘아케고스 2.0’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레버리지만 놓고 보면 닮은 점이 많습니다. 미국 검찰은 아케고스의 포트폴리오가 $10B에서 $160B까지 불어났다고 봤고, 미 의회 자료는 붕괴 직전 순자산을 약 $20B로 추산했습니다. 다만 자료마다 자기자본과 총익스포저의 기준 시점이 달라 레버리지를 정확히 4.4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분명한 것은 아케고스의 총익스포저가 $160B까지 치솟았고, 아셴브레너의 펀드도 총익스포저를 자기자본의 최대 약 네 배까지 운용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도 있습니다. 빌 황은 토탈리턴스왑을 이용해 포지션을 숨겼습니다. 돈을 빌려준 은행들조차 전체 위험이 얼마나 큰지 몰랐습니다. 그는 2024년 열 개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고 징역 18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반면 아셴브레너의 레버리지는 일반적인 증거금 대출이었고, 주요 포지션도 공시를 통해 드러나 있었습니다. 현재 알려진 형사 혐의도 없습니다.
그런데 결말은 비슷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점이 오히려 더 무섭습니다. 빌 황이 무너지기 위해서는 사기와 은폐가 필요했습니다. 아셴브레너에게는 그런 것조차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집중과 레버리지, 그 둘만으로 충분했습니다. 불법이 없어도 같은 곳에 도착할 수 있다면 문제는 개인의 일탈만이 아니라 현재 잘못된 시장 환경과 구조에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남의 돈, 특히 LP의 돈을 운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리스크 관리와 절제, 그리고 진실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은 아셴브레너에게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의 돈을 받아 투자하는 저 자신에게도 하는 말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정말 놀라운 것은 한 젊은 투자자의 실패가 아닙니다. 충분한 운용 경험도, 검증된 리스크 관리 체계도 없는 사람에게 단기간에 450억 달러가 몰렸고, 시장이 그 현상 자체에 열광했다는 사실입니다.
레버리지를 크게 사용한 뒤 시장 방향을 한 번 맞히면 누구나 천재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큰 성공은 더 많은 돈을 불러오고, 더 많은 돈은 더 큰 확신을 만들며, 더 큰 확신은 더 큰 위험으로 이어집니다. 카지노와 마찬가지로 게임을 오래할수록 결국 하우스가 이길 가능성은 커집니다. 사람의 욕망에는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셴브레너를 원인이라기보다 증상으로 봅니다.
정식 투자 경험이 없던 스물다섯의 청년이 이 정도의 영향력과 돈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 AI 거품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제가 또 걱정하는 부분은 이 버블은 아직 시장에서 빠져나가지 않았습니다. 7월에 정리된 것은 레버리지 포지션이지, AI에 몰린 자금과 믿음 자체가 아닙니다. 주식은 시타델로 넘어갔고 투자자들의 돈은 여전히 시장 안에 남아 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7월에 조사한 341개 자금 배분 기관은 헤지펀드에만 모두 $1.5T 이상을 투자하고 있었습니다. 그중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하반기에 헤지펀드 비중을 더 늘리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건은 거대한 청산이라기보다 예고편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펀드 이름은 ‘상황 인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상황은 끝까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 아이러니가 이 이야기에서 가장 씁쓸하면서도 정확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저 자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져봅니다.
나는 지금, 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가.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안 드림.



